![태극기 [뉴시스]](/news/photo/202102/442722_359714_295.jpg)
[일요서울] 국립외교원 외교사연구센터에서 ‘외교’라는 렌즈를 통해 우리 현대사를 조명하기 위해 오럴히스토리사업 ‘한국 외교와 외교관’ 도서 출판을 진행해 왔다. 지금까지 총 17권의 책이 발간됐다. 일요서울은 그중 공로명 전 외교부장관의 이야기가 담긴 책의 내용 중 일부를 지면으로 옮겼다.
김영삼 대통령 유럽 순방
“대일 관계에서 베트남 태도 배워야”
- 이란도 상당히 재미있는 것 같다. 북한과 대량살상무기 협력관계가 아주 긴밀했는데 한국의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지한 것을 보면 이란 외교가 나름대로 상당히 유연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 국제성이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또 비슷한 스타일을 아시아에서 찾는다면 특히 베트남에서 볼 수가 있다. 얼마나 세련됐는지, 우린 대일관계에 있어 베트남의 태도를 배워야 된다. 베트남이 전쟁 때 한국한테 당했는데 한국에 대한 태도를 보면 말이다. 다시 말하면 대외관계는 국익이 중심이 아닌가. 우리는 국익 차원 앞에 국민감정이 압도적인 힘을 발휘하니까 우리가 어떻게 강대국 앞에 살아갈 수 있는가 하는 걱정이 요새 더한다. 우리가 국내적으로 역사교육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우리는 안보리 지지를 재확인했고, 이란 측에서는 한국 외무부장관의 이란 방문을 강력히 요청했다. 경제 분야 등 양국 간의 협력 관계의 다양화 및 관계를 희망하면서 외무부장관의 방이란을 강력히 요구했는데, 우리는 검토 하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 당시 상황에서 한국의 외무부장관이 이란을 방문할 수는 없으니까 호의는 고맙게 생각을 했다.
그리고 한·덴마크 회담이 따로 있었다. 덴마크 외상의 5월 방한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방한을 환영한다는 우리의 입장을 설명했다. 김정일의 권력 승계 문제, 최근 북한 내부 정세, 그리고 특히 KEDO 및 북한 핵 문제에 관해서 설명을 했다. 그리고 우리의 UN 안보리 출마에 대해서 덴마크 측의 입장이 결정된 후에 통보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때 덴마크는 검토해본다는 입장이었다. 이렇게 해서 덴마크와는 정보 교환 차원에서 이야기를 했다.
이후에는 아르헨티나 외무부장관과 외상회담을 가졌다. 제가 5월에 아르헨티나를 방문할 것이 예정이 되어 있어 저의 아르헨티나 방문을 환영한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리고 한국과 아르헨티나 양국 간 교역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신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남미공동시장 메르코수르에서 구심점 역할을 하는 아르헨티나와의 긴밀한 협력을 요망했다. 그리고 아르헨티나 쪽에서도 협력 관계가 더욱 발전하기를 바라고 특히 어업 분야 협력 강화를 요구했다. 이때 우리가 아르헨티나에서 어업협력을 하고 있었다. 우리 어선들이 아르헨티나 외곽에서 어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술협력을 했었는데, 이것을 확대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우리의 UN 안보리 진출을 지지해달라는 요청에 아르헨티나는 지지해준다는 답을 주었고, 우리는 그에 대해 사의를 표명했다.
그리고 그해 UN에서 우리가 UN 상비군을 위해서 800명의 병력을 제공한다는 제안을 하게 되는데, 그러한 것들을 한국 정부가 강화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UN 평화유지 활동 강화에 대한 정부 입장을 설명했다. 아르헨티나 측에는 쿠웨이트·모잠비크·사이프러스(키프로스공화국) 등 총 1,500명의 평화유지군을 파견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그것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평화유지군 활동에 대한 정보를 서로 교환한 것이다. 또 북한 핵 문제에 대해서도 설명을 하고, 그때 카를로스 메넴 대통령 방한이 이야기되고 있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연내 방한을 희망했고, 우리는 8월 중에 방한을 해달라는 구체적인 일정을 이야기하고 향후 그것을 목표로 협의를 하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아르헨티나는 “중국 방문과 한번에 엮어서 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이야기했다. 메넴 대통령은 그 후에 한국을 방문했다. 제가 외교부에 있는 동안인 1995년쯤 방문 한 것으로 기억을 한다.
그리고 2002년 월드컵 유치와 관련해 부의장이 아르헨티나 FIFA위원이었는데 그분이 우리 월드컵 유치를 지지하도록 설득해달라고 이야기를 했다. 또 당시 우리가 WTO 사무총장에 출마하고 있었는데, 당시 김철수 상공부장관을 밀고 있었다. 아르헨티나 측에서는 김철수 후보가 찾아왔으며 그때 상당히 좋은 인상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는 같은 라틴 아메리카 쪽에서 나온 카를로스 살리나스 멕시코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입장에 있었다. 그해 로버트 루빈 미국 재무부장관이 저에게 국제전화를 해서 “김철수 후보가 물러나면 그를 사무차장으로 밀고 있으니까 사무차장으로 양보할 수 없겠느냐” 했다. 그래서 대통령께 보고 드리고 승인을 얻어 양보를 했다. 두 마리 토끼를 쫓다가 둘 다 놓칠 것 같아서 결국에 사무차장으로 낙착을 했다. 루빈 장관은 “WTO 총장은 세계 최대 무역국인 미국·이탈리아·EU의지지 없이는 원활하지 않지 않겠느냐. 그래서 한국 측의 입장에 관심을 갖고 보기는 하는데 강대국 사이에서 합의가 이루어져야 하지 않겠느냐” 하는 조언을 했다. 그 당시에 내주 초에 제네바에서 싱가포르가 주재하는 코어그룹 회의가 있으니까 그때 잘 협력하자는 이야기로 끝냈는데, 결론은 사무차장으로 낙착이 됐다.
다음 회담은 3월11일로, 멕시코와 진행했다. 멕시코는 1994년 12월, 에르네스토 세디요 신정부가 출범한 후에 대대적인 개혁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국내 정책을 우리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바라면서 “국제통화기금, 국제결재은행으로부터 510억 달러 도입에 성공했다. 카를로스 살리나스의 동생은 단호히 처벌을 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당시 살리나스 대통령의 동생 라울 살리나스가 큰 사건에 관련되어 시끌시끌했다. 양국 관계와 관련해서는 우리가 APEC·OECD 등 공동회원국으로서 협력관계의 지평이 넓기 때문에 서로 협력해가자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고, 멕시코 측에서는 특히 한국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데 대해서 이견이 없고 희망을 한다는 응답을 했다.
안보리 문제에 있어서는 우리가 멕시코의 지지에 감사를 표시했고, 다음에 제가 멕시코를 방문하기로 되어 있었다. 멕시코는 6월 3~6일 예정된 멕시코 방문을 환영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아르헨티나 회담 이후에 멕시코에서도 화제가 되었는데, 다음에 있는 대통령 남미순방을 위한 정지 작업을 위해서 남미에 1995년에 갔다. 그 이야기다. 그리고 정상 간의 상호방문, 대통령의 방한을 희망한 데 대해서 “임기 초였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곤란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대신 대통령께서 멕시코 방문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특히 미국 UN에 올 기회가 있을 때 한번 오시면 어떻겠느냐” 하고 강력히 희망을 했다. 우리 한국 쪽에서는 “1995년 11월 오사카 APEC 정상회의 때 참석을 하게 되면 멕시코 대통령이 방문할 수 없겠느냐. 그리고 미리 알려주면 좋겠다. 그리고 1995년 APEC 정상회담에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수리남과도 회담을 가졌다. 수리남은 우리나라의 투자를 희망했다. 수리남은 브라질과 무관세협정이 있고 카리브공동체 회원국으로 예정되어 있고, 카리브 연안국 소국가로서 미국과 특별한 협정이 있기 때문에 한국 기업이 수리남에서 제조업에 종사하면 제품을 미국에 수출할 때 유리하다는 이점을 들면서 한국 투자가 유망함을 이야기했다.
온라인뉴스팀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