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형 참모 없어 대선전략 차질 ‘우려’
한나라당 차기 대선 주자 중 한명인 정몽준 최고위원의 마음이 바쁘다. 뜨지 않는 지지율 때문이다. 최근 차기 대통령 후보 선호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이회창 총재나 정동영 전 의장보다 낮게 평가를 받았다. 정 전 의장의 경우에는 지난 총선 서울 동작을에서 정 최고가 근소하게지만 이긴 상대다. 박근혜 전 대표와 비교하면 창피할 정도다. 박 전 대표와는 지지율에서 9배나 차이가 난다. 정 최고의 이런 낮은 지지율 배경으로 주변에 사람이 없다는 평가로 이어진다. 사람이 없으니 참모도 없고 참모가 없으니 정무가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정 최고의 ‘뜨지 않는 지지율’을 살펴봤다.지난 12월 18일 한국언론인협회와 한국여성유권자연맹은 차기 대통령 후보를 묻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35.2%,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1.2%로 1, 2위를 차지했다. 그 뒤로 이회창 총재(6.2%), 정동영 전 의장(5.7%), 정몽준 최고위원(4.0%) 등이 큰 격차를 보이며 뒤를 이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길 리서치가 19일부터 23일까지 조사한 결과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가 26.3%, 반기문 총장이 6.9%였고 정 최고는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와 마찬가지로 3.9%를 기록했다. 한나라당 ‘넘버 2인’ 정 최고가 갖는 정치적 위상이나 경력에 비하면 낮은 지지율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MJ측, 정무형 참모 부재 인정 하지만…
사실 정 최고가 지난 4.9총선에서 민주당 대선후보로 이명박 대통령과 경쟁했던 정동영 전 의장을 이길 때만 해도 분위기는 고무적이었다. 이후 7월 한나라당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서 친이 진영이 전폭적으로 지지한 박희태 후보 다음으로 최고위원에 당선되면서 최고조를 이뤘다.
전당대회 직후인 8월 헤럴드경제가 케이엠조사연구소에 의뢰한 여론조사에서 ‘정치권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큰 정치인’을 묻는 질문에 박근혜 전 대표가 33%로 1위였지만 2위는 정 최고가 14.9%를 받아 4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당내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평을 들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난 12월 정 최고에 대한 거품이 꺼지면서 지지율은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이다.
정 최고가 갖는 높은 상품성에 비해 저평가를 받는 것에 대해 정 최고 주변 인사들은 ‘정무 기능의 부재’를 우선적으로 꼽았다. 정 최고가 주로 만나는 지인들이 전현직 교수, 연구소 박사, 외교관 출신들이 다수다보니 정무적인 조언을 해줄만한 ‘정치형 참모’가 없다는 지적이다.
‘정치형 참모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 정 최고위원실은 순순하게 인정했다. 정 최고위원실의 한 인사는 “정무 기능이 취약하다는 지적은 많이 들었다”며 “사실 정무를 담당하는 참모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시인했다.
이어 그는 “국내 현안에 대해 자문을 받는 지인들은 존재하지만 팀을 구성하거나 전문가 그룹을 두고 있지는 않다”며 “정 최고 스스로 새정부가 1년뿐이 되지 않았는데 대선 행보를 보이는 것에 부정적이다”고 밝혔다.
나아가 이 인사는 “정 최고는 한나라당 입당이후 대선 관련 발언을 일체 자제해왔다”며 “정치권의 분위기가 침체돼 있고 경기도 않좋은 상황에서 차기 운운하는 것은 자칫 대권 경쟁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낮은 지지율 역시 정 최고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 측근은 “6선에 20년 넘게 정치생활을 하고 있는 정 최고다”며 “여론조사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있고 오히려 지금은 새정부를 지원하고 나중에 필요할 경우 정무를 담당하는 전문가 그룹을 만들 수는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정 최고가 명예이사장으로 있는 ‘아산정책연구원’은 활발한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몽준 최고의 ‘싱크 탱크’로 알려져 있는 재단이다. 측근들에 따르면 정 최고가 가끔 재단 이사장인 한승수 전 주미대사와는 현안이 있을 때 만남을 갖는다고 전했다. 그러나 연구원이 정치와는 거리가 있는 데다 아직 활성화된 단계가 아니여서 정 최고는 재단에 크게 기대하고 있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 최고위원이 할 수 있는 것이 국내 현안에 대해 꾸준하게 목소리를 내는 것이 전부인 셈이다. 지난 24일에는 민주당의 점거 농성관련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커다란 도전’이라고 맹비난했다.
친이, 친박 아닌 중립지대 의원 잡아야
최고중진연석회 자리에서 정 최고는 “한나라당의 정책적 판단이 잘못됐다면 차기 선거에서 심판을 받는 것이 대의민주주의 절차”라며 “그러나 지난 총선이 원천적으로 부정선거였다면 말을 할 수 있지만 국민의 투표를 야당이 부정하는 것은 이해 할 수 없다”고 쓴소리를 보냈다.
하지만 현안에 대한 발언은 일회성 성격이 강해 한계가 존재한다. 차기 대권 행보나 지지율과는 무관하다는 점에서 정 최고위원실이 갑갑한 측면이 있다. 박 전 대표의 경우에는 정중동의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기침만 해도 ‘기사화’가 된다는 점에서 비견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당내 60여명의 친박 의원을 둔 박 전 대표의 세력은 부러울 따름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정책 공부도 중요하지만 차기 대선 레이스를 대비해 ‘장기 대권 프로젝트’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하게 나오고 있다. 정 최고의 또 다른 측근은 “MJ의 정치적 행보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라며 “그러나 한국 정치 현실을 감안한다면 정무형 참모를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그는 “당장 당내외적으로 친정몽준 인사를 규합해 세를 확장해야 한다”며 “친이 친박 성향이 아닌 중립지대에 있는 인사들부터 확실하게 정몽준맨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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