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검찰·경찰 ‘국정원 수사권 확대’에 ‘국회 국정원법’ 논란 파워게임 ‘전모’
야당·검찰·경찰 ‘국정원 수사권 확대’에 ‘국회 국정원법’ 논란 파워게임 ‘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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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8-12-30 09:24
  • 승인 2008.12.30 09:24
  • 호수 766
  •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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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지도부 강행처리, 친박 반대표 행사 ‘부담’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와 송영길 최고위원, 박지원 의원이 지난 12월 22일 국회 정보위회의실 앞에서 국정원법 개정반대를 주장하며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한나라당과 정부가 적극적으로 입법화를 시도하고 있는 국정원관련법이 권력 다툼으로 비화되고 있다. 국정원 관련법이 국정원의 직무범위 확대와 수사권 강화라는 측면에서 야당은 인권침해나 정치사찰 등으로 악용될 소지가 높다고 반대하고 있다. 또한 검찰과 경찰 등 사정기관 역시 국정원의 권한과 위상이 강화되는 데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설상가상으로 일부 친박근혜계 인사들마저 국정원법 관련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되면서 한나라당과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국회 로비를 벌이고 있는 국정원 인사들조차 국회에 제출된 6개 법안중 ‘국가정보원법’을 제외한 다른 법안은 직권 상정도 어렵지 않겠느냐는 입장이다.

국정원이 야심차게 추진한 법안은 총 6개다. 국정원의 직무범위 확대를 담고 있는 ‘국가정보원법’, ‘국가 대테러 활동에 관한 기본법’, 해킹.컴퓨터바이러스 등 사이버 위기 발생 가능성을 조기에 차단.예방하는 ‘국가 사이법 위기관리법’, ‘통신비밀보호법’, ‘비밀의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국가정보원직원법’이다.


국정원, 국회·언론·기업 전방위 로비

국정원은 6개 법안 통과를 위해 그동안 대국회 로비활동뿐 만아니라 대언론을 상대로 국정원법 개정의 필요성을 설파했다. 특히 각 언론사 논설을 담당하는 인사들을 접촉해 홍보를 부탁했고 실제적으로 일부 중앙 일간지는 사설란을 통해 ‘국정원법 시대적 요구’라며 국정원법 통과를 강력히 주장했다.

국회에서는 국정원 출신 이철우 의원이 국정원을 대신해 법안 통과를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이 의원은 국정원법 관련 토론회를 개최하고 직접 법안을 발의해 동료 의원 60여명으로부터 사인을 받았다.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한 이 의원측과 국정원측은 ‘예산안이 통과되고 12월19일 이후 통과 된다’고 공공연히 자신했다. 이와 발맞춰 지난달 23일에는 최병국 정보위 위원장이 국정원법 개정안 처리와 관련해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유선진당에 공문을 보내 개정안 대안을 제출해 달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한나라당은 국정원법에 대해 강행처리를 해서라도 통과시키겠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내부를 면밀히 보면 국정원관련법 국회 통과에는 정치적 이해관계와 사정기관들간 파워게임까지 겹쳐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일단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 대표가 법안 통과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지난 12월 8일 이 의원이 개최한 국정원법 개정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홍 원내대표는 축사 자리에서 국정원에게 ‘쓴소리’를 보내면서 주최자인 이 의원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이 자리에서 홍 원내대표는 “국정원법 개정은 헌법 개정 만큼 어려울 것”이라며 수차례에 걸쳐 국정원 직원들이 수사권을 포기한 것에 대해 “바보 같은 간부들이 자기 권한을 포기했다” “멍청한 놈들”이라고 질타한 것이다. 방청석 일부에서 고성이 터져나왔고 일부 국정원 직원들은 토론회장을 빠져 나가는 등 살벌한 분위기가 벌어졌다.

이와 관련 당내 일각에서는 이 의원이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동료 의원에게 ‘홍준표 원내 대표도 찬성하는 법안’이라고 홍 원내대표의 이름을 판 것이 단초가 돼 홍 원내대표가 이 의원 ‘군기 잡기’를 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홍 원내대표는 ‘이 의원과 국정원법관련 얘기를 나눈 적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최병국 의원과 정보위 위원장직을 두고 경선을 벌였던 권영세 의원 역시 국정원법에 반대하고 있다. 권 의원측에서는 “국정원법 개정은 시기상조”라며 “사회적 담론 형성이 되지 않은데다 국민의 신뢰를 받는 기관으로 거듭난 이후에나 개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이다.


검사 출신 홍준표, 권영세 ‘부정적’

특히 홍 원내대표와 권 의원이 ‘검사 출신’이라는 점에서 당내 일각에서는 ‘국정원의 권한 강화’를 반대하는 검찰의 분위기를 반영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왔다. 실제적으로 국정원이 수사권 확대와 휴대폰 감청 허용 관련 검.경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자칫 검.경이 수사를 하는데 관련 법안이 통과될 경우 국정원의 ‘눈치’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당내에서는 법안이 직권 상정된다고 할지라도 본회의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한나라당이 172석으로 과반 의석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친이, 친박 등 계파 갈등이 존재해 ‘표 단속’을 사전에 하지 않을 경우 통과 여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정부와 여당이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단독으로 ‘강행처리’를 할 경우 친박 의원들의 동조는 반드시 필요한 게 집권여당의 현실이다. 당내 60여명으로 추정되는 친박 인사들이 불참하거나 반대표를 던질 경우 ‘여당과 정부가 강행처리를 했는데도 부결됐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자칫 당 지도부의 리더십이 흔들릴 수 있고 더 나아가 ‘원내대표단 줄사퇴’를 맞이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하지만 국정원의 시각은 달랐다. 국정원 한 직원은 “내부적으로도 6개 법안이 전부 직권 상정되는 것은 정부와 여당한테 정치적 부담이 있어 힘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최소한 국정원법 개정안 하나라도 상정되면 통과는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울러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해 친박 인사들의 반대 또한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그동안 박 전 대표를 비롯해 친박 인사들이 당내 한 일이 없다”며 “정부와 여당이 직권상정이라는 무리수를 던졌는데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반대를 할 경우 박 전 대표 역시 당내 역풍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마디로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서 반대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오히려 우리측에서는 직권 상정된 이후 정치적 역풍이 우려 된다”며 “이로 인해 국민들 여론이 악화될 경우 나머지 국정원법의 통과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국정원법을 둘러싼 여야, 국정원 대 검.경 파워게임에 친이, 친박 진영 등 계파 갈등까지 겹치면서 조용하게 법안처리를 희망했던 국정원은 곤혹스럽다는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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