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정부가 직접 금융시장에 개입하면서 부작용이 커졌다는 의혹이 퍼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국민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내놓은 금융상품들이 초라한 성적표를 거두면서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특히 정부의 관치금융이 정책만 내놓고 대책은 없어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 됐다는 비판이다. 그 내막에 대해 일요서울이 알아본다.
40조 원 규모 ‘기간산업안정기금’… 까다로운 지원 조건 탓에 2700억 원만 집행
용두사미 된 ‘장병내일준비적금’… 병역법 이유로 추가 이자 지급 표류 중
정부가 지난해 5월 국가 기간산업을 지원한다며 40조 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조성한 것은 두 차례다. 이 중 2700억 원(0.7%)만 집행됐다. 첫 번째는 산업은행 관리하에 있었던 아시아나항공으로, 산업은행이 기금의 조달과 관리를 맡고 있다. 두 번째는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 관리하에 있던 제주항공이다. 자금난이 심각한 기업은 많았으나 실제 돈을 받아간 기업은 많지 않았다. 이유는 정부가 까다로운 지원 조건을 걸었기 때문이다. 해운업의 경우 150여 곳의 해운사 중 ‘총차입금 5000억 원과 근로자 수 300명 이상’의 조건을 동시에 만족시킨 경우는 10여 곳에 불과해 정작 도움이 필요한 기업은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새희망홀씨’ 언급
부정적 평가 이어져
정부의 관치금융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상생연대 3법’(손실보상법·협력이익공유법·사회연대기금)을 언급하며 추진 의지를 강조했다. 이 대표는 사회연대기금을 제안하며 “정부, 기업, 개인이 기금을 만들어 피해자들을 돕자”며 “코로나 위기를 겪으며 프랑스가 그렇게 했다. 정부와 기업이 함께 소상공인 지원연대기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도 2015년 한·중 FTA를 비준하며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을 조성했다. 이명박 정부 때는 은행들이 ‘새희망 홀씨’를 만들었다”고 언급했다.
올해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 이익공유제 도입 계획을 밝히면서 언급된 적 있던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한·중FTA로 돈을 벌게 된 기업들이 피해를 보는 농어촌에 지원금을 내는 방식이다.
그러나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이미 일각에서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기도 했다. 원래의 취지라면 FTA로 혜택을 본 기업들의 출연금이 기금의 큰 비중을 차지해야 하나, 실제로는 한·중FTA로 본 혜택이 거의 없는 내수 위주 공기업 출연금이 전체의 70~80%에 달했다. 2017년부터 1000억 원씩 10년, 1조 원을 목표로 진행된 이 기금은 3년 차인 2019년 목표치인 3000억 원의 24%인 731억 원을 조성하는 데 그치고 말았다.
그마저도 민간기업은 11.3%에 불과했고 공기업은 88.6%를 냈다. 이후 지난해 말 현재 조성기금 1243억 원 가운데 민간기업은 29.4%를 기록했고 공기업은 877억 원으로 70.6%를 차지해 다소 개선되기는 했으나, 부족하다는 평가다.
군인 우대금리, 정부·여당 방관
2년 반째 표류
2018년 전 은행권에서 출시됐던 ‘장병내일준비적금’ 역시 ‘빈 수레가 요란하다’라는 평가를 받은 적금으로 통한다. 장병내일준비적금은 기본금리 5%에 정부가 재정으로 1% 추가 이자 지급을 약속한 상품이다. 해당 적금은 문 대통령이 “병(兵) 봉급 인상에 따라 저축을 장려하는 다양한 상품을 마련하라”는 지시로 관심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재정 지원을 하려면 병역법이 개정돼야 하지만 정부가 법 개정이 안 됐다는 이유로 2년간 추가 이자를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야당이 나서 법 개정을 하겠다고 나섰으나, 정부와 여당 모두 방관하면서 약속한 추가 이자 지급은 2년 반 동안 표류 중이다. 이 같은 결과에 법적 근거와 예산 심의 과정 없이 졸속으로 추진된 결과라는 비판이 거셌다.
특히 해당 적금은 2018년 8월 출시 이후 660명이 가입했고, 10개월 만에 가입자는 20만 명이 넘었다. 하지만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못했다는 이유로 17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확보하고도 쓰지 못해 여론의 비판은 더욱 거셀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9월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21대 국회에서도 정부와 여당은 법 발의조차 하지 않는 등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며 “대 장병 사기극으로 끝났다”고 비판했다. 이어 “보여주기식으로 말이 앞서고 나중에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국민과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신유진 기자 yjshin@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