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에게 버려진 개들을 맡아 돌보는 사설 유기견보호소가 경제난과 철거 위기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정처없이 길을 떠돌다 개장수에게 팔려가거나 공장에서 착취당할 위기에서 구조된 개와 고양이를 보살피는 유기견보호소.
좋은 취지로 운영하는 곳이지만 인근 주민들의 소음공해·분뇨처리 등 민원으로 인한 벌금이 누적되거나 임야 불법 시설물로 취급돼 지자체로부터 철거 명령이 내려지기도 합니다.
일요서울TV 취재진은 9일 오전 11시경 경기도 파주시의 한 유기견보호소를 방문해 운영 실태를 집중 취재했습니다.
사설로 운영 중인 해당 보호소엔 현재 120여 마리의 개와 고양이가 지내고 있는데요. 이들의 배변 청소, 먹이 주기, 병원 관리 등의 관리는 전부 유기견보호소장이 홀로 도맡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코로나19의 장기화와 정부 방역지침이 강화되기 시작하면서 평소 유기견 봉사를 오던 발길들도 뚝 끊긴 것입니다.
4년여 전까지 근근이 버틸 정도의 후원금이나 사료·병원 치료 지원도 경제난이 심각해지면서 대폭 줄었습니다.
여기다 몇 해 전부턴 인근 주민으로부터의 지속적인 민원으로 200~300만 원 사이의 벌금을 감당해야 했습니다.
(강00 유기견보호소장) 아휴 민원이요. 나도 민원 많이 들어왔어. 많이는 아니지만 나도 민원 때문에 아주 돌아버린 적이 많아요. 주로 이제 시끄러운 거지. 시끄럽다. 그게 가장 큰 이유에요. 다 그래요. 보호소들.
한 시민은 일요서울TV에 “소음에 의한 삶의 질 저하와 집값, 땅값 하락 등을 이유로 대다수 주민들은 유기견보호소를 반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차00 시민) 자꾸 들고양이 두 마리가 오더래. 불쌍해서 자기가 사료를 한 포대 사서 줬다는 거야. 나중에는 열 몇 마리가 오더래요. (그게 근처에 똥 누고 그러니까 그게 싫어가지고) 그렇죠. 주위에 그런 것도 있으니까. 그러면 그 사람들(유기견 보호 반대하는 사람들)은 차라리 당신이 다 관리를 해라. 그런 저거에요. 그니까.
이런 이유로 경기도 외곽으로 밀려났지만, 여기서도 자리잡기란 매우 어렵다는 것이 강모 유기견보호소장의 답변입니다.
(강00 유기견보호소장) 아휴 저기도 마을에서 못 들어오게 했어. (아예 사서 들어온다고 해도요?) 아휴. 텃세 장난 아니야. 여기도 그런데 텃세가 장난 아니야. 외지인이 들어오면, 그것도 동물 데리고 들어오는 거잖아. 싫은 거야 무조건. 노인네들은 무조건 싫은 거야. 반대야.
그래서 그 노인네들 또 설득시키고 막 그랬나봐. 그러려면은 마을에 경소사가 있어요. 그러면 거기에 마을 1년에 한 번씩 축사대회도 해요. 그럼 거기다 후원을 해야 돼요. 여기도 그래. 이 동네도 그래.
또 반려동물 유기 및 유기견보호소를 향한 막무가내식 민원 공격도 보호소의 원활한 운영에 차질을 빚게 합니다.
(강00 유기견보호소장) 본인들도 아마 봤을 것 같은데? 길에 다니면서 안 봤어? 안 보였어? (뭐를요?) 길냥이라던가 유기견들. 보일텐데? (봤죠)
난 그게 무서운 거야. “쟤 어떡해 어떡해?” 이러면서 구조하게 된다고. 뒤를 안 보고 구조를 하는 거야. 그러면 일단 데리고 오잖아? 그럼 어떡해. 아프잖아. 어쩌잖아. 그럼 입원을 시켜야지. 어떤 상태인지를 잡아야만 아니까.
그니까 구조 하시는 분들도 무조건 불쌍하니까 구조를 해. 근데 뒷감당은 못하는 거야. 일단 뒷감당을 못하니까 보호소 같은 데를 막 찾아. 갖다 맡기려고.
근데 느낀 게 책임을 안 져. 책임지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맡기기만 하고?) 처음에는 막 후원도 하고 봉사도 오고. 웃기고 있네. 그 말 안 믿지 이젠. 내가 한 두 번 당한 게 아니니까. 손 떼고 나르는 거야. 안 해.
당초 버려진 강아지들을 지자체 소속 유기견보호소에서 감당할 수 없어서 ‘사설 보호소’가 생겨난 것인데요.
보호소가 철거돼 사라지면, 보호 중인 개나 고양이들은 지자체 소속 유기견보호소로 옮겨집니다. 여기선 곧바로 ‘안락사’로 이어지기 때문에 ‘완전한 구조’라 보기는 어렵다는 한계를 지닙니다.
사설 유기견보호소의 운영을 보장하는 행정 개정 및 법령이 마련되는 것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더불어 반려동물 유기 방지와 유기견보호소를 향한 인정 베풀기 등 시민의식도 개선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2021.02.09 일요서울TV 신수정 기자
신수정 기자 newcrystal@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