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의장 [뉴시스]](/news/photo/202102/441359_358373_494.jpg)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국내에서도 ‘ESG 경영’을 강조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ESG’란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로 ESG 경영은 단순 매출에만 집중하는 기업보다 환경보호와 함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지배구조가 투명한 기업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는 뜻이 담겨 있다.
과거 기업들은 비용 절감과 효율을 가장 우선시했고, 투자자들은 재무적 성과만을 판단하던 전통적 방식 구조에 있었다. 그러나 최근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중요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기업들도 앞다퉈 ESG 경영에 뛰어들고 있다. 이미 선진국들은 ESG를 기업평가의 척도로 삼아 투자 여부를 결정하면서 전 세계는 ESG 경영이 필수인 시대를 맞게 됐다. 일요서울은 ESG 경영 가속화와 함께 적극적으로 책임경영에 나선 기업들을 살펴봤다.
ESG 위원회 신설… ‘기업지배구조헌장’ 제정·공표
인권 보호 선언·증오 발언 근절… 사회적 책임 이행
대한민국 IT기업인 카카오가 ESG 경영을 강화한다. 지난달 카카오는 이사회 산하에 ESG 위원회를 신설해 ‘기업지배구조헌장’을 제정하는 등 ESG 중심 경영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ESG위원회는 회사의 지속가능경영 전략의 방향성을 점검하고 이에 대한 성과와 문제점을 관리·감독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사내이사인 김범수 카카오 의사회 의장이 신설된 ESG 위원회의 위원장을 맡는다.
카카오가 지속가능경영 활동을 위해 공표한 기업지배구조헌장에는 ▲주주 ▲이사회 감사기구 ▲이해관계자 ▲시장에 의한 경영 감시 등 5개 영역에 대한 운영 방향을 담았다. 이는 운영 방향과 전문성·독립성을 갖춘 이사회의 감독 아래 경영진이 책임 경영을 수행하고, 건전한 지배구조를 확립하고 발전시킨다는 선언적 의미이기도 하다. 또한 일반 주주들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기업 홈페이지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도 게재했으며, 해외 투자자들을 위해 영문으로도 제공한다.
인권경영선언문 공개
“차별 없는 환경”
카카오가 지난달 12일에는 구성원과 비즈니스 파트너의 인권 보호 및 이용자의 정보보호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할 의무, 디지털 책임, 친환경 지향 원칙을 담은 ‘인권경영선언문’을 대외에 공개하기도 했다. 카카오는 “적용 대상은 카카오 본사는 물론, 국내외 자회사와 그 구성원을 포함한다”며 “서비스의 이용자 또한 카카오의 인권 존중 원칙을 이해하고 실천할 것을 권장한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구성원의 인권 보호 ▲비즈니스 파트너의 인권 보호 ▲이용자의 개인정보 보호와 표현의 자유 보장 ▲디지털 책임 수행과 친환경 지향 ▲인권 침해 위험에 대한 접수 및 처리 프로세스 등을 공개했다. 출신, 인종, 민족, 국적, 성별, 성 정체성 및 성적 지향 등에 근거한 차별이 없는 근무 환경을 제공하며, 구성원이 인격을 존중하고 역량과 성과에 따라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대우하는 등 차별 없는 근무 환경을 조성한다. 이어 모든 구성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제도를 정비하고 관련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며, 안전·보건·근무시간 등과 관련된 국내외 기준, 관련 법령, 내부 규정을 준수하는 등 구성원의 안전과 건강을 책임진다. 이와 함께 정신적 또는 신체적 구속을 통해 임직원들의 자유의사에 반하는 근로를 강요하지 않으며, 원칙적으로 미성년 및 아동의 근로를 금지하는 ‘강제노동 및 아동노동 금지’도 선언했다.
국내 기업 중 처음
‘증오발언 근절 원칙‘ 적용
카카오는 인권경영선언문과 함께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증오발언 근절을 위한 카카오의 원칙’을 수립해 서비스에 적용한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디지털 공간 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카카오의 구체적인 실천 노력은 디지털 기업 고유의 ESG 활동”이라며 약 1년에 걸쳐 증오 발언 근절을 위한 원칙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국가, 지역 등 출신·인종·외양·장애·질병 유무·사회 경제적 상황 및 지위·종교·연령·성별·성 정체성·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특정인, 특정집단을 공격하는 발언을 증오발언으로 정의했다. 카카오는 이용자의 인권, 존엄성을 훼손하고 안전을 위협하는 이러한 증오 발언에 대해 강경 대처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용자가 카카오 서비스 내 공개된 공간에서 특정인 등에 대한 폭력을 선동하거나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유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카카오는 “증오발언을 근절하기 위해 앞으로도 정책, 기술, 서비스 기획 및 디자인을 고도화해 나가겠다”며 “더불어 사내 교육과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내부로부터의 차별과 증오발언을 경계하겠다”고 밝혔다.
2018년에는 국내 기업 중 최초로 인공지능(AI) 기술 개발 및 윤리에 관한 규범을 담은 ‘카카오 알고리즘 윤리 헌장’을 발표했다. 이용자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2012년부터 매년 2차례 투명성 보고서를 자율적으로 발행하고 있다.
카카오가 ESG 경영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외형 성장을 넘어 규모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본격적으로 이행한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출시 이후 급격한 성장을 이뤘지만, 올해 한국지배구조원이 발표한 ESG 등급에서는 B+에 그쳐 비재무적 역량 측면에서는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김범수 의장은 지난해 3월 카카오톡 10주년을 맞아 “카카오의 지난 10년이 ‘좋은 기업’이었다면 앞으로 10년은 ‘위대한 기업’으로 이끌고 싶다”고 메시지를 전했다. 김 의장은 “앞으로의 10년을 좌우할 시즌 2에서는 새 사업에 대한 고민을 넘어 선한 의지를 가지고 우리 사회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가는 기업이 되겠다”고 밝혔다.
신유진 기자 yjshin@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