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나가는 정치권 쟁점마다 전쟁 치뤄
막나가는 정치권 쟁점마다 전쟁 치뤄
  • 선태규 기자
  • 입력 2008-12-23 10:07
  • 승인 2008.12.23 10:07
  • 호수 765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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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정치권 이슈 결산 MB정부 출범과 18대 국회 개원…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올해에는 18대 국회 개원과 맞물려 광우병 파동, 금강산 피격사건, 경제 위기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줄을 이었다. 정치권에서도 ‘권력’을 둘러싼 암투들이 이어졌다. 여권에서는 소위 ‘친박 대학살’로 얼룩진 18대 총선과 친이-친박간 대립, 친이계내 ‘이상득 용퇴론’으로 불거진 권력투쟁, 대통령 기록물과 관련한 노무현 전 정부와의 갈등 등이 발생했다. 민주당에서도 정세균 체제가 들어선 뒤 민주연대 등이 발족하는 등 분열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한미 FTA 비준, 세계적 경제위기, 대운하, 쌀 직불금 문제, 수도권 규제완화 문제 등이 터져 나와 정국을 뒤흔들었다.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 발생했던 정치적 주요 사건들을 흐름을 쫓아 엮어 봤다.

이명박 정권이 출범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18대 총선거가 치러졌다.

한나라당은 10년만에 정권을 되찾았고 172석의 거대 여당으로 변모했지만, 외형적 승리는 결국 당내 계파간 갈등, 구심점 상실, 당정청 불협화음 등의 전조가 됐다.

총선 과정에서 친박계 인사가 대거 탈락한 것이 시발점이다. 당시 ‘친박 대학살’, ‘3·13 쓰나미’ 등으로 일컬어졌다. 친박계 좌장격인 김무성 최고위원, 유기준, 김재원 의원, 정치적 자문역할을 해온 김기춘, 이강두 의원, 대구 선대본부장이었던 박종근 의원 등이 공천과정에서 고배를 마셨다. 박 전 대표의 수족이 모두 잘려나갔고, 당은 친이명박계 의원들로 채워졌다.

총선 직전 박근혜 전 대표는 “저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는 한마디로 비통한 심정을 표현했다. 그러나 총선 뒤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친박계 의원들이 당선돼 복당하고, 친박연대 의원들도 복당 및 복당 채비를 갖춰가면서 다시 친박계의 위용이 되살아났다.

당내 친이-친박 대결이 감정싸움까지 가면서 대결양상을 보이는 배경이다.

이후 당내 계파간 갈등은 심화됐고, 친이계 의원들은 구심점을 잃고 이명박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뒷받침하지 못했으며, 당정청간 엇박자 현상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친이계 내부에서도 이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의원을 겨냥, 친 이재오계 소장파 55명의 ‘용퇴론’이 나오면서 권력 암투가 벌어지기도 했다. 최근 이상득 의원이 이 전 의원의 복귀를 반대하는 이유들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참여정부의 청와대 e-지원 시스템 복사본을 봉하마을로 옮겨간 이른바 국가기록물 반출 사건도 눈에 띈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되풀이됐던 현 정권의 전임정권 발자취 지우기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기 때문이다.

청와대에서는 “절도죄” 운운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은 “전직 대통령을 흠집내려는 장난을 그만 두라”며 격한 공방을 벌였다. 노 전 대통령은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르는 처지가 됐다. 이와 함께 검찰의 칼날이 참여정부 당시 실세들을 향했고, 노 전 대통령의 고교 동기인 정화삼씨가 세종증권 비리로,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각각 구속됐다. 노 전 대통령의 형인 건평씨까지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과정에서 로비자금을 받은 혐의로 전격 구속되기도 했다.

민주당도 여권에 못지않은 자중지란의 한 해였다. 지난 7월6일 정세균 대표체제가 출범했으나, 5개월간 그가 보여준 지도력은 기대에 못미쳤다. 지지율은 10%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고, 최근 재보궐 선거에서는 호남 텃밭을 민주노동당에 내주는 수모까지 겪었다.

당내 지도부 비판이 최고조에 달할 시점에 나왔던 것이 소위 ‘김민석 사태’였다. 당은 당시 ‘표적 수사’ ‘야당 탄압’ 등을 부각시키며 검찰의 영장집행을 거부했고, 김 최고위원에 대한 검찰수사 협력과 재판출석을 보증하는 ‘신원보증서’까지 검찰에 제출했으나, 결국 김 최고위원은 구속됐다. ‘선명 야당’을 추구했던 지도부는 결국 ‘성과’없이 여론의 질타만 받고 무너지게 됐다.


한나라당, 민주당, 내홍 심화

‘친노세력’들의 결집 움직임, 당내 비주류세력의 모임인 ‘민주연대’의 출범,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추미애 전 의원의 활동 재개 등이 주목을 받았지만, 당 재건을 위한 기폭제가 되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보다 못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이 굳건히 손잡고 시민단체 등과 광범위한 민주연합을 결성하라”고 주문했으나, 이 역시 현실적 한계에 부딪히며 지지부진한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정치권 주변에서는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의 분화도 발생했다. 보수 진영에서 대선후보였던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가 자유선진당으로 독립했고, 진보진영에서는 이념 갈등 속에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으로 쪼개졌다. 특히 선진당이 창조한국당과 결합해 ‘선진과 창조의 모임’이란 교섭단체를 구성해 여야 대립구도 속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해왔던 점은 18대 국회의 새로운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 모두 ‘격동’의 한해를 보냈다. 그 과정 속에서 국제적 경제위기, 남북문제, 수도권 규제완화, 한반도 대운하, 한미 FTA 비준, 쌀 직불금 문제가 발생했다. 최근에는 예산처리 문제로 홍역을 치렀다.

새해에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내홍이 보다 깊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분당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또 대운하, 수도권 규제완화 등으로 인한 갈등도 보다 격렬해질 것으로 보인다.

‘혼돈’의 정치권에 어떤 사건이 또 던져져 파문을 일으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뜨는 인물 박근혜, 지는 인물 이명박과 노무현

이명박, ‘뜨는 해’이자 ‘지는 해’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해가 뜨면 질 때도 있듯 뜨는 인물이 있으면 지는 인물도 있는 법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뜨는 인물이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는 인물로 꼽히고 있다. 10년만에 정권 교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권에서만 놓고 볼 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뜨는 인물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최근 경기회복 조짐과 함께 지지율이 되살아나며 국정운영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한반도 대운하’의 적극적 공론화 움직임을 통해 여권의 활발한 상승기류를 읽을 수 있다. 현 정권의 전임정권 흔적지우기 관행이 최근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점도 이같은 상황을 반영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가 구속되는 사태까지 이르렀고,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을 향한 수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최고의 자리에서 물러난 노 전 대통령은 단연 올해의 지는 별이다. 노 전 대통령의 수족들은 잘려나갔고, 친노세력들은 더 이상 정치권으로부터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과 친노세력들의 무기력한 국정운영이 결국 재생 불능의 오늘날 민주당을 있게 했다는 의식이 여전히 남아 있다. 민주주의 2.0을 통해 올해 초 재활의지를 보였던 노 전 대통령이지만, 최근에는 활동이 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내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가 뜨고 있다. 18대 총선에서 ‘친박 대학살’ 공천으로 위기를 겪었지만, 총선을 통해 되살아났고 현 정부의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반사 이익을 최대한 누리게 된 것이다. 구심점이 없는 친이계 의원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당내 친박계 쏠림현상은 심화됐다. 특히 국민의 지지율이 낮은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박 전 대표가 대립각을 세우며, 이 대통령과의 분명한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대운하 사업의 향방에 따라 ‘뜨는 별’과 ‘지는 별’의 격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은 권력의 정점에 있다. 그는 뜨는 별이자 지는 별이다. 그의 행보에 따라 정치적 자연의 섭리가 바뀔 수 있을까. 이 대통령의 향후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설명 : (왼쪽상단부터 시계방향) 3월6일 한나라당 당사앞에서 청주 홍덕을 국회의원 예비후보 김준환 지지자들이 친박 국회의원예비후보들의 공천 죽이기를 규탄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제 18대 국회의원선거에서 한나라당의 과반의석 확보가 유력한 가운데 당시 강재섭 대표, 안상수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4월9일. 여의도 당사에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기뻐하고 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김근태 전의원이 12월 2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민주연대 창립대회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세종증권 매각비리 연루의혹으로 대검찰청에서 조사를 받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가 12월1일 귀기 중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선태규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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