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 자리에 오를 수 있을까. 대권 구도가 이재명 지사 1강 체제로 재편되고 있다. 이 지사가 ‘1강 체제’를 굳힐 경우 이 지사와 대척점에 서 있는 친문 세력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제3의 후보를 띄운다고 해도 부상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이재명 지사 손을 잡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고민은 친문 분열 양상으로 이어질 조짐이 보인다. 본선 경쟁력을 고려한 호남 친문은 이 지사 공개 지지로 이어지고 있고, 친노·친문의 본산 부산·울산·경남(PK)을 비롯한 영남 중심의 강성 친문 주류 세력은 제3의 후보 찾기에 나선 상황이다.

- 이재명 1강 체제, 이낙연 앞서던 당원·호남에서도 강세... ‘시름’ 깊어지는 친문
- 강성 친문 주류, 이재명과 손잡나 제3후보로 견제하나 ‘갈림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강 체제’를 굳힐 수 있을까. 차기 대권 구도가 재편되고 있다. 지난해 4·15총선 직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강 독주 체제가 ‘이낙연-이재명’ 양강구도로 재편됐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의 혈투로 윤석열 검찰총장이 부상하면서 다시 ‘이낙연-이재명-윤석열’ 3강 구도가 형성됐다. 이제는 이낙연 대표와 윤석열 총장의 지지율이 빠지면서 이재명 지사 ‘1강 체제’로 재편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20%대 지지율에 갇혀 있던 이재명 지사는 처음으로 30%대를 돌파했다. 리서치앤리서치가 세계일보 의뢰로 지난달 26∼28일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를 조사한 결과, 이 지사는 32.5%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2·3위인 윤석열 총장은 17.5%, 이낙연 대표는 13.0%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25일~29일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1.9%포인트)에서도 이재명 지사는 작년 12월보다 5.2%포인트 상승한 23.4%를 기록하며 단독 1위를 차지했다. 12월 조사에서 1위를 했던 윤석열 총장은 5.5%포인트 하락하면서 18.4%를 기록해 2위로 내려앉았다. 3위인 이 대표의 지지율은 4.6%포인트 하락하며 13.6%를 기록했다.
이 지사는 그동안 이낙연 대표가 우위를 점하고 있던 민주당 지지층과 호남에서도 이낙연 대표를 앞질렀다. 앞서 언급한 리얼미터 조사에서 이 지사는 광주·전라에서 8.5%포인트 상승한 22.1%로 1위를 차지했고 이 대표의 선호도는 13.1%포인트 급락한 21.2%로 나타났다. 미디어오늘과 리서치뷰가 지난달 28~31일 실시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는 민주당 지지층에서 이 지사(43%)가 이 대표(30%)를 추월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호남·친문 분열의 신호탄?, 광주 친문 이재명 지지
이 때문에 이 지사와 대척점에 서 있는 친문 세력도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12일 광주를 지역구로 둔 민주당 민형배(광주 광산구을) 의원은 언론을 통해 “현재 시대 상황에서 어떤 리더십이 필요한가. 지금 상황에서는 이재명 지사가 더 적합하다”면서 이 지사를 공개 지지했다. 민 의원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사회조정비서관을 지낸 바 있다. 또 문재인 정부에서는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과 사회정책비서관으로 일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 의원의 이 지사 지지를 친문과 호남 분열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노관규 전 순천시장도 지난달 14일 자신의 지지자들의 모임인 네이버 밴드 ‘노관규를 사랑하는 사람들’에 “불의에 끝까지 굴하지 않고 바른길을 가는 이재명 지사야말로 여러 후보군들 중 가장 나라를 잘 이끌어 갈 혜안과 지도력을 갖춘 분”이라며 이 지사 지지 글을 올렸다.
그러나 친노·친문의 본산 부산·울산·경남(PK)을 비롯한 영남 중심의 강성·주류 친문 세력은 여전히 이재명 지사 비토가 강하다. 지난 1월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각각 ‘당 대표 퇴진 요구 권리당원 찬반투표’, ‘이재명 출당을 위한 권리당원투표’라는 이름으로 올라온 두 개의 게시물에서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지사 지지자들은 격하게 맞붙었다. 강성 친문들이 ‘이재명 출당’ 투표를 주도하며 이 지사에게 반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친문의 분열 문제에 대해 “친문은 단일대오를 유지하고 있지 않고 분화돼 있기 때문에 강성 친문은 이재명 지사를 반대하지만 누가 되든 본선 경쟁력이 높은 사람을 밀겠다고 생각하는 친문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와 강성 친문 주류 세력은 지난 2017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과 2018년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 과정에서 극한 갈등을 겪었다. 강성 친문 주류 세력들은 자신들이 미는 주자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야 자신들이 다음 정권에서도 권력을 누릴 수 있고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이후 정치 보복 위협을 받지 않고 안전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5일 CBS라디오에서 “그분(이재명)이 계속 뜨고 있으니까 현 정권 입장에서는 걱정이 되겠지”라며 “현 권력에 몸담고 있는 분들도 이재명 지사가 대통령이 되면 자기들 다 쫓겨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 수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지금 친문 진영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퇴임 후를 지켜줄 수 있는 사람, 현 권력층들을 계속해서 케어해 줄 사람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성 친문 주류 세력은 ‘친문 적자’로 꼽히던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댓글 사건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그동안 자신들이 밀었던 이낙연 대표의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제3의 대선후보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제3의 후보로는 정세균 국무총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광재‧김두관 의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거론됐다.
그러나 제3의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이 대부분 한자릿수 지지율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이들을 이재명 지사 대항마로 띄운다고 해도 파괴력을 가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이 때문에 공개적으로 드러내지는 않고 있지만 강성 친문은 이번 대선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한 전략 구상에 골몰하고 있다.
친문 핵심인 홍영표 의원은 최근 KBS라디오에서 “무조건 민주당으로서는 문재인 정부 시즌2를 만들기 위해서 당 내에서 선의의 경쟁 또 미래 비전을 가지고 함께하는 경선, 이런 걸 잘 치러서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함께 정권 재창출을 하는 것, 이게 과제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분열 딜레마’ 빠진 친문 이재명과 손잡나, 제3후보 띄울까

최근 친문 진영에서는 ‘13룡 등판론’이나 ‘정당집권론’과 같은 구상이 거론되고 있다. ‘13룡 등판론’은 여권의 잠룡들을 모두 대선 레이스 링에 올려 경선 판을 최대한 키워보자는 구상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 같은 구상이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에게서 나왔다는 말이 돌고 있다.
‘13룡’은 권역별로 보면 호남의 경우 이낙연 대표와 정세균 국무총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서울은 박용진 의원, PK는 김경수 경남지사와 김두관 의원, TK(대구·경북)는 이재명 경기지사,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김부겸 전 의원, 충청은 양승조 충남지사와 이인영 통일부 장관, 강원은 이광재 의원과 최문순 강원지사가 거론되고 있다.
또 ‘정당집권론’은 대선 후보 캠프가 아닌 정당 중심으로 대선을 치르자는 구상을 뜻한다. 친문인 김종민 민주당 2020더혁신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2차 혁신안’을 발표하며 “후보 캠프가 대선공약을 만들고 대통령직인수위가 국정기획을 주도했던 관행을 민주당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포부”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구상들은 모두 친문 주류가 대선 레이스가 이재명 지사 중심으로 쏠리지 않게 하고 자신들의 헤게모니를 유지하기 위한 차원에서 나온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배종호 세한대 교수는 “친문은 무조건 제3의 후보를 띄울 것”이라며 “마지막까지 친문이 이재명 지사 대항마를 가지고 싸워야지 최악의 경우 서로 딜을 할 수가 있다”고 분석했다.강성 친문 주류 세력이 이 지사 견제에 적극 나서겠지만 이 지사의 지지율이 계속해서 강세를 보일 경우 결국 이 지사의 존재를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친문이 제3의 후보를 띄우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그럴 겨를이 있을까”라며 “완전히 새로운 사람을 발굴하자니 남은 시간도 여의찮고 그럴만한 사람도 현재는 안보이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재명 지사가 정책에서 크게 반감을 사지 않는다면 여권의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친문이 이 지사에게 반감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야당에게 정권을 빼앗길 경우 정치 보복 가능성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친문도 정권을 연장하는 것이 우선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지, 후보를 누구로 가야 될 것이냐를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은 앞으로도 점점 더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사랑 기자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