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4월 재보궐 전후 지도부 교체해야

“4월 재보궐 선거를 전후로, 현 지도부를 교체해야 한다” 민주당에 흐르는 내부 기류다. 당내 지도부와 비주류 의원들을 포함한 대부분 당 관계자들이 이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자유선진당에서도 ‘지도부 교체’ 흐름이 감지됐다. 연말을 맞아 일요서울은 여야 의원, 보좌관, 당직자 등 100명을 상대로 현 지도부 체제에 대한 견해, 지도부 교체 방식, 시기, 차기 당 대표, 2009년 이슈 등을 질문했다. 무기명을 원칙으로 했으며, 당만 구분했을 뿐 당별 비율은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또 설문 답변자 중 일부 질문에만 답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번 여론조사는 수치의 정확성보다는 당내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한 취지에서 이뤄졌다. 야권 교섭단체인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에 대한 견해를 정리한 뒤 그 안에 내포된 정치적 의미를 분석했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대체로 현 지도부에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 관계자 30명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답했으며, 비교적 만족한다는 쪽은 4명이었다. 비교적 만족하는 이유는 당 지도부이기 때문(3명)이라는 응답이 다수였고, 현 상황에선 현재의 운영이 최선이라는 상황논리가 뒤를 이었다.
현 지도부에 대한 가장 큰 불만으로는 대여, 대야 리더십이 없는 점이 꼽혔다. 30명이 그렇게 답했고, 6명은 인물을 꼽았다. 한 친노성향 의원은 리더십 뿐 아니라 철학, 대안, 전략 등 총체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이 잃고 있는 국민의 지지를 민주당이 흡수하지 못하고 오히려 지지율을 잃고 있다는 비판도 했다. 대안 정당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물이 부족하다고 평한 한 지방 의원은 “정 대표는 대중적 인지도가 부족하고, 야당 대표로서 투쟁력이 결여돼 있다”며 “못하는 건 아니지만, 지금은 덕장이 아니라 용장이 필요한 시기”라고 지적했다.
지도부 교체 방식은 비상대책위 구성(10명), 조기 전당대회 개최(8명), 2인자 승계(2명) 순으로 나타났다. 지도부를 교체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방식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의견도 많았고, 현 체제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선명한 야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정책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전략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대선에서 통할 수 있는 지도적 인물 양성이 필요하다” 등이 ‘현체제 유지’ 답변의 저변에 깔려 있었다.
당 지도부로 활동하는 한 의원은 “현 지도부에 불만이 있지만, 교체보다는 전략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어렵다고 지도부를 교체하는 것은 이미 망한 열린우리당 전철을 밟는 것”이라며 “한번 선출했으면 끝까지 가야 하고, 임기가 끝난 뒤 책임을 추궁하면 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의원은 “2010년 지방선거까지 그대로 가야 한다”면서 “바꿔봐야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 당직자는 “조기 전당대회는 현실성이 없다”며 “비상대책위를 구성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 다수, 비대위를 통해 지도부 교체해야
당 최고 지도자들조차 지도부 교체에 의견을 모았다. 한 측근은 “당 지도부 운영이 만족스럽지 않고, 대야 혹은 대여 리더십이 부족하며,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지도부를 교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지도부 교체가 필요하며, 2인자 승계 방식이 적합하다”고 했다.
지도부 교체 시기를 묻는 질문에, 내년 4월 재보궐 선거 전후로 답한 사람이 14명으로 가장 많았다. 10월 재보궐 전후와 연말 연초(빠를수록 좋다)가 각각 6명으로 뒤를 이었다. 한 친노계 의원 측은 “현재 상태로 가면 4월 재보궐 선거는 패배가 확실하다”며 “하루속히 지도부를 교체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충청권 의원 측은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워낙 낮기에 인물만 제대로 박으면 재보궐 선거를 해볼만하다”며 “현 지도부외에 대안이 없기에 현 체제 그대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관계자는 “지방선거를 앞둔 10월 재보궐 선거 후가 지도부 교체의 적기”라고 밝혔다.
선진당도 현 이회창 체제에 만족하지 않는다가 6명으로 다수였고, 2명이 만족한다고 답했다. 만족스럽지 않은 이유로는 대야 혹은 대야 리더십 부족, 소통 부족 등이 지적됐다.
당을 끌어가는 힘이 부족하고, 일방적으로 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만족한다고 답한 측은 “현 지도부가 당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고 있고, 잘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심대평 대표도 이회창 체제에 대해 “가장 효율적인 상태”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도부 교체방식과 관련, “이회창 총재, 심대평 대표가 아닌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 “2인자가 승계해야 한다” 등의 의견이 있었다.
당 관계자는 “당에서는 지도부 체제와 관련해서 ‘금지어’이자, 묵시적인 함구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면서 “이회창 체제가 그만큼 강하고, 그외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차기 당 대표로 추미애 의원 압도적
민주당과 선진당은 차기 당 대표로 한나라당에서는 박근혜 의원(6명)과 정몽준 의원(6명)을, 민주당에서는 추미애 의원(16명), 선진당에서는 이회창 총재(10명)를 각각 꼽았다. 그 밖에 한나라당에서는 홍사덕, 홍준표 의원, 강재섭 전 의원이, 민주당에서는 박영선, 송영길, 천정배, 정세균, 김효석 의원, 정동영, 손학규 전 의원이, 선진당에서는 심대평 의원이 거론됐다.
그러나 이 질문에 답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차기 인물로 꼽을 만한 대안이 없다는 이유다.
한 재선 의원은 “추미애 의원 정도되면 한번 기댈만 한다”며 “그러나 이렇게 어려울 때는 최근 국감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박영선, 조경태 의원 등 파격적인 대표를 선출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 측은 “추 의원은 이미 검증됐기에 결과가 같을 것”이라며 “박영선 의원 정도가 괜찮을 것 같다”고 했다.
당 관계자는 “이명박 관리체제로 갈 것이기에 박근혜, 정몽준 의원 등은 차기 대표로 어려울 것 같다”며 “강재섭 전 의원 컴백설이 있다”고 했고, 한 의원 측은 “홍준표 원내대표의 법무부 장관 기용설과 맞물려 대표 격상설이 청와대로부터 나오고 있다”고 했다. 선진당은 이 총재외에 대안이 없다는 데 대체로 의견이 모아졌다.
선태규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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