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 19일은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그러나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1주년 기념행사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두고 고민중이다. 경제도 않 좋은데 ‘자축행사’를 갖는다면 국민적 역풍이 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조심스런 분위기는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던 외곽조직 역시 마찬가지다. 김진홍 목사가 이끄는 뉴라이트 전국연합은 1주년 기념행사를 갈음해 보수단체 공동 후원행사를 가졌다. ‘왕비서관’으로 불리던 박영준 전 기획조정비서관이 이끌던 선진국민연대와 박창달 전 의원의 국민성공실천연합(구 한국의 힘)은 행사를 취소하거나 아예 잡지 않는 등 연말을 조용하게 보내겠다며 ‘몸조심’을 하고 있다.
청와대 홍보파트에서 근무하는 한 인사가 한나라당을 찾았다. 용건은 12월 19일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된 당선일을 기념해 행사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를 논의하기 위해서다. 당 홍보국 인사들과 만난 청와대 이 인사는 한 시간 가량 논의를 벌였지만 이렇다 할 결정을 하지 못하고 청와대로 발걸음을 돌렸다.
불경기에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신과 낮은 지지율 속에 자축 행사를 갖는 다는 것에 대한 국민들의 싸늘한 시선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 회의에 참석한 한나라당 홍보국 한 인사는 “결정된 게 없다”며 “청와대에서 대선 1주년을 맞이해 의견을 구하러 왔지만 답이 없어 그냥 갔다”고 전했다.
이 인사에 따르면 당초 한나라당은 당 전국위원회를 소집해 태안반도에 봉사활동을 하는 것으로 1주년 행사를 갈음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해당 관계자가 300명이 넘는 원외위원장들이 참석해 실상 일할 사람은 30~40명뿐이 되지 않아 오히려 ‘생색 내기용’으로 비쳐울 우려가 있다는 지적으로 취소됐다.
외형상 청와대가 한나라당에게 1주년 기념행사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하는 모습이지만 실상은 당과 청의 입장이 다르다는 점이 합의를 이끄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이 인사의 전언이다.
청와대·한나라당 1주년 기념행사 ‘갈팡질팡’
이 관계자는 “경기도 않좋고 이명박 정부에 대한 민심이 흉흉한 상황에서 굳이 1주년 기념행사를 가져야 하겠느냐는 것이 당의 입장이다”고 전했다. 그러나 청와대에서는 대통령 당선 행사를 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이명박 정부의 1년간 업적에 대해 실수를 자인하는 것으로 공식적인 행사를 치러야 한다는 점에서 상충되고 있는 셈이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1주년 행사관련 갈팡질팡하는 사이 친이명박 외곽조직 역시 청와대 눈치를 보며 행사를 취소하거나 아예 12월 19일 전에 명칭을 바꿔 진행하는 등 편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 외곽조직중에서 가장 먼저 행사를 치룬 곳은 뉴라이트 전국연합이다. 뉴라이트 전국연합은 지난 10일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보수진형 100여개 시민단체와 함께 공동 후원행사를 가졌다.
뉴라이트 전국연합의 변철환 대변인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민주, 민노 시민단체 모여라 하면 진보진영은 일사불란하게 힘을 합친다”며 “그러나 우파진영은 분열돼 있는 데다 자금이 없어 위기 의식의 발로로 행사를 기획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변 대변인은 “대선 1주년 기념행사와는 거리가 있다”며 “사실 내부적으로 우파단체 15명 대표들에다 맹형규 정무수석을 모시고 모임을 가지려 했지만 청와대 반응이 신통치 않아 취소했다”고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시민단체가 선거 때나 필요한 조직으로 인식하고 있는 정치권의 인식에 문제가 있다”며 “우리는 내년 민생경제 대토론회를 개최해 여성의 육아문제와 탁아문제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행사를 통해 국민곁으로 다가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뉴라이트 전국연합의 또 다른 관계자는 “외형상 후원금 모금 행사지만 대선 1주년 기념행사로 보면 된다”며 “경기도 않좋은데 자축행사를 치루기 부담스러워 1주일 앞서 공동 후원금 모금 형식으로 치러진 것”이라고 인정했다.
이 행사에는 청와대 임상진 시민사회비서관이 참석했고 한나라당에서는 공성진 최고위원, 전여옥 의원 등이 참석했다.
뉴라이트 전국연합의 이런 반응은 지난 10월 해체를 선언한 선진국민연대와 박창달 전 의원이 이끄는 국민성공실천연합 역시 마찬가지였다.
선진국민연대 소속 한 인사는 본지와 통화에서 “일단은 1주년 기념행사는 전혀 기획하지 않고 있다”며 “내년 1월에 선진국민연대가 재탄생하기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다”고 밝혔다.
이 인사는 “향후 선진국민연대는 정치적 색채를 버리고 친국민적 단체로 거듭날 것”이라며 “구인호 사무총장이 실무를 맡아 재편 과정에 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기존의 문제 있는 인사들과 조직을 정리하고 대통령을 돕는 조직으로 새 출발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당원 위주의 전국 조직인 국민성공실천연합 역시 대선 1주년 기념행사를 자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상황이다.
MB 3대 외곽조직,‘계획 했지만…’
국실련 핵심 인사는 “대선 1주년 기념행사는 없다”며 “행사를 가질 까 기획을 했지만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해 취소했다”고 전했다.
그는 “1주년 행사보다 이명박 정부가 힘 있게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기둥 역할을 하자는 의견이 많았다”며 “연초에는 국민봉사활동을 통해 새롭게 평가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일조했던 외곽조직이 대선 1주년을 맞이해 조용하게 보내는 것에 대해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청와대 의중이 실린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한나라당 한 인사는 “사조직으로 비쳐질 수 있는 외곽 조직이 이명박 대통령을 업고 대선 행사를 크게 치를 경우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소지가 다분하다”며 “외곽조직은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조용하게 지내는 것이 맞다”고 전했다.
덧붙여 그는 “아마 청와대에서도 1주년 기념행사를 빌미로 외곽조직이 대규모 행사를 치루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라는 것을 들었다”며 외곽조직이 숨을 고르는 것과 관련 청와대의 암묵적 지시 사항이 아니겠느냐고 내다봤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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