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법조인맥에 포위됐다”…법조계 구도 TK 로 옮겨간다

임채진 검찰총장이 거취관련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인 노건평씨가 세종증권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하면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참여정부에 임명된 임 총장 흔들기는 계속 되고 있다. 특히 법조계 일각에서는 PK 출신 임 총장이 TK 법조인 인맥에 포위됐다는 말이 나왔다. 실제적으로 김경한 법무부장관을 비롯해 권재진 대검 차장, 박용석 중수부장, 서울 중앙지검 1, 3차장이 모두 TK 출신이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 역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정 기관 수장이 교체됐고 특정 지역 출신이 권력을 독점했다는 점에서 전혀 낭설이 아니라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임채진 검찰총장에 대한 ‘경질설’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나왔다. 참여정부 시절 임명됐다는 꼬리표가 단초가 됐다. 특히 지난 국정감사장에서 구정권에 대한 사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게 임 총장 탓으로 몰면서 임 총장이 ‘매일 마지막처럼 출근한다’고 밝힐 정도로 긴박하게 돌아갔다.
그러나 최근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의 친형인 노건평씨에 대한 수사와 박연차발 친노 386 운동권에 칼날이 겨냥되면서 수면 아래로 들어갔다. 하지만 세종 게이트에 대한 수사가 연말 전에 마무리된다는 말이 돌면서 재차 임 총장의 거취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임 총장의 거취관련 이번에는 출신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참여정부에 임명돼 경남 남해 태생인 임 총장은 PK 출신이다. 이명박 정부 인사들이 ‘우리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대표적인 TK 법조 인사로 김경한 법무부 장관이 있다. 김 장관은 경북 안동 출신으로 경북고를 나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사시 11회 출신으로 대구지방검찰청에 근무한 경력이 있다.
임 총장, TK 출신 중수부장 임명 ‘떨떠름’
김 장관은 공개석상에서 “사정의 강도가 약하다”고 임 총장을 두고 질책할 정도다. 특히 세종 증권으로 눈부신 활약을 벌이고 있는 박용석 중수부장 역시 고향이 경북 군위로 TK 출신이다. 올해 3월 대검 중수부장으로 임명된 박 부장은 김 장관과 마찬가지로 경북고-서울대 법대를 나왔다. 또한 대구지방검찰청 총무부장을 거쳐 대구고등검찰청 검사를 지낸 이력이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박 중수부장이 임명될 당시 임 총장이 ‘경북고-TK’ 출신으로 반대했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그러나 ‘윗선’의 압력으로 어쩔 수 없이 기용했다는 후문이다. 물론 ‘윗선’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청와대의 밀지를 받은 김 장관이 아니겠느냐는 의혹이 일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임 총장의 다음 직급인 권재진 대검 차장 역시 TK 출신이다. 권 차장은 대구 출신으로 경북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나왔다. 사시 20회 출신인 권 차장은 임 총장의 거취관련 소문이 돌때마다 ‘차기 검찰 총장’으로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 권 차장 또한 대구지방검찰청 상주지청장에 근무했고 중수부장으로 임명되기전까지 대구고등검찰청 검사장을 지냈다.
특히 김경한 법무부장관, 권재진 대검 차장, 박용석 중수부장이 모두 TK 출신에 경북고-서울대 법대 선후배 사이로 서울대 법대를 나온 임 총장이지만 TK출신에 포위된 셈이다.
사시 19회 출신인 임 총장은 28년간 법조인으로 살면서 TK에 근무한 이력조차 없다. 임 총장이 특정 지역인사로 인해 사면초가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도 서울 중앙지검 1차장과 3차장인 최교일 김수남 검사가 TK 출신이다. 이런 상황은 임 총장의 입장에서 검찰 조직의 손과 발이 모두 묶여 ‘무늬’만 총장이라는 조소 섞인 말까지 법조계에서 나온다.
최 1차장은 경북 영주 출신으로 경북고와 고대 법대를 김 3차장은 대구 출신에 청구 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최 차장은 대구지방검찰청 의성지청 검사를 지냈고 김 차장은 대구지검 부장 검사와 판사를 지냈다.
‘검사의 꽃’ 3차장 TK 출신 임명
최 1차장의 경우 서울중앙지검 근무 당시 대학교수와 학원이 조직적으로 연계된 이화여대 체육학부 입시 비리사건을 다루면서 유명세를 탄 바 있는 베테랑 인사다.
특히 서울지검 3차장은 검찰에서 손꼽히는 핵심 보직이다. 3차장 자리는 ‘검사의 꽃’으로 불리고 있으며 검사장 승진에 ‘따논 당상’인 직책이기 때문이다.
인사철마다 서울중앙지검 3차장을 누가 맡느냐가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또한 대통령이나 법무부 장관의 입김이 가장 쎌 수밖에 없다. 역대 정부 역시 제 3차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자주 바뀌었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98년부터 2001년 사이 전남 출신인 김규섭(함평) 전 대전지검장, 이양운(보성) 전 광주고검 차장, 이기배(목포) 수원지검장이 차례로 3차장을 지냈다. 노태우 정부때에는 TK 출신 YS 때에는 PK가 역시 3차장 직을 가장 오래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박한철 전 3차장의 고향이 부산으로 동향 인사를 쓸 정도였다.
이런 3차장 자리에 대구 출신을 기용했다는 점은 이명박 정부가 법조계에서 특정 지역 출신을 중용하고 있다는 점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권력의 속성상 임 총장이 남은 임기를 채우기가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홍준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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