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표 ‘경주방문’ 논란
박근혜 전 대표 ‘경주방문’ 논란
  • 선태규 기자
  • 입력 2008-12-16 09:10
  • 승인 2008.12.16 09:10
  • 호수 764
  • 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친李 친朴 ‘영남권 주도권’놓고 세 싸움
지난 11일 오후 경북 경주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예비역 육군대장 정수성씨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행사장을 빠져나가면서 지지자들에 인사하고 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경주행이 여권을 다시 한번 흔들고 있다. 측근을 위해 행사에 참석한 것이 내년 4월 재보궐 선거를 염두에 둔 행보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친이계 인사들도 경주 방문 일정을 잡고 맞불작전에 나서는 모습이다.

친이-친박 대결 구도가 경주에서 재현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논란이 확산되자, 친박계 측은 재보궐과는 관계없는 행보라고 차단막을 치고 있고, 친이계 측도 서둘러 일정을 취소하는 등 주춤하는 모습으로 반전됐다.

한발더 나아가 후원금과 연관지어 생각하는 시각도 제기됐다. 박 전 대표가 방문할 경우 출판기념회를 통한 책 판매 등이 보다 수월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박 전 대표가 확실히 이슈메이커임을 입증해 주는 이번 ‘경주 방문’ 논란을 집중 조명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11일 경주 방문 일정이 알려지면서, ‘친이-친박’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 때 자신의 안보 특보를 맡았던 정수성(예비역 육군대장)씨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축사를 할 예정이었다.

이 지역은 특히 내년 4월 보궐 선거가 유력한 곳으로 정씨가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친박계 의원은 “정 전 특보가 출마할 생각이 있으니 고향에서 출판기념회를 하는 것 아니겠냐”며 출마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18대 총선에서 석패한 정종복 전 의원이 일찌감치 한나라당 당협위원장을 맡아 지역구를 다지며 재개 의지를 보이고 있었다.

정 전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핵심 측근 중 한명이다. 그는 지난 총선 때 사무부총장을 맡아 공천과 선거의 주요 실무를 맡기도 했다.

지난 총선은 ‘친박계 대학살’이라 일컬어지는 공천이 이뤄진 게 사실이고 그 핵심인사가 정 전 의원이란 점에 비춰볼 때, 박 전 대표의 방문은 정 전 의원의 공천을 못마땅해 하는 모습을 표시한 것으로도 해석됐다.


친이 친박계, ‘충돌’ 논란 회피

정 전 의원이 한창 재개 의지를 보이는 상황에서, 박 전 대표가 내려와 특정 예상후보의 손을 들어준다면, 정 전 의원으로선 향후 행보가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친이계의 맞불 방문은 그런 위기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장제원 의원, 박영준 전 청와대 비서관, 김대식 민주평통 사무처장 등 친이 외곽조직인 ‘선진국민연대’ 출신 인사들이 13일 경주를 방문하기로 했다. 정 전 의원을 간접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경주에서의 ‘친이-친박’ 대결 논란이 확대되자, 친이계 친박계 모두 현 상황에 대해 조심스런 모습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박 전 대표는 11일 대구를 방문해 대구시당 각급 위원회 발대식에 참석한 뒤 경주로 이동해 정수성씨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친이-친박간 갈등’ 양상을 우려한 듯 수행인원을 최소화했다.

친박계인 이정현 의원은 “정 전 특보는 박 전 대표의 핵심 정책특보 중 한 명이었고, 지난 경선 때 그 어려운 상황에서 끝까지 곁에 있어준 사람”이라며 “보궐 선거를 갖고 이러쿵 저러쿵 하는데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특히 “지난 경선 때 홍보특보가 최근 암으로 세상을 떠나자 2번이나 병문안을 했고, 눈물을 보였다”면서 “3년 반 (박 전 대표를) 모셨지만 눈물을 본 것은 처음이고, 측근에 각별한 관심을 갖는 것은 그분의 캐릭터고 성품이며, 경주 방문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친박계 의원도 “박 전 대표의 경주방문을 선거와 연관지어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친이계 측에서도 나타났다. 방문 일정을 취소한 것이다.

장제원 의원 측은 “선진국민연대의 경주방문 일정은 오래 전에 잡혀 있었으며 그저 망년회 자리였고, 박 전 대표의 경주 방문은 일부 보도를 보고서야 알았다”면서 “친이-친박 대결은 더더욱 아니다”고 최근 논란을 부인했다.

장 의원도 “선거 조기과열 모습으로 비치는 것을 원치않기 때문에 일정이 취소된 것”이라고 밝혔다.

김대식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나와 박영준 전 비서관은 경주에 가지 않는다”면서 “나의 경우 그 즈음에 워크숍이 잡혀 있으며, 박 전 비서관도 ‘가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김 처장은 “방문할 예정도 없었고, 박 전 대표가 방문하는 것도 몰랐는데 선진국민연대가 박 전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다”면서 “감히 박 전 대표와 비교가 되느냐. 무척 당황스럽다”고 덧붙였다.

친이계 친박계 모두 조심스런 모습이지만, 박 전 대표의 경주방문으로 이미 친이 친박간 공천경쟁이 시작됐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내년 경주 보궐 선거가 친이 친박의 대리전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도 재보궐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이 총재의 오랜 측근인 이채관씨가 경주 출마를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 총재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친박연대와의 연대 가능성을 내비쳤고, 친박계 중진 의원을 만나 정수성씨의 자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 제기된 후원금 논란

‘출판기념회’와 맞물려, 후원금 논란도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됐다.

박 전 대표가 출판기념회에 참석할 경우 책 판매량이 많아질 수 있다는 예상을 기초로 하고 있다.

선거법 개정으로 인해 정치인들에게 출판기념회는 책 판매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국회의원은 출판기념회와 별도로 후원회를 가질 수 있다. 물론 정수성씨는 아직 국회의원 신분이 아니다. 그러나 입후보 예정자로 분류된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주위에서 출마한다는 얘기만 나와도 입후보 예정자가 되는데, 입후보 예정자의 경우 출판기념회를 할 수 있으나 책값 이외의 돈을 받으면 정치관계법 적용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의원도 출판기념회에서 책 값 이외의 돈을 받으면 불법”이라고 덧붙였다.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정수성씨 뿐 아니라 다른 입후보 예정자들도 출판기념회를 할 경우 책값 이외에 후원금이 오고 갈 가능성이 있고, 그 돈이 선거 등에 쓰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야권 관계자는 “출마자들이 돈을 빌려 선거를 치르는 것은 공공연히 알려진 현실”이라며 “선거를 앞두고, 입후보 예정자가 출판기념회 등을 할 경우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밝혔다.

선태규 기자 august@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