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대 비수도권 대결 격화되나
수도권 대 비수도권 대결 격화되나
  • 선태규 기자
  • 입력 2008-12-09 13:21
  • 승인 2008.12.09 13:21
  • 호수 763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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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규제완화…영·호남 충청 뿔났다
지난 11월 29일 충남 공주 국립공원 계룡산에서 열린 수도권규제완화 저지 결의대회에서 정세균 민주당대표와 최고위원 등 당직자와 당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수도권 규제완화 문제가 정치권에서 재점화됐다.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 발표에 이어 한나라당내에서 수도권 규제 폐지법안이 추진되면서, 다시 촉발된 것이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당들은 수도권 규제완화 투쟁본부를 만들어 외곽에서 투쟁에 나섰고, 당 내부적으로는 제도적으로 규제완화를 저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비수도권 의원들도 규제완화 반대 움직임에 참여하기 일보 직전이다. 한나라당은 ‘논란’ 차단에 나서고 있지만, 큰 흐름을 막기엔 다소 역부족으로 보인다. 보다 긴박해진 수도권 규제완화 논란을 재조명했다.

정부가 8일 발표할 지방발전 종합대책에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한 비수도권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와 충청지역 의원, 당원 등 200여 명은 지난달 29일 대전 계룡산에서 ‘수도권 규제완화 저지 투쟁본부’ 결성식을 갖고,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의 본격 저지에 나섰다.

정세균 대표는 “정부가 내놓은 국토효율화 방안은 지방 죽이기에 불과하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시절에 내놨던 ‘선 지방발전 후 규제완화’ 공약을 어긴 점을 규탄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박병석 정책위의장은 “한나라당 저지로 통과시키지 못했던 세종도시특별법을 자유선진당과 함께 12월 초까지 마련해 최대한 빨리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영남권 민주당원들은 “영남 출신 이 대통령이 수도권 규제완화로 고향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영남의 민주당이 수도권 규제완화 저지 투쟁의 선봉에 서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선 지방발전, 후 수도권 규제완화 원칙을 벗어난 모든 타협안을 거부하고, 규제완화를 반대하는 모든 정치세력, 시민단체, 지역 등과 연대할 것”이라며 “특히 영남지역 한나라당 의원들의 분명한 입장 표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영남출신 민주당원들은 윤덕홍 최고위원, 최철국, 조경태, 박은수, 전혜숙 의원과 원외 지구당 위원장 등이다.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자유선진당도 적극적인 반발에 나섰다.

선진당 수도권 규제철폐저지특별위원회(위원장 이재선 의원)는 1일 전국순회 캠페인을 위한 발대식을 개최하고,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움직임에 전면전을 선포했다. 선진당은 이날 발대식을 시작으로 천안, 청주, 대전, 서울, 제주, 창원 등을 돌면서 규탄대회를 갖는다는 계획이다.

선진당은 이날 결의문에서 “이명박 정부는 경제살리기란 미명아래 수도권 규제의 빗장을 완전히 뽑아냈다”면서 “수도권 규제완화는 수도권에 돈과 자원을 집중시키고 지방을 수도권에 영원히 예속시키려는 반 지방적, 반 시대적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수도권 규제완화에 제도적으로 대응하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이 대표발의할 것으로 알려진 ‘수도권 정비계획법 폐지법안’이 상정되지 않는 것으로 결론났지만, 야권의 움직임은 변함이 없다.

홍재형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8일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전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하면서 “법률안은 정부의 반헌법적, 반균형적 시도를 저지한다는 의의를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8일 지방발전대책, 규제완화 투쟁 향방 가를 듯

민주당 노영민, 박병석, 양승조, 선진당 심대평 의원은 3일 ‘세종시특별법안’ 추진을 위한 공동결의 기자회견을 갖고, “세종시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회견문을 통해 “신행정수도 건설사업은 수도권 집중을 방지하는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첫걸음”이라고 밝혔다. 세종시특별법안은 3개의 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에 제출돼 있으나, 아직 상임위에 상정되지 않고 있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수도권 규제완화와 관련된 규제가 대부분 시행령”이라며 “정부가 시행령 개정시 국회 보고를 의무화하는 등의 제도적 대응책을 논의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비수도권 의원들은 일단 정부의 지방대책 발표를 지켜보고,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은 8일로 예정된 정부의 대책 발표를 앞두고, 지역별 의견수렴을 위해 호남, 제주, 영남권, 수도권 지역과 정책협의회를 가질 계획이다. 또 전국순회 최고위원회의도 가질 것으로 보인다.

한 영남권 지역의원 측은 “각 권역별로 한 곳씩 돌아가며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하는데, 정부의 지방대책 발표에 앞서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것”이라며 “정부 발표에 따라 규제완화 반대 움직임에 합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또 다른 영남권 의원 측은 “지역 사업자들이 부담하는 현행 법인세를 50%만 인하해 줘도 되는 것 아니냐”면서 “그렇게만 되면 아마 당내 비수도권 의원들은 조용히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수도권 규제완화 반대 움직임에 부정적 의견도 있다.

선진당 관계자는 “규제완화 반대에 충청과 강원만 적극 참여하는 것 같다”면서 “이 지역이 최대 피해지역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규제로 인접지역에 공장들이 내려왔으나, 규제완화로 다시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한 수도권 의원은 “규제완화에 조건적으로 찬성한다”면서 “경기북부 지역이 심하게 낙후됐고, 또 국제화시대에 맞게 수도권이 국제 경쟁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지방 재정이 어렵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감안해 규제완화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한 야권 관계자는 “비유적으로 표현하면 정부가 지방에 밑밥을 뿌린 뒤 규제완화를 추진했다면 비수도권의 반발이 이처럼 크지 않았을 것”이라며 “정부가 정말 정책추진을 아마추어적으로 멋대가리없이 한다”고 비꼬았다.

정부의 8일 지방발전 대책 발표 내용에 따라 비수도권의 수도권 규제완화 저지 투쟁의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


선태규 기자 august@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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