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위의 꿈은 없다’… 이재오 복귀반대 움직임
이재오 전 의원의 복귀 논란에 한나라당이 연일 시끄럽다. 정국 쇄신을 위한 내각 개편과 함께 이 전 의원의 중용문제가 연일 정국을 달구고 있는 것이다. 친이재오계 의원을 중심으로 복귀 목소리도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최근에는 이 전 의원 측근들의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이 눈에 띄었다. 복귀 종용을 위한 ‘방미’가 그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순조로운 분위기가 일순간 멈췄다. 이 전 의원도 이 분위기에 호응하다가 어느 순간 멈칫했다. 끊긴 흐름과 당 한켠에서 불고 있는 ‘이 전 의원 복귀 반대’ 움직임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 전 의원 복귀 반대’ 움직임을 중심으로 이 전 의원의 복귀논란을 점검했다.
한나라당내에서 친박계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현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낮은 것도 요인이나, 구심점이 없다는 게 핵심요인으로 지적된다. 내년은 재보궐 선거외에는 큰 규모의 선거가 없는 해로, 이명박 대통령이 국정 철학을 제대로 펼칠 수 있는 기회다.
MB 정부가 다시 친정 체제로 내각을 갖추고, 이재오 전 의원의 복귀를 통해 당의 무게 중심을 되찾아야 한다는 친이재오계 측 주장의 배경이다.
이런 차원에서 내각 개편이 추진됐고, 이재오계 의원과 측근들을 중심으로 ‘입각’ 전제의 이 전 의원 복귀를 위한 움직임이 빨라졌었다.
이재오계인 공성진 최고위원은 “내각 개편시 당정청 전반을 아우르는 인적쇄신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재오 전 의원이 핵심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진수희 의원 등 다른 이재오계 의원들도 ‘조기 복귀’에 힘을 실었다.
특히 이재오계 인사들을 주축으로 한 원외위원장 20여명이 참여하는 모임인 ‘거해’가 이 전 의원의 귀국 촉구를 위해 미국 방문을 추진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복귀를 위한 움직임이 보다 적극적으로 바뀐 것이다.
이 전 의원도 당시 자신의 홈페이지에 ‘거위의 꿈’이란 글을 통해 정치권 ‘복귀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그는 이 글에서 “내 청춘을 다 바친 지난 날에 대해 후회하지 않네. 또 다시 그런 암흑기가 오면 또 싸워야 하지 않겠는가. 그것은 내 인생관이자 가치관일세”라고 썼다.
그러나 이런 흐름이 일순간 끊겼다. 방미 추진이 이 전 의원에 의해 만류된 것이다.
그 배경에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이 있다는 지적이 정치권의 시각이다. 이 의원이 진수희 의원을 통해 그런 메시지를 전달했기 때문에 그 의혹은 짙어진다. 진 의원은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정확하게 기한을 찍지는 않았지만, 당분간 미국에 더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이 의원이 했다”고 밝혔다.
오는 7일에는 권영세, 정두언, 유승민 의원과 정정길 대통령 비서실장이 비공개 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이 의원이 비서실장을 통해 ‘이 전 의원 복귀 반대’ 움직임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대해 권영세 의원 측은 “의례적인 모임”이라며 “이 전 의원 복귀 등과는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참석자들의 면면을 볼 때, 이 전 의원 복귀 논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이재오, 10월 재보궐 출마설
이상득 의원이 이 전 의원 복귀 반대를 위해 움직이는 이유도 관심거리다.
당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 의원이 이 전 의원의 복귀를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당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 의원의 역할은 한나라당을 MB 정당으로 만들고, 권력누수 현상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주요 정적들을 사장시킨 작업을 이 의원이 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 의미에서 타겟은 박근혜 전 대표와 함께 이재오 전 의원도 될 수 있다. 친 이세력이 이 전 의원의 복귀와 함께 이 전 의원에 집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걸림돌이 될 수 밖에 없다.
특히 이 전 의원은 과거 이 의원의 총선 불출마를 주장한 인물로, 이 의원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다. 또 본인이 대선후보로 판단이 서지 않을 경우 정몽준 의원, 김문수 경기지사 등을 전면에 내세우며, 이 대통령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 수도 있다.
또 원만하게 나가고 있는 친박계와의 관계 등도 위태로워지고, 당이 분란에 휩싸일 가능성도 높다. 실제로 한 친박계 인사는 “이 전 의원을 통해 친박계가 보다 결집되고, 관계가 악화될 것을 우려해 이 의원이 이 전 의원의 복귀를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의 복귀는 내년 10월 재보궐 선거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의 재판 일정상 4월 출마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전 의원이 이 의원의 입국 보류 방침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그게 이 의원 입장에서나 외형적으로도 귀국 후 입지에 입각 보다는 유리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한 정치분석가는 “이 의원이 이 전 의원의 조기 복귀를 만류한 것은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때를 기다리라는 의미”라면서 “문국현 대표 재판이 순리대로 끝나는 시점에 개시되는 10월 재보궐 출마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이 전 의원은 지난 4일 뉴욕의 한 강연을 통해 “비자가 끝나기 전에라도 한국에 들어가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그 때는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기복귀 가능성과 함께 이 의원에 대한 불만을 간접 표출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선태규 기자 august@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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