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4·7 재보궐선거가 3개월도 채 남지 않으면서 정치권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최대 격전지인 서울을 놓고 벌어지는 여야의 민심 잡기 대혈투가 과열되고 있다.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압도적으로 밀어줬던 서울 민심이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야당쪽으로 기울면서 여당의 속앓이도 깊어지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10%포인트 이상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자 여당은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여야의 운명을 손에 쥐고 있는 서울 민심은 이번 선거에서는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 민주당 경선 흥행에도 비상,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 본다지만...‘글쎄’
- 국민의힘 ‘투트랙 가동’으로 승부, 서울 ‘중도층’에 승패 갈릴 듯
민심의 바로미터인 서울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와 지난해 21대 총선을 거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다. 민주당은 서울시 국회의원 선거구 49곳 가운데 41곳을 차지하고 있다. 서울지역 구청장 역시 25곳 중 24곳이 민주당 소속이다. 시의원과 구의원도 마찬가지로 절대적 다수가 민주당 소속이다.
조직력에서는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압도하고 있다. 그러나 21대 총선 1년 후 치러지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민주당이 막강한 조직력을 발휘해 승리를 이끌 수 있을지 미지수다. 성난 민심은 여권에게 시간이 갈수록 더욱 더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8∼20일 정당 지지도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2.5%포인트)한 결과 서울에서 민주당은 26.6%, 국민의힘은 35.1%를 각각 기록했다. 두 정당의 격차는 8.5%포인트였다.
이보다 앞선 지난 11∼13일 진행된 같은 기관의 여론조사에서는 서울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34.7%, 민주당은 24.6%였다. 두 당의 격차는 10.1%포인트로 처음으로 두 자릿수 지지율 격차를 보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서울 지역의 민심 이반 현상이 날로 심화되는 상황에서 서울시장 선거의 승패를 가를 최대 쟁점은 ‘부동산 민심’ ‘박원순 파문’을 관통하는 ‘정권심판론’과 ‘야권 후보단일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보궐선거 쟁점 이슈를 잘 관리하는 쪽이 승기를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박영선vs우상호’ 양자대결, ‘인물·정책 승부’
한때 민주당 내에서는 지지율 열세 국면 타개를 위한 중도층 공략 카드로 ‘김동연 차출론’이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우상호 의원 간의 양자 대결로 경선 구도가 확정됐다.
정권심판론 바람이 불 조짐을 보이면서 민주당에게 불리한 선거 여건이 조성되자 출마 예상자들이 몸을 사렸고 결국 후보군이 대폭 축소된 것이다. 출마 문제를 놓고 장고를 거듭하던 박주민 의원도 결국 “이번 보궐선거의 승리가 우리 당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비록 출마하진 않지만, 후보처럼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불출마를 선택했다. 민주당 밖의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도 “언론에 보도되기 훨씬 전 이미 거절의 의사를 분명히 전했다”며 출마 제의를 거절했다.
야권은 후보가 난립하고 있고 야권 후보단일화 문제로 서울시장 선거의 모든 이슈를 장악하는 반면 민주당은 달랑 2명의 후보만이 나서게 된 것이다. 민주당은 당장 경선 흥행 실패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2명의 후보로 정권심판론과 야권 후보단일화 위협을 넘을 수 있겠냐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이 경선을 흥행시켜 주목도를 높이지 못한다면 본선에서도 민주당 후보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박진영 민주당 상근 부대변인은 지난 20일 YTN에 출연해 “후보가 많아야지 흥행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후보가 두 명밖에 없다는 건 좀 아쉬운 측면이 있다”며 “일단 경쟁이 재밌어지려면 첫째 갈등구조가 존재해야 하는데 정책적 갈등을 만들기에는 지금 시간이 너무 짧다”고 지적했다.
박 부대변인은 “둘째, 계파적 갈등이 존재해야 되는데 아쉽게도 민주당에 지금 계파적 갈등이 크게 존재하지 않고 있다”며 “셋째, 후견인 그룹인데 우상호 의원 경우에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지 의사를 밝혔고 박영선 전 장관은 지역구를 친문 핵심 윤건영 의원한테 물려줬는데 윤 의원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굉장히 궁금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인물 경쟁력과 정책 비전을 내세워 승부를 볼 방침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공천관리위원장인 김진표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박영선, 우상호 두 후보가 우리 당으로서는 아주 대표적인 스타 정치인이다. 뛰어난 정치력을 보여줬다”면서 “두 사람의 경선이 아주 재미있고 수준 높은 경선이 될 거다. 축구로 치면 메시 대 호날두 격돌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쉬운 선거는 한 번도 없었다. 누가 실천할 수 있는 정책 추진 능력이 있는가 하는 점에서 저는 시민들께서 국회 다수당, 예산과 입법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집권여당 후보에 대해서 높은 비중을 두고 평가해 주시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우상호 의원도 지난 19일 국회 기자회견 후 경선 흥행 우려에 대해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나 결국은 양강구도라는 측면에서는 다를 바 없다”며 “우리는 정책 대결을 통해 더 아름다운 경선을 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민주당은 ‘박원순 리스크’는 침묵 대응 기조를 잡은 듯하다. 남인순 의원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 측에 성추행 혐의 피소 사실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야당의 총공세가 쏟아졌지만 민주당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민주당은 최대 악재인 ‘박원순 리스크’에 섣불리 나설 경우 역풍만 불러올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박 전 시장 문제에 대해서는 최대한 대응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야권 ‘후보단일화’ 줄다리기로 ‘이슈몰이’, 동시 ‘대여공세’ 투트랙
야권은 ‘후보단일화’ 이슈와 ‘대여 공세’ 투트랙으로 승부를 볼 태세다. 야당은 정권심판론을 자극하기 위해 ‘부동산 문제’와 ‘박원순 파문’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최대 쟁점인 부동산 정책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직접 제시하며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여당을 향해 부동산 정책 기조 전환, 임대차 3법 개정, 부동산 징벌 세금 철회 등을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20일에는 ‘박원순 시정 잃어버린 10년, 재도약을 위한 약속’을 주제로 발표회를 열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기간 실책 부각에 나서기도 했다.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나경원 전 의원의 경우는 공약으로 ‘박원순 전 시장 성폭력 사건 진상조사위원회 설치’를 내걸었다.
야권 후보단일화 문제의 경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국민의힘 간에 신경전이 과열되면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그러나 후보단일화 카드는 야권 경선 최대 흥행 카드이자 최대 ‘리스크’ 요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야권이 단일화 문제를 놓고 지리한 공방을 계속하면서 생산적인 정책 경쟁보다는 소모적인 권력 다툼을 벌인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후보단일화가 불발돼 서울시장 선거가 3자 대결로 치러질 경우 민주당이 승기를 잡을 가능성도 높다.
국민의힘 김무성 전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이 주도하는 마포포럼에서 김종인 위원장을 겨냥해 “우리 당이 벌써 오만에 빠졌다”며 “우리 지지율이 소폭 상승하고 민주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건데, 착각에 빠져서 우리 당 대표 자격이 있는 사람이 3자 구도 필승론을 얘기하기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20일 YTN에 출연해 “3자 대결구도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이기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1:1 구도가 되어야 야권이 그래도 가까스로 이기지. 3자 구도하면 필패”라며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그냥 (안철수 대표를)혼내기만 하면 3월 초에 단일화 원샷 경선이 힘들어질 수도 있다, 감정싸움으로 격화되지 않도록 위기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의 이 같은 서울 민심을 놓고 벌어지는 대혈투는 결국 중도층이 승패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현재 민주당이 정당 지지도에서 국민의힘에 열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지만 코로나19 재확산 사태가 안정되고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될 경우 민심은 다시 역전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있다. 여권이 적극성을 보였던 ‘전국민 4차 재난지원금’ 지급 여부도 핵심 변수 중 하나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현재 야당이 유리하고 민주당이 불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변수는 얼마든지 있다”며 “중도층, 부동층을 사로잡을 묘책을 내는 쪽이 유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사랑 기자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