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윤석열 검찰총장 탄핵 주장 등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의 광폭행보를 둘러싸고 정치권 안팎에서 파장이 일고 있다. 친문 후보로 분류됐던 김경수 경남지사, 안희정 전 충남지사, 조국 법무부 장관 등이 이탈된 뒤 친문 일각에서 ‘이재명-이낙연’ 구도를 흔들 대타를 찾는 과정에 ‘김두관 대안론’이 흘러나오면서부터다. 김두관 의원도 친문 세력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연일 목소리를 높이면서 동분서주하고 있다. 친문 진영에서 ‘영남권 대선 후보’ 찾기에 시동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 복심’이라고 불리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과 회동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나아가 ‘청와대발 김두관 낙점설’까지 흘러나오면서 이른바 친문 진영에서 김두관 띄우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 진위를 살펴봤다.

- 윤석열 탄핵 주장후 ‘정중동’속 친문적자 되기위해 ‘동분서주’
- 최근 청와대 극비방문 확인...대통령 면담설에 ‘낙점설’까지 확산
- 미국 떠나기 전 ‘대통령 복심’ 양정철 만나 향후 행보 논의(?)
친문계는 영남 후보를 찾을 것이다. 여권이 비영남 후보를 내면, 보수진영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이 한 말이다. 실제 민주당의 대선 전략은 ‘영남후보 띄우기’다. 호남의 압도적 지지층을 바탕으로 부산‧경남 출신 인물을 대선 후보로 내세워 영남권(부산‧경남, 대구‧경북) 표를 갈라놔야만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인식이 짙게 깔려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여권 대선주자로 1위와 2위를 차지하고 있을 때 여권 내에서 ‘이 대표는 호남 주자’, ‘이 지사는 친문세력으로부터 거부감이 강하다’는 말과 함께 ‘민주당 대선 후보’는 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 흘러나온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대선후보는 김경수’라는 말이 여권은 물론 야권에서도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인해 향후 행보를 확신할 수 없는 데다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역시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유죄를 받는 바람에 ‘부산‧경남(PK) 출신 대선 후보 찾기’는 쉽지 않은 상태다.
재난지원급 등 이재명 견제, 친문에 러브콜 보내는 김두관
이런 가운데 ‘리틀 노무현’이라 불린 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주목을 받고 있다. 우선 김 의원의 이력을 살펴보면 경남 남해군 이장을 시작으로 남해군수, 행정자치부 장관, 경남도지사를 지낸 데 이어 최근에는 경남 지역구에 기반을 뒀다. 두 번의 대선 출마로 친문과 다소 사이가 멀어졌지만 지난 총선에서 경기도 김포를 떠나 낙동강 벨트 최전선인 경남 양산에 출마하면서 친문 지도부에 가까워졌다. 특히 김포에서 양산으로 출마하는 데, 친문 핵심가 막후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최근에는 연일 강경발언을 쏟아내며 친문진영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14일 “김종인 최고위원의 발언이 옳다”며 이재명 지사의 ‘경기도 내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공개 비판한 김종인 최고위원을 옹호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방역체계가 지역별로 따로 가면 허점이 생길 수 있다”며 ‘김종민 최고위원이 경기도 자체의 두 번째 재난지원금을 지적한 건, 시의 적절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와 협력해야 한다. 감염병과의 전쟁에서 방역이라는 준 전시상태를 흐트러뜨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뒤 “재정 정책은 목적, 규모, 시기, 예측가능성 등 네 박자가 맞아야 성공한다. 지급 시기는 3차 대유행이 지날 때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지사에 대한 ‘친문계’의 견제가 시작됐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김 의원도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이에 앞서 김 의원은 민주당 의원 모두에게 서한을 보내 “검찰총장 탄핵에 힘을 모아달라”며 “사법부와 행정부를 통제하고 견제하는 것이 입법부의 역할이자 책무이며 탄핵소추권은 입법부의 가장 전통적인 무기”라고 호소했다. 민주당 의원 다수가 헌법재판소의 기각과 국민 여론 악화 등을 우려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국회 탄핵 소추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으나 김 의원이 민주당 의원 전체에 탄핵을 촉구하는 편지를 보낸 것이다.
김두관, 청와대 방문하고 미국 떠나는 양정철 만나고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친문 영남 후보’를 내세운 김 의원의 대권 행보가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한 의원은 “김 지사가 대권에서 멀어진 후 김 의원이 ‘영남 친문’이라는 점을 내세우는 것 아니겠냐”며 “그러기 위해서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가 하면, 이재명 지사 등과 각을 세우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의원의 강경 발언은 ‘강성 친문 표심’을 구애하기 위한 일환이라는 얘기다.
이런 와중에 ‘청와대 김두관 낙점설’이 여권을 중심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최근 김 의원이 청와대로 호출을 받아, 청와대를 방문했다. 그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을 했다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김두관 낙점설’이 급격히 퍼졌다. 이에 대해 김 의원 측에서는 “청와대를 방문한 것은 맞다”고 했으나 누구를 만났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문 대통령이 김 의원과의 만남을 요청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행’을 결심한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조만간 만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두 사람은 이 자리에서 향후 행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는 전망이 정치권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 탄생 일등공신’인 양 전 원장이 미국을 다녀온 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모종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양 전 원장과 가까운 한 인사는 “대선이 끝난 난 뒤 돌아올 수 있다”면서도 “여의도가 양 전 원장을 그냥 두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양 전 원장을 필요로 하는 곳이 분명 있다”며 “개인적 역량, 친문 진영에서의 지분 등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청와대를 방문한 이후 김 의원이 양 전 원장을 만나는 것을 두고 두 사람이 손을 잡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 의원은 ‘리틀 노무현’으로 친문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으려고 하는데다 민주당의 대선 전략인 ‘PK 후보’라는 점과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여권, ‘청와대 낙점설’에 “소설같은 얘기”, “현실화 될수도”
그러나 여권 인사들은 ‘김두관 대안론’, ‘청와대 김두관 낙점설’에 대해서 “하나의 소설에 불과한 것 아니냐”고 말한다. 여권 내 한 관계자는 “PK 후보 찾기 등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서 PK출신인 김두관 낙점설로 이어진 것 아니겠느냐”며 “청와대에서 후보를 낙점한다고 해서 대선에 올라갈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의원은 “경수의 수를 넓혀보자는 차원”이라며 “지금 시점에서 후계자 선정은 이르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청와대 김두관 낙점설’, ‘김두관 대안론’이 하나의 소설에 불과할 지, 아니면 ‘김두관 대안론’이 현실화 될지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김 의원은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끝난 뒤 대권 출마 여부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늘 시대가 요구하는 것에 대해 정치인은 답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끝나고 나면 아마 대선국면으로 갈 텐데, 그때 쯤이면 제 결심을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다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의원의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이기우 언론인 ilyo@ilyoseoul.co.kr
시대가 될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