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제2 친정체제 구축…대규모 인사 태풍 예고
MB, 제2 친정체제 구축…대규모 인사 태풍 예고
  • 선태규 기자
  • 입력 2008-12-02 10:30
  • 승인 2008.12.02 10:30
  • 호수 762
  • 8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창당11돌 맞은 집권여당 한나라당 “왜 썰렁하나”
지난 11월 21일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박희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들이 창당 11주년 기면 현판식을 갖고 있다. 한나라당은 염창동 당사에서 지금의 여의도 당사로 옮긴 뒤 1년 6개월 동안 현판이 없는 상태였다가 이날 창당 11주년을 맞아 새 현판을 마련했다. 왼쪽부터 임태희 정책위의장, 정몽준 최고위원, 홍준표 원내대표, 박희태 대표, 허태열 최고위원, 공성진 최고위원, 안경률 사무총장.

한나라당이 창당 11주년을 맞았다. 10년만에 정권교체도 이뤘고, 172석의 거대 여당으로 거듭났지만 기념식 분위기는 을씨년스럽게 쓸쓸했다. 경제위기도 요인이지만 골이 깊어가는 친이-친박간 갈등, 정책사안마다 보여주는 당정 엇박자 등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위기 타파를 위해 이명박 대통령이 개각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는 친정체제 구축 논란으로 시끄럽기 그지없다. 개각 시점과 함께 장관 후보들이 벌써부터 회자되고 있다. 정부에서도 관련 움직임들이 엿보인다. 여권의 ‘친정체제’ 구축 논란과 함께 개각과 관련한 여권의 움직임들을 집중 조명했다.

한나라당은 지난달 21일 창당 11주년을 맞아 현판식과 박희태 대표의 기자간담회로 기념식을 갈음했다. 현판식에 이은 간담회에서 박희태 대표는 “만파식적을 불러 나라가 평온해지고 국민이 격양가를 부를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라며 현재 경제위기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박 대표는 “창당 11주년을 맞아 국민의 심부름을 더욱 열심히 하겠다”고도 했다. 한나라당의 현주소를 암시하는 대목들이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친이-친박계로 갈라져 사실상 ‘한지붕 두가족’ 형태로 운영되고 있고, 당정청간 이견의 골도 점점 깊어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내 공무원들도 현 정부를 잘 따르지 않고 있고, 장관들도 아직 이 대통령의 코드를 맞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경제위기 뿐 아니라 여권 전체의 위기의식이 ‘친정체제’ 개각 논란의 배경으로 자리하는 것이다.

개각 가능성은 높다. 후임 장관에는 정치권 인사가 유력한 가운데 장관 인선이 어떻게 이뤄질지가 최대 관심사다. 친이계 의원들로 진용을 꾸려야 한다는 측과 친박계를 아울러야 한다는 측으로 입장이 엇갈리는 지점이다.


친이재오계 공성진 의원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지지율 70-80%에서 출범한 정부가 8개월만에 30%대로 떨어진 것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역량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인적개편과 관련, 개각 뿐 아니라 청와대 비서진까지 전폭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정권창출 주역으로서 정권과 성패를 같이 할 사람들이 중용되야 한다”면서 “이재오, 이방호 전 의원, 정두언 의원 등이 모두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오계 진수희 의원도 “내년은 MB식 개혁의 적기이기에 총력체제를 구축해 과감한 개혁을 해야 한다”면서 “대통령을 만든 사람들이 다시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게 주변의원들의 공통된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 충신그룹 ‘안국포럼’의 한 멤버도 “대통령을 만들었던 사람부터 먼저 등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개각 인선, 친정체제 대 탕평인선 대립각

반면 중도성향의 원희룡 의원은 “경제위기 타개에 초점을 맞춰 탕평 거국 내각을 구성해 한다”면서 “좌우 이념을 떠나 위기관리 능력과 국민의 신뢰를 받고 있는 인재를 친박계 의원, 전정권 관료 출신 인사 등까지 검토해 발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국포럼 전 멤버였던 한 인사는 “이재오, 이방호 전 의원의 복귀가 경제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해결책이 되느냐”면서 “제2 친정체제 구축은 전혀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친박계 윤창현 의원은 “경제 위기 속에서 친박 친이 구분은 전혀 의미가 없다”면서 “친박계 인사들이 장관에 발탁이 안된다해도 전혀 불쾌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에서도 개각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한 여권 인사는 “이 대통령의 측근 중 측근으로 분류되는 원세훈 행전안전부 장관을 중심으로 개각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가 공식 부인하고 있지만 국무총리실에서 이미 현직 장차관급 인사들에 대해 인사 평가를 끝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여권에서는 특히 개각 폭과 시점까지 언급되는 구체적 예측까지 나돌고 있다.

3-4명 장관이 교체되는 소규모 개각과 8-9명 정도가 교체되는 대규모 개각이 예측의 주 요지다. 소규모 개각이 이뤄질 경우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전광우 금융위원장 등이 교체될 수 있다.

대규모 개각이 이뤄지면,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김하중 통일부 장관,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유인촌 문화관광체육부 장관 등까지 추가로 교체 대상에 올라간다. 특히 강만수 장관 후임으로 경제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인사로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과 김석동 전 재경부 차관 등이 거론돼 눈길을 끌고 있다.

개각 징후들도 나타나고 있다. 장관들이 해외 순방을 자제하며 우왕좌왕하는 모습들을 보이거나 장관을 포함한 공무원 조직과 현정권간 삐걱거리는 모습들이 비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개각은 기정사실화된 것 같다”면서 “학자출신의 일부 눈치없는 장관들은 이 시점에서 해외순방에 나선다고 하고, 눈치빠른 장관들은 그들을 말리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고 전했다.


현직 장관들, 이 대통령 코드 못맞추고 있어

한 여권 인사는 “현직 장관들이 이 대통령의 뜻을 못맞추고 있고 오히려 차관들이 눈치빠르게 이 대통령의 뜻에 호응하고 있다”면서 내각 운영상의 엇박자를 꼬집었다.

그는 이어 “현 정권이 아직 공무원 조직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특히 공무원들이 말을 안듣는다고 1급 공무원들을 손본 것은 잘못 건드린 것 같다. 공사부터 처리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달 23일 1급 공무원의 경우 사법부, 입법부, 지방공무원과 마찬가지로 신분 보장을 못하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한 ‘고위공무원단 제도 개편 추진계획’을 발표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여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경제위기 타개를 위해서는 친박계 의원들까지 입각시켜야 하나 정부내 엇박자 정황상 친정체제 구축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면서 “총리까지 교체되는 대규모 개각도 예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재오 전 의원 등이 복귀하면서 친박계 인사가 입각에서 배제될 경우 당내와 전국적으로 세력을 굳건히 갖추고 있는 친박세력이 현정권의 큰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각은 ‘새해 예산’ 처리가 끝난 뒤에 이뤄질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이달 초까지는 끝낸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정부 여당이 재수정 예산안을 편성하지 않을 경우 계수조정소위 심사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버티고 있다. 과거 예산안 처리 전력상 내년 초가 개각 시점으로 유력해 보인다. 김형오 국회 의장도 예산안 강행처리 불가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당 관계자는 “새해 예산이 심의중인 상황에서 개각은 어려울 것”이라며 “변수는 있겠으나 내년 초쯤에야 개각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태규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