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 마니아 내놓고 활동박정희 전대통령이 ‘박정희 향수’를 자극하며 두터운 마니아층을 갖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전두환 전대통령 역시 ‘열혈 추종자’들을 거느리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난 2003년 9월 개설된 전사모는 초기에는 2,000명 정도의 회원에 불과했지만 드라마 ‘제5공화국’이 방영된 후 급증, 현재는 1만2,000명 이상의 회원을 거느린 대형 집단으로 성장했다. 전사모 운영자 A씨는 1일 “전사모는 순수한 친목모임일 뿐 정치적인 목적으로 모인 단체가 아니다”라는 말로 입을 열었다. 전사모는 ‘전두환’이라는 인물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광적인 집단이 아니라 순수하게 ‘인간 전두환’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것이다.목적은 전씨의 ‘명예회복’. A씨는 “국민들이 각하의 업적과 통치행위, 인간적인 매력에 대해 자세히 알게 하고, 왜곡된 진실을 바로잡는 것”이라고 모임의 취지를 설명했다. 즉 전씨가 재평가되어 국민들에게 추앙받고 존경받는 역대 대통령으로 기억되게끔 만들겠다는 것이다.A씨에 따르면 회원들은 40~60대 남성이 주류를 이루는데, 이들은 전씨가 집권할 당시 주체가 됐던 세대들이다. 실제로 회원 중에는 당시를 태평성대로 표현하며, ‘그때가 살기 좋았다’며 향수를 느끼는 이들이 상당수다.
인터넷 카페 찬양글 일색
이들은 인터넷 카페를 통해서도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카페는 10·26의 진실, 12·12의 당위성, 5·18분석을 비롯, 전 전대통령의 업적 및 사진, 최근 동정 등의 코너로 꾸며져 있다. 카페는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등 전씨에 대한 찬양글 일색으로 여느 팬카페를 방불케 한다. 피의 역사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전씨를 ‘흡혈 살인마’라며 맹비난하고 있지만, 전사모에서 그는 그야말로 ‘구국의 영웅’으로 꼽힌다. 회원들은 “각하는 서민이 잘사는 정의사회구현과 복지국가건설을 이룩했던 위대한 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씨가 집권했을 때는 유사 이래 가장 이상적인 통치가 이뤄졌던 시기였다는 것이다. 전사모 “그때가 그리워…”
평화의 댐, 88올림픽 유치, 통행금지 해제, 교복과 두발 자유화 등 전사모측이 언급하는 전씨의 업적은 무궁무진하다. 특히 물가를 안정시키고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등 서민경제를 살린 부분은 그의 업적 중 으뜸으로 꼽힌다. 전사모측은 “정말 살기좋았다. 열심히 일한만큼 잘살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니 모두들 신바람이 나서 일했다.
트럭 운전 3년만하면 집을 살 수 있었던 것은 그 시대였기에 가능했다. 그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사실”이라고 말했다.치안문제 역시 전씨의 탁월한 업적으로 거론되는 부분. 논란이 되고 있는 삼청교육대에 대해 전사모측은 이렇게 반문했다. “한밤중에도 부녀자가 안심하고 다닐 수 있었던 때였다. 요즘 같은 성폭행 사건은 당시에는 꿈도 꿀 수 없었다. 물론 억울하게 희생된 사람도 있지만 삼청교육대 때문에 민생치안은 최고였지 않나.”
세간의 시선 곱지 않아
하지만 전사모를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은 그다지 곱지않다. 그렇다면 노사모, 창사랑, 박사모 등 특정 정치인 지지단체보다 전사모가 유독 도마 위에 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제는 전씨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전사모측의 ‘충성’이 지나치리만큼 강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전사모의 배후세력에 대한 추측이 난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전사모의 뒤를 봐주는 인물이 있다’, ‘친목모임을 가장한 정치집단’, ‘전두환이 비밀리에 후원하고 있다’, ‘정치적인 꿍꿍이가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것이 사실. 한 정계 관계자에 따르면 전씨는 여전히 살아있는 권력이다. 그가 만든 ‘하나회’와 군조직은 와해되고 정치권에서도 영향력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지역사회에서 전씨의 영향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영남지역에서 전씨는 가장 환대받는 인사중의 하나라는 것. 이어 그는 “우리사회에 뿌리깊게 박혀있는 옛 군사정권 인사들의 입김은 아직도 유효하다. 지방과 산하군소단체에서 전씨는 조직의 우두머리와 같은 입장”이라며 “마치 조폭 두목이 현역에서 물러나더라도 대우를 받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살인마라는 오명을 쓰고 천문학적인 비자금 비리에 연루되긴 했지만 전씨가 떴다하면 지역의 경찰서장을 비롯한 권력기관장들이 ‘각하’라는 깍듯한 호칭을 써가며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갖춘다는 것이다. 또 전씨 주변에는 여전히 5공의 실세뿐 아니라 십여명의 경호원이 따라다니며 철저한 신변보호에 나서고 있다는 후문이다.
과격 추종자도 상당수
전사모에서는 전씨의 재집권을 열망하는 목소리가 높다. 많은 회원들이 ‘각하가 돌아와야한다’, ‘각하의 강한 리더십만이 살길이다’, ‘각하가 집권하는 세상에 살고 싶다’며 전씨의 컴백을 종용하는 분위기다. 전사모의 운영자는 “일부 과격한 회원들 중에는 어르신이 다시 집권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상당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전씨의 정계활동이나 어떤 정치적인 목적을 위한 전사모의 움직임은 없다고 못박았다. 고령인 전씨가 정치판에 컴백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운영자는 “재집권 발언은 전 전대통령이 억울한 ‘누명’을 벗고 남은 여생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기를 바라는 전사모 회원들의 충정심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전사모가 전씨를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는 이유는 그의 리더십 때문이다. 지지자들은 전씨가 권력을 잡는 과정에서 보여준 카리스마와 결단력, 집권당시의 추진력에 강한 향수를 느끼고 있다. 현재같은 혼란 정국을 벗어나려면 전씨의 강력한 지도력이 필요하다는 것.일부는 “각하였다면 불순한 모든 것들을 모조리 쓸어버렸을 것”이라며 현정부의 무능력함을 탓하고 있다. 특히 “보통 사람을 부르짖던 X, 문민정부를 외치던 X, 준비되었다고 큰소리치던 X, 보톡스와 쌍꺼풀로 위장한 X도 모두 보내버려야 된다”는 식의 과격한 글도 상당수. 운영자는 “10·26 및 12·12사태, 5·18과 제5공화국의 통치행위 등이 재조명이 되어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지길 바란다”는 바람을 나타냈다.확실한 것은 그가 집권했던 80년대는 세계 1위의 경제성장을 일궈냈던 화려함 뒤에 총칼과 군홧발에 피흘렸던 시민들의 한이 공존했던 격동의 시기였다는 점이다. “29만원이 전재산”이라는 초유의 거짓말로 온 국민의 분노를 샀던 전두환 전대통령이 밑바닥까지 추락한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역사의 심판에 맡길 일이다.
# 전사모 운영자 A씨 인터뷰“배후세력 운운은 말도 안돼”
전사모 운영자 A씨는 “전두환 전대통령을 좋아하는 것은 특정 연예인을 좋아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자신과 성향이 다르다고해서 전사모를 비방할 필요는 없다”며 세간의 비난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특히 일부에서 제기하는 배후세력설 및 정치카페설에 대해서는 완강히 부인했다.
- 전사모를 만들게 된 배경은.▲ 순수하게 어르신을 좋아하는 마음에서였다.
- 모임의 목적은.▲ 어르신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들을 알림으로써 명예회복을 시켜드리고자 함이다.
- 회원수가 상당한데.▲ 어르신을 좋아하고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놀랐다.
- 어떤 활동을 하나.▲ 전국에 퍼져있는 회원들끼리 친목도모를 하거나 어르신을 재조명하는데 도움이 되는 글을 카페 게시판에 올리는 일 등이다. 정치적인 활동은 없다.
- 전사모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높은데.▲ 어르신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대개 20~30대의 젊은층이다. 즉 어르신이 집권할 당시를 기억할 수 없는 나이다. 5·18에 관한 부분만해도 그렇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살인마’로 몰아세우며 무조건적인 비난을 쏟아붓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 전두환 전대통령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나.▲ 없다. 운영자들 중에서도 어르신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 배후세력에 대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데. ▲ 배후세력도 없고 일절의 후원도 없다. 모임은 순수하게 회비로 운영된다.
- 전사모와 한나라당을 관련짓기도 하는데.▲ 말도 안된다. 어르신이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탓에 나온 말일 것이다.
- 전 전대통령의 건강 및 근황은.▲ 외부에서 건드리지만 않으면 무슨 일이 있겠나. 워낙 배드민턴을 열심히 하셔서 그런지 건강도 양호한 걸로 알고 있다. <향>
이수향 thelotu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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