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돈이 줄줄 샌다 고령 조경수 유통센터 실태
나랏돈이 줄줄 샌다 고령 조경수 유통센터 실태
  • 오경섭 기자
  • 입력 2008-11-25 10:29
  • 승인 2008.11.25 10:29
  • 호수 761
  • 12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무자격 편법 영농조합 법인대표 취임의혹
(왼쪽상단시계방향) [사진1]대구경북 조경수 유통 영농조합 정관에 따르면 최씨는 조합원 자격이 없다. [사진2]최씨의 대표이사 사임 관련 공문:한국조경수협회는 공문을 접수하고도 최씨를 회원명단에서 제외시키지 않았다. [사진3]조합등기부등본 공동대표 곽씨의 해임이후 최씨가 단독대표로 취임하면서 조합원수가 4명으로 줄었다. [사진4]영농조합 이사들이 대표이사 최씨를 고소하면서 고령경찰서에 제출한 서류.

<일요서울>이 시리즈로 기획하고 있는 국고낭비의 사각지대 산림청 편, 국가지원자금의 방만한 운영을 다룬 1탄에 이어 법의 맹점을 이용해 무자격자가 영농조합 법인 대표로 취임한 사례를 고발한다. (본지 760호 참조)

이것이 비농업인의 편법 직불금 수령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들이 국가자금을 운영하는 영농조합을 경영하기 때문이다. 임업 경력이 없다보니 조합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국가 운영자금을 대출받아야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지만 부실 경영을 감독해야 할 한국 조경수협회나 산림조합은 뒷짐만 지고 있다. 또 조합 이사들이 대표이사의 편법 의혹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해도 경찰의 수사나 감사원의 감사는 겉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림청이 지원하는 운영자금의 대출과정에서 불법 담보 설정 의혹을 받고 있는 대구경북 조경수 유통 영농조합법인(고령 조경수유통센터로도 불림)이 이번엔 대표이사 최모씨의 자격 논란 시비에 빠졌다.

최씨가 농업인이 아니면서도 영농조합원 자격을 얻기 위해 편법으로 조경회사에 공동 대표이사로 취업했다는 의혹이다.

한국 조경수 협회 회원사 대표를 맡으면 영농조합 발기인과 조합원 자격이 될 수 있음을 악용한 것이다


의혹 1 무자격자의 편법 자격 취득

사진1은 대구경북 조경수 유통영농조합법인의 정관(2006년 11월 27일)이다.

제2장 8조는 조합원의 자격으로 “1천 제곱미터 이상의 농지를 경영, 경작하는 자나 농업경영을 통한 농산물 축산물의 연간 판매액이 100만원 이상인 자, 1년 중 90일 이상 농업에 종사한 자”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조합 최모 대표이사는 이 같은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씨가 영농조합 설립 직전까지 농업과 관련 없는 직종에 종사했다는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2006년 최씨의 동업자 곽모씨가 조경수유통영농조합을 결성해 유통센터를 지으면, 거액의 국가자금이 무상 지원된다는 사실을 최씨에게 털어놓으면서 시작됐다.

곽씨는 “최씨가 영농조합 법인 결성에 조합원으로 참여하길 원했기 때문에 편법인줄 알면서도 최씨의 부탁으로 2006년 10월경 최씨를 내가 운영하던 D조경 공동이사대표 및 등기이사로 취임시켰다”고 밝혔다.

조경회사 대표가 되면 조경수 협회 회원 자격이 주어지고, 영농조합원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최씨는 편법으로 2006년 11월 27일 대구경북 조경수유통영농조합 법인의 조합원이자 발기인으로 참여한다. 그리고 지난해 5월에는 친구 곽씨와 함께 영농조합 공동대표를 맡게 된다.


의혹2 감독기관의 조합 불법 경영권 승계 방관 의혹

그런데 이를 감독해야할 한국조경수 협회는 이 같은 사실을 묵인했다. 한발 더 나아가 최씨가 곽씨와 분쟁으로 협회 회원자격을 상실한 후에도 최씨편을 든 것으로 밝혀졌다.

최씨와 곽씨는 조합 운영과 관련 극심하게 대립하게 되고, 급기야 곽씨는 지난해 8월 30일 최씨를 D조경의 공동대표이사 및 등기이사직에서 사임시킨다. 그리고 한국조경수 협회에 공문(사진 2)을 보내 이 같은 사실을 알린다. 곽씨는 “조경회사 대표이사직을 물러나면 자동적으로 영농조합 조합장 자격이 상실되기에 협회에 공문을 보내 알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 조경수협회는 D조경회사의 공문을 받고도 최씨의 조합장 자격을 박탈하지 않았다.

오히려 최씨는 곽씨를 횡령 등의 혐의로 해임시킨 후 지난해 11월 30일 법인 대표이사에 단독 취임한다.(사진3 조합 등기부 등본) 조경수 협회에는 아직도 최씨가 D조경 대표로 등록돼 있다. 그리고 이때부터 5명이던 조합원 수도 4명으로 줄어든다. 이 역시 등기부 등본을 위반한 것이다.

최씨의 동업자였던 곽씨는 “조경수 협회가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최씨를 보호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조경수 협회와 최씨 측 사이에 모종의 지원 세력이 있음을 암시했다.

한국조경수 협회는 불법 담보 대출 의혹과 관련해서도 최씨 측 입장을 대변했다. 이 협회 강문석 부장은 “(유통센터) 운영자금은 무상지원이 아니라 융자금으로 영농법인이 갚아야 할 돈”이라며 “건물과 땅에 담보가 설정돼 있기 때문에 채권은 확보된 셈”이라고 밝혔다.

그의 말대로라면 고령 조경수유통센터가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담보로 설정된 건물과 땅이 금융기관으로 넘어간다. 이 건물에는 국가자금 8억 4천만원이 무상 지원됐기 때문에 결국 국가가 손해를 보는 셈이다.


의혹 3 편파 수사 의혹 제기 “얘기 다 돼 있으니까…” 녹취록 파문

최씨의 동업자 곽모씨가 영농조합의 공동대표 이사직을 물러나는 과정도 석연치 않다. 영농조합 이사회가 횡령 등을 이유로 곽씨를 해임시킨 후 곽씨가 강력하게 반발하자 경찰수사가 시작됐다. 곽씨는 “영농조합 측의 고발에 따른 수사였지만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았다”고 말했다.

고령경찰서 관계자는 “두 사람을 20여 차례 이상 조사했고 압수수색까지 해서 증거자료를 확보했기 때문에 수사에 한 점 의혹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곽씨는 “최씨를 맞고소 했는데도 경찰은 최씨 쪽 주장만 들어줬다”며 “유통센터 건축 업무일지 등 1000여장이 넘는 관련 자료를 제출하면서 공인회계사의 감사를 요청했지만 경찰이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수사기관이 감사요청을 받아 줄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짜맞추기식 서류에 오히려 수사가 방해받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쌍방 고소사건이라 양쪽 주장을 모두 받아 주었다”며 “두 사람 모두 입건했고, 그중 죄질이 무거운 곽씨에 대해 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원은 곽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그러자 곽씨는 편파 수사 의혹을 주장하며 경북지방경찰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곽씨는 이와 관련 “000씨가 수사초기에 개입한 흔적이 있다”며 조합 관계자와 녹취록을 공개했다.

곽씨의 녹취록에는, 영농조합 관계자가 “(곽씨의 소환조사를 앞둔 시점에) 000이 전화와 가지고, 고령경찰서에 찾아가 누굴 만나라”고 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그는 이어 “내가 4월 7일 날 들어갔거든... 고령 경찰서 뭐 가야 된다 카면서 가고, 이래 하더라고, 내 한 번씩 가고, 정00도 한 번씩 가고”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000씨가 최씨에게 지시를 했다”며 “애기 다 돼 있으니까 (경찰에)가서 누구 만나서 이야기하라고 하는 것 같더라”고 말끝을 흐린 것으로 녹취록은 기록하고 있다.


의혹 4 조합원 고소 사건 지연 의혹

영농조합의 또 다른 관계자는 경찰이 최씨에 대한 자신들의 고소장을 제때 접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사진4]

이 관계자는 “지난 14일 대표이사 최씨를 고소했지만 경찰 민원실에서 서류를 접수하지 않았다”며 “최씨와 곽씨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관이 서류 보강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고령경찰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고소 사건 기소율이 워낙 낮아 민원 사건의 경우 고소고발을 전담하는 지능팀장이 심사하도록 하고 있다”며 “고소 요건을 제대로 갖춰 접수하면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합 관계자는 고소장을 통해 “최씨가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산림청으로부터 운영자금을 차입하면서 유통센터 건물을 담보로 했고, 운영자금을 이사회 결의도 없이 대표이사 개인 부채 상환에 사용했다는 설이 있다”며 사실 확인을 요구했다.

고소장은 이어 “최씨가 유통센터 자금운영에 관해 이사들에게 고지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은닉하고 있다”며 “조경수 가치가 없는 나무를 식재한 비용으로 1억원이 투입된 것을 보고 할 말을 잃을 정도”라고 주장했다.



의혹 5 감사원 부실 감사 의혹

이와 함께 고령 조경수 유통센터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부실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달 대구경북 조경수유통 영농조합 법인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다. 막대한 금액의 국고가 지원된 사업이기에 설립 후 5년간 감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감사를 통해 고령조경수 유통센터의 불법 담보대출과 운영자금의 편법 사용 의혹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경수 유통센터 관계자는 “유통센터 건물의 담보 가능 여부에 대해 감사팀에서도 의견이 나눠졌다”면서 “이번 감사와 관련 아직 감사원으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없었다”고 밝혔다.

관할 산림조합이나 산림청에서도 그동안 뒷짐을 지고 있다가 <일요서울>의 보도가 나간 이후 진상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영농조합의 또 다른 관계자는 “나랏돈이 무상지원 된 건물을 담보로 설정한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며 “감사원이나 산림청이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을 두고 사람들이 의아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도 “우리는 고소고발 사건을 담당할 뿐, 무자격자의 대표이사 취임이나 영농조합의 불법 운영 의혹 등은 원칙적으로 감사원이나 산림청의 소관”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수사를 통해 국가지원 사업의 문제점을 절실하게 느꼈다”며 “부실 관리, 감독으로 국고를 낭비할 바에야 차라리 조경수 유통센터 사업을 없애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일요서울>은 다음호에서도 산림청 산하 기관의 부실 관리감독 실태를 고발할 예정이다.

오경섭 기자 kbswave@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