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보조금 손실 논란 '새 변수'

민주당 박상천 의원의 송사가 확대될 조짐이다. 양측의 감정이 격화되고 있고, 타협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국고보조금 손실 논란 등 새로운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박 의원과 측근들을 횡령 등의 혐의로 고소한 모세원 전 국가전략연구소장은 최근 〈일요서울〉을 통해 박 의원과의 대화내용을 공개했다. 대화 내용과 보도 이후 밝혀진 사실들에 주목해 봤다.
모세원 전 국가전략연구소장은 2007년 4월27일 박상천 당시 민주당 대표를 만났다. 대표 비서실 직원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에는 박 대표가 연구소 이사회 이사장으로 선출이 예정된 날이었고, 만남은 이날 오전에 대표실에서 이뤄졌다.
“대통령이 바뀌면 (청와대)정책실장이 바뀌는 법입니다.”(박)
“대표가 바뀌었다고 연구소장도 바뀌어야 하는 자립니까. 연구소장은 독립된 기관으로 임기가 있는 자리입니다. 정책실장이 임기가 있습니까”(모)
“모르겠습니다”(박)
“당신이 내 명예를 훼손했습니다.”(모)
“무슨 명예를 훼손했습니까.”(박)
“50명이나 되는 중앙위원회의 당연직 중앙위원인 나를 명단에서 빼버렸고, 50명 중앙위원 뿐 아니라 당직자 등 전국 민주당원들에게 나를 바보로 만들었지 않습니까. 내 자존심과 명예를 짓밟은 겁니다. 이걸 회복하세요.”(모)
“아니, 모 교수, 그건 밑에 사람 잘못이지.”(박)
“그렇다면, 밑에 사람 시켜 내일부터라도 당장 회복시키세요.”(모)
모 전 소장, “박 전 대표 아랫사람들이 저지른 일들 모른다”
모 전 소장은 박 전 대표와의 대화내용을 공개한 뒤 “박 의원은 회계책임자인 김모 처장, H 전 국가전략연구소장 등이 했던 일들을 아무 것도 모른다”면서 “밑에 있는 사람들이 장난치는 것을 최고책임자가 모른다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쪽에서 나를 인간대접 해줬으면 이런 일(소송 등)이 안 일어났을 것”이라고 밝혔다.
모 전 소장은 후임 H 전 소장이 연구소장을 노린 이유에 대해서도 비례대표를 하겠다는 것과 국고보조금을 노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개월 뒤 중도개혁통합신당과 합쳐지면 연구소에 4억 원 정도가 추가로 배정되기 때문이다.
모 전 소장은 “H 전 소장이 이런 말을 주위에 다하고 다녔다”면서 “이 말이 거짓이라면 H 전 소장은 나를 무고로 걸어도 좋다”고 말했다.
모 전 소장은 또 연구논문 등을 통해 연구소 자금을 횡령한 의혹도 제기했다.
그에 따르면 H 전 소장 등은 연구논총 ‘중도개혁주의’ 1,2,3권을 발간했고, 제자들을 동원해 원고를 쓰게 했다는 설이 있고, 원고료를 제대로 지불했는지 의심스럽다.
이와 관련, H 전 소장은 “합당될지 안 될지를 몇 개월 전에 어떻게 아느냐”면서 “나는 모 전 소장처럼 치사하게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연구소 직원 중 성과가 있으면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이고, 다른 연구소 사례에 비춰 알아서 처리하라고 했다”면서 “나는 외부 번역자를 딱 1명 썼는데, 모 전 소장은 거의 전부를 외부사람들을 동원했다”고 말했다.
박상천 의원 측 김 모 처장도 모 전 소장에 대해 국고보조금 손실 정황을 제기했다.
그에 따르면 모 전 소장과 함께 일했던 연구원들은 2007년 4월18일 신임 이사장 선임을 위한 이사회 소집을 통보하는 날 ‘정규직 연구원의 계약해지 및 계약직 일괄 전환의 건’ 문서를 만들었고, ‘정규직 계약해지 및 사직합의, 계약직 근로계약 체결’을 25일까지 한 뒤 ‘퇴직소득 및 특별위로금 일괄지급’과 ‘정규직 일괄 사직처리 및 계약직 전환신고’는 27일에 하는 것으로 추진 일정을 정했다.
그러나 ‘정규직 계약해지 및 사직합의, 계약직 근로계약 체결’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퇴직소득 및 특별위로금’만 가져갔다. 이 서류는 모세원 전 소장을 이사장 직무대행으로 해 전결로 처리됐다.
박상천 전 대표 측, “모 전 소장, 계획적으로 횡령”
김모 처장은 “이러한 행위는 4월27일 이사회에서 이사장 선출의 행정절차가 끝나기 전에 일을 마치기 위한 사전모의와 철저한 계산에 의해 이뤄진 계획적인 횡령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모세원 전 소장은 “이미 검찰에서 무혐의 처리한 내용”이라고 잘라 말했다.
모 전 소장은 “이번 사건으로 명예가 훼손됐지만, 2007년 7월 이사회결의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서울 남부지방법원에 제기해 2008년 4월25일 해임무효 판결을 받았다”면서 “이로써 잃은 명예를 회복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급료만 받았지 잃은 명예에 대한 금전적 보상은 못받았다”면서 “지금이라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박상천 의원과 나와 친분이 있는 사람들(박 의원과 모 전 소장은 같은 연배임) 몇 명 앞에서 내게 사과를 한다면, 모든 일은 없었던 일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 전 소장은 박 의원 측의 물밑협상 요청 정황을 2-3가지 설명한 뒤 “최근에도 연락이 왔었다”고 말했다.
H 전 소장 등 박상천 의원 측과 모 전 소장간의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모 전 소장이 일말의 타협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검찰에 의해 시시비비가 가려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모 전 소장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기자를 거쳐 목포대 교수 등을 역임했으며, 최근 민주당 박상천 전 대표 등 6명을 업무상 횡령 및 강제집행 면탈, 배임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선태규 기자 august@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