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예산심의 시즌이 되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포항’에 때 아닌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정부가 포항지역에 매머드 급 신규 공사 2건을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사업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존 사업들과 관련해서도 예산이 과도하게 추가 계상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기획재정부 및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새로 추진하게 될 전국 SOC(사회 간접자본 시설)사업 39건을 대상으로 심사를 벌여 예비타당성 조사사업 19건을 확정했다. 이번에 확정된 사업은 고속도로 4건, 국도 2건, 광역도 5건 등 도로 11건과 항만, 수자원 개발 등 총 19건이다.
철도건설 사업도 논란
그 중 1조 원 이상의 대규모 사업 2개가 포항과 연관돼 있다. 포항외곽순환 고속도로(20km, 1조8000억 원), 포항-안동 길안간 국도(72.6km, 1조235억 원) 등이며 합치면 2조8235억 원에 달한다.
이번 예산안에는 예비타당성 조사 사업비만 포함돼 있고, 예비타당성 조사를 한다해서 반드시 된다는 보장도 없다. 그러나 예비타당성 조사 사업이 됐다는 것만도 의미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외곽순환 고속도로가 서울, 부산 등 인구 100만 명 이상인 광역시, 도에서 건설중이거나 추진되고 있는 점에 비춰볼 때, 포항(작년 말 기준 인구 50만8684명)에 도로 건설을 추진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토해양위 관계자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한다 해서 추진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조사사업으로 확정만 되도 홍보효과가 있기 때문에 일부 지자체의 경우 엄청 신경 쓰고 있다”고 밝혔다.
조정식 민주당 의원은 “타당성을 따지지 않고 대통령의 고향이라고 혈세를 퍼준다면 국민의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항과 연관된 철도건설 사업도 과다 계상 의혹을 받고 있다.
민주당 국토해양위 간사인 박기춘 의원에 따르면 포항-삼척 구간 철도건설 사업의 경우 용지매수 지연으로 올해 8월말 현재 예산현액 311억 원 중 22억 원이 집행돼 집행률이 7%에 불과하다. 이 사업은 행정절차의 지연으로 예산액의 95%가 타 사업비로 조정된 바 있다.
그러나 내년 예산에 이 사업과 관련 355억 원이 책정됐으나, 500억 원이 추가로 계상됐다. 울산-포항 복선전철 사업도 예산집행율이 42%밖에 안되지만 당초 예산 100억 원에서 500억 원이 증액됐다.
박 의원은 “과다하게 예산을 책정했다고 보여지는 바 예산심사 소위에서 적정한 규모로 삭감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내년에 신규 착공되는 울산-포항간 고속도로 건설과 관련, “당초 예산안에 실시설계비만 130억 원이 편성됐으나 수정예산안에 용지비 및 공사비로 400억 원이 추가 계상됐다”면서 “고속도로 건설사업의 경우 기본설계에 1년 6개월, 실시설계에 2년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이처럼 예산을 편성한 것은 무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예산정책처는 이어 “포항-삼척 철도건설 사업, 울산-포항 복선전철사업 등과 같이 사업추진 사전절차가 완료되지 않아 사업추진이 부진하거나 연례적으로 집행이 부진한 사업은 사업진행 상황을 면밀히 검토해 연내 집행이 가능한 적정 규모로 예산안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그러나 “타 지역도 예산을 과다하게 올리는 측면이 있다”면서 “현 대통령의 고향이자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의 지역구이기 때문에 유독 눈총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포항이 SOC 사업의 새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는 말이 돌고 있고, 정치권에서는 정황상 특혜 시비가 붙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내년 이후에는 과다계상 시비가 본격화될 조짐마저 엿보인다.
야권의 국토해양위 위원은 “포항의 신규사업의 경우 예비 타당성 조사관련 예산만 책정해서 올해는 그냥 넘어간 것 같다”면서 “그러나 추진이 확정돼 예산배정이 시작되면 과다계상 논란이 불거져 상임위를 거쳐가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선태규 기자 august@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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