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인체에 유독한 원료 물질로 만들어진 가습기 살균제를 유통·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SK케미칼 전 대표와 애경산업 전 대표의 1심 선고가 나온다.
12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유영근)는 이날 오후 2시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 13명에 대한 선고 공판을 진행한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에게 각 금고 5년을 구형했다. 금고는 수형자를 형무소에 구치하지만 징역처럼 강제노동은 시키지 않는 처벌이다.
아울러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이마트 담당 직원들, 제조업체 직원들 총 11명에게는 각 금고 3~5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오늘날 기업 범죄에서는 기업경영자에게 더 많은 책임이 인정된다"며 "결함이 있는 물건을 판매해 막대한 이익을 얻는 기업과 경영진의 부주의로 많은 생명이 희생됐다면, 막중한 법정 책임을 묻는데 아무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홍 전 대표는 직접 최후진술 기회를 얻어 "피해자 본인과 가족분들의 가슴 아프고 절절이 한맺힌 사연과 고통은 그 어떤 말로도 다 할 수 없을 것"이라며 "당시 회사의 대표로서 참담함과 절망감을 금할 수 없다. 이 자리를 빌어 피해자분들께 제 진심을 담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아울러 "인생의 끝자락에서 명예와 건강 등 모든 것을 잃고보니 지난 인고의 삶이 너무나 허망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한 기업의 대표를 지낸 사람으로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처지인 줄 알지만 기나긴 재판을 지내고 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재판장님과 판사님께서 선처해주시기를 간절히 간청드린다"고 호소했다.
홍 전 대표는 지난 2002년 SK케미칼이 애경산업과 '홈크리닉 가습기 메이트'를 출시할 당시 대표이사를 지냈다. 홍 전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 제조 및 출시 당시 대표이사를 맡아 의사결정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홍 전 대표 등이 원료 성분이 인체에 유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보고서를 확보했음에도, 추가 실험 없이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안 전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 원료 물질인 CMIT 및 MIT 등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것을 알고도 이를 사용한 '가습기 메이트' 제품을 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안 전 대표는 1995년 7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애경산업 대표로 근무했다.
검찰은 수사를 거쳐 안 전 대표 등이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된 원료 물질이 인체에 유독한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이를 판매·유통한 것으로 보고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를 적용했다.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은 2002년 9월부터 2011년 8월까지 계약을 맺고 가습기 메이트를 전국 매장에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온라인뉴스팀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