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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에서 특검이 징역 9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특검은 30일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의 결심 공판에서 "법치주의와 평등의 원리는 같은 것을 같게, 다른 것을 다르게 취급하고 대우하는 것"이라며 "살아있는 권력이든, 최고의 경제적 권력이든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동일한 행위를 했음에도 누구는 엄벌하고 누구는 봐주기 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는 아시타비(我是他非·나는 옳고 상대는 틀렸다),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과는 대척점에 있는 원리"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학 교수들이 올해의 고사성어로 아시타비를 선정한 건 법치주의 위기상황을 반영한 것"이라며 "법원은 법치주의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해야 할 기관인 바 엄정한 판결로 법치주의 확립 계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검은 함께 기소된 최지성(67)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64) 전 차장(사장), 박상진(65) 전 사장에게 징역 7년을. 황성수(56) 전 전무에게는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이날 재판에서 이 부회장의 최후진술을 통해 "저는 참회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두번 다시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 또 다짐하면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라고 울먹였다.
이어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께서 쓰려졌고, 경황이 없던 와중에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가 있었다"며 "지금 같았으면 결단코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회사와 임직원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국민도 실망했고 솔직히 힘들었다"면서 "모든 것이 저의 불찰, 저의 잘못이다. 제 책임이다. 제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지난 4년간 국정농단 재판에 대한 소회와 함께 자신의 경영 철학과 포부들을 20여년 전 삼성에서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했을 때부터의 일화들을 엮어 발언을 이어갔다. 부친 이건희 회장을 언급할때마다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울먹이며 말을 이어나가지 못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부끄러운 마음으로 깊이 뉘우친다"면서 "이 사건은 제 인생에서 커다란 전환점이 됐다. 4년간의 재판, 조사 과정은 제게 소중한 성찰의 시간이 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거듭 말씀드리는데 제 아이들이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언급되는 일 자체가 없도록 하겠다"면서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도 없을 것이고, 제가 지킨 약속은 모두 지키고 삼성이 드린 약속도 제가 책임지고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삼성 경영권 승계 및 지배구조 개편 등을 도와달라는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총 298억2535만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지난 2017년 2월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지난해 10월 첫 공판을 시작으로 이어져 온 이 부회장 등의 파기환송심은 지난 1월17일 공판 이후 특검이 '편향 재판' 등을 이유로 2월께 재판부 기피 신청을 내 한동안 중단됐다가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되며 다시 열렸다.
한편 이날 최종 변론을 끝으로 내년 1월 선고가 이뤄지면 2017년 2월 특검 기소로 시작된 국정농단 재판은 약 4년 만에 끝나게 되지만, 경영권 승계 관련 재판은 또 다시 시작돼 삼성의 사법리스크는 여전하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