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살던 곳으로 이사를…

남해 바닷가의 귀곡산장
“그 집 근처에는 아이들도 가지 않아요. 귀신이 산다고 해서 내놓았는데 팔리지도 않아서 그냥 빈집으로 있어요.”
경남 사천시 바닷가에는 멀쩡한 집이 버려져 있다. 귀신이 출몰한다고 하여 동네 주민들도 가까이 가길 꺼려하는 곳이다. 본디 밭이었던 곳에 지어진 이 집은 주인이 입주한 뒤부터 괴이한 일들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 집에는 우환이 끊이지 않았다. 잘 나가던 아버지의 사업이 부도가 나기 시작하면서 가세도 급격히 기울었다. 양어장에서 기르던 고기들이 원인 모를 질병으로 손을 써볼 사이도 없이 죽어 나갔고, 원인도 알 수 없는 화재가 줄을 이었다. 밤만 되면 이상한 소리들이 들려 식구들을 괴롭혔다. 그 집에 살던 사람들은 밤에는 문을 걸어 잠그고 외출을 삼갔다.
여름에는 피서객들에게 잔디밭으로 된 마당을 빌려 주어 무서움을 이겨 보려고 했지만 그도 여의치 않았다고 한다. 피서객들 사이에 귀신을 목격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발길을 끊고 말았던 것이다.
우환이 끊이지 않는 흉가
집 주인 이모(33세)씨는 송아지만한 개들을 길러 보기도 했다. 마을과 떨어져 있는 가족들의 안전과 무서움을 이겨 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집을 지키던 개들도 시름시름 앓더니 모두 죽고 말았다 개들은 밤만 되면 뭔가를 발견한 듯 정신없이 짖기 시작했다고 한다. 밖으로 뛰어나가 보면 아무것도 없었다. 이 씨는 이렇게 말한다.
“어느 날인가 창가에 숨어 지켜보기로 했어요. 그날은 개들이 대낮부터 짖어댔어요. 저는 창 밖을 보다 숨이 멎는 줄 알았어요. 어디서 나타났는지 웬 할머니 한 분이 마당을 지나가는 거예요. 더 놀라운 것은 그러다 할머니가 바로 사라져 버렸다는 거예요.”
견디다 못한 가족들은 낮에는 그 집에 기거하다가 밤이 되면 인근 마을로 내려가 잠을 자는 생활을 해보았지만 우환이 끊이지 않아 급기야 그 집을 버리고 떠나고 말았다. 마을 주민들은 “이무기가 있던 자리에 집을 지었기 때문에 벌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마을 주민 김모(65세)씨는 이렇게 말한다.
“집을 지을 때부터 말들이 많았지. 그 자리는 옛날부터 집을 지을 자리가 아니었어. 포크레인이 땅을 파는 공사를 할 때 엄청나게 큰 구렁이가 잘려 나왔다지 아마?”
김씨는 이무기를 죽였기 때문에 원한을 품은 이무기가 그런 일들을 저질렀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필자의 눈으로 볼 때는 그 집터는 풍수적으로 이무기형의 자리가 아니다. 이무기형은 길다란 능선 형태를 띠고 있어야 하는데 이 집은 평지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곳은 귀신 가족 아지트
K기자와 함께 흉가를 찾았다. 대낮인데도 집안에는 으스스한 기운이 감돌았다. 세 명의 귀신이 하나의 가족을 형성하고 있었다. 고양이 귀신까지 애완용으로 기르고 있었다. 집 안으로 들어가자 모두 달아나 버렸다. 귀신들을 불러내 대화를 시도했다.
“너희 집도 아닌데 왜 사람들을 쫓아냈느냐?”
귀신들의 말은 이랬다.
“이 집에 들어온 인간들이 너무 오만했다. 우리를 인정해 주었더라면 우리도 그 정도로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기는 우리 집이다.”
귀신들은 자신들을 인정해 주기를 원하고 있었다. 그 터에 자기들이 먼저 자리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들어온 인간들이 주인 노릇을 하는 것이 싫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집안에 사고가 잦고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무당이라도 불러 잔칫상이라도 마련해 줘야 하는데 그것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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