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는 없다 제 30 화
빙의는 없다 제 3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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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09-27 09:47
  • 승인 2011.09.27 09:47
  • 호수 908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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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잡는 마녀바위의 진실
홍천 마녀바위 : 바위에 깃든 귀신들의 복수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잃어야 했다.

마녀바위의 악령

“마녀바위를 찾아라!”
주어진 단서는 5년 전에 우연히 촬영된 사진 한 장. 누가 찍었는지 조차 알 길이 없다. 바위의 모습이 마치 소복을 입은 할머니가 머리를 풀어 헤친 것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는 것과 강원도 홍천의 어느 도로변에 있다는 것뿐이다.

국내 심령계에서는 이 바위에 깃든 사악한 악령이 인간사냥을 하고 다닌다고 보고 ‘바위 수배령’을 내렸다. 심령연구가로 유명한 안모 씨도 이 악령들에 의해 숨졌다고 알려지고 있다. 안씨는 1999년 경기도 양평의 한 관광호텔에서 급성심장마비로 숨진 채 발견됐다. 급성심장마비는 악령들이 즐겨 쓰는 수법이다. 순간적으로 심장을 멎게 하는 일은 악령들에게는 아주 손쉬운 일이다.

악령들을 상대하는 영능력자들도 잠시 방심한 틈에 당하는 일이 허다하다. 신안이 열렸다고 알려져 땅 속까지 훤히 보는 것으로 유명했던 OO도사 손모 씨도 악령에 의해 살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손씨는 경주의 한 호텔 화장실에서 쓰러져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안모 씨 정도의 실력자를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의 악령이라면 정령을 해야 했다.

마녀바위는 대체 어디에

2002년 8월 말, 필자는 경인방송 제작팀과 함께 마녀바위를 찾아 나섰다. 미스터리 사건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K기자도 동행했다.

K기자는 먼저 도로 사정에 밝은 강원도 홍천 국도유지사무소를 찾았다. 홍천의 구석구석을 읽고 있는 국도유지사무소 직원들이라면 뭔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직원들도 마녀바위의 존재는 알지 못했다. 국도유지사무소를 나와 찾은 곳은 한국전력공사의 홍천지사.

K기자가 들고 온 사진에는 전신주가 서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알 수 있겠다는 한 가닥 희망을 가졌다. 그들이 홍천의 전신주는 손바닥처럼 꿰고 있을 것이라고 믿었지만 허사였다. 홍천이 그렇게 넓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홍천 지역의 무녀들을 찾아 물어 보기로 했다. 그 정도의 외형과 강한 기운을 가진 바위라면 무녀들은 분명 알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무녀들은 대개 기운이 강한 바위나 물 등에서 기원을 올리는 습관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녀들 가운데 마녀바위를 아는 사람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쯤 되자 홍천이 아닌 다른 곳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혹시 다른 지역이라면 괜한 헛고생을 하는 것 같아 기운이 빠졌다.

영시를 해보았다. 분명 홍천은 맞았다. 빨간 지붕도 보였고, 그 옆으로 물이 흐르고 있었다. 전신주는 상당히 먼 거리에 있었다. 하지만 정확히 어느 지점인지 알 수가 없었다. 마녀바위에 머물고 있는 악령들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영시를 가릴 정도의 힘으로 봐서 만만치 않은 싸움이 될 것 같았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 마녀바위 근처만 가면 확실하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막연하지만 직감이 끌리는 곳으로 차를 몰았다. 방해가 만만치 않았다. 가는 길 곳곳에 뱀들을 풀어 놓아 운행을 가로막기도 했다. 물론 이 뱀은 필자의 눈에만 보이는 환영의 뱀이었다. 필자의 눈만 가리는 것은 아니었다. 옆에 앉은 K기자도 평소의 냉철함과는 달리 도로 표지판조차 제대로 보지 못하고 지나치기 일쑤였다.
K기자는 “마녀바위의 혼령들에 의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안내 표지판을 지나친 것이). 그렇지만 정말 이상하다. 어찌된 일인지 표지판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며칠 동안 홍천군을 샅샅이 누볐지만 마녀바위는 좀처럼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방송국 관계자들 입에서 이쯤에서 포기하자는 말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북한산으로 올라가 산신께 간절히 기도했다. 산신의 힘을 빌려 영시를 했다.

용의 머리와 독수리가 보였다. 그리고 그 지역의 모습이 그대로 떠올랐다. 용머리의 용과 독수리의 수리를 합해 용수리를 추정했다.

“용수리를 찾아라.”
지도를 펼치니 용수리가 거짓말처럼 있었다. 시냇물도 가느다랗게 흐르고 있었다. 현장을 찾았다. 양평을 거쳐 용수리로 들어섰다.

10여 분쯤 달려갔을까. 여기다라는 느낌이 강하게 왔다. 잠시 뒤 동행한 무녀들도 뭔가 강렬한 느낌이 온다고 했다. 한 무녀의 팔에는 소름이 돋아 있었다. 얼마간 더 들어가자 마녀바위는 드디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찾았다!”

일행들의 입에서 동시에 괴성이 터져나왔다. 우선 악령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바위 위로 법망을 펼쳐 묶어 놓았다. 바위 앞에 서자 무녀 이모(45)씨는 “한 맺힌 여자의 고통에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마녀바위의 악령을 몸에 실은 김모(65)씨는 “모두 죽여 버리겠다. 지금까지 5명을 죽였는데 앞으로 3명을 더 죽이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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