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영가를 거스르면 대형사고가…

대구 지하철 원혼들을 달래 줘라!
대구 지하철에 불운이 계속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지하철 참사가 대구에서 잇달아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1995년 4월 28일 대구시 달서구 상인동 영남고 앞 지하철 공사장에서 대규모의 폭발사고가 일어났다. 인근 다른 공사장에서 유출된 도시가스가 지하철 공사장으로 유입된 뒤 폭발, 101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 사고는 학생들의 등교시간에 일어난 사고라서 피해가 더욱 컸다. 사고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상인동 사고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1995년 8월 5일 대구 지하철 1호선 12공구 공사장에서 폭약 폭발 사고로 네 명이 숨지거나 다쳤다. 그리고 2003년 2월 18일 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 구내에 방화사고가 일어나 300여 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자살을 결심한 한 남자가 혼자 죽기 싫다며 불을 질러 벌어진 사고로 최초의 지하철 방화사건이기도 했다.
대형사고 속출 이유 있다
이러한 대형사고들이 잇따르면서 대구에는 각종 루머들이 나돌기 시작했다. 그 중 ‘대구는 8이 징크스’라는 루머가 등장했는데, 대구에서 발생한 대형사고의 끝자리가 잇따라 ‘8’이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330여 명의 사상자를 내 대구지역 최악의 재난으로 기록된 대구지하철 중앙로역 방화 참사는 2003년 2월 18일에 발생했으며, 달서구 상인동 가스 폭발 사고는 1995년 4월 28일 오전 7시 50분에 발생, 250여 명의 사상자를 냈다. 이 밖에 기장 등 두 명이 사망했던 대구시 소방본부 소속 소방헬기 추락사고도 2004년 1월 18일 발생했다.
일부 역학자들은 “대구는 불을 모으는 땅인데, 8은 불의 기운이 왕성한 일진”이라고 주장했다. 또 ‘백두대간의 지맥이 흘러 생성된 두류산이 훼손됐기 때문에 대구 지역에 지하철 사고가 빈번한 것’이라는 풍수적인 해석도 등장했다. 풍수지리가들은 “대구 두류산은 백두산의 지맥이 흘러내려 백두대간의 정기가 뭉쳐진 명산인데 대구 지하철 1호선이 들어서면서 남쪽에서 북쪽으로 뻗어나간 지맥이 갈라져 백두산의 정기가 두류산으로 전달되던 통로가 끊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1992년 세워진 국내 최대 높이(202m)의 우방타워가 두류산의 기운이 발동되는 것을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제가 조선을 통치하기 위해 백두대간의 정기를 끊어 놓을 목적으로 팔도 명산의 정상마다 쇠말뚝을 박아 놓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대구의 불기운을 누르고 지맥을 북돋우는 ‘거북바위’가 관리소홀로 인해 영험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말이 떠돌았다. ‘거북바위’는 지하철 참사 현장에서 1Km 남짓 떨어진 대구시 중구 봉산동 J여중 안에 놓인 길이 2m, 너비 1.5m, 높이 0.8m 크기의 돌로 윗부분의 거북등 문양과 엎드린 자세의 전체 모양이 거북과 흡사해 이 같은 이름을 얻었다.『신증동국여지승람』등 옛 문헌에 따르면 이 바위는 조선 중종 이전에 대구의 과다한 불기운을 억제하고 흐트러진 지맥을 바로잡기 위해 설치됐다고 한다.
거북바위가 있는 연귀산을 비롯해 대구를 둘러싼 비슬산, 용두산, 수도산 등의 불기운이 넘쳐 화재가 잦고 이로 인한 피해가 극심하자 불과 상극인 거북 형상의 바위를 이곳에 옮겨와 기우제 등을 올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거북바위는 1945년 D여상(현 J여중)이 신축되면서 원래 위치에서 수십여 m 떨어진 현재 위치로 옮겨졌고 이 과정에서 머리부분이 동쪽, 꼬리가 서쪽으로 뒤틀려 잘못 놓여졌다는 것이다.
원혼 달래고 위령비 세우자
필자는 풍수적인 부분보다는 영적인 데서 그 원인을 찾고 싶다. 어떤 이유에서건 사고가 발생했다고 할 때, 그 사고로 인해 수많은 원혼들이 태어나게 된다. 이 원혼들은 자신이 죽었을 당시의 습관을 반복하고자하는 관성을 갖고 있다. 물에 빠져 죽은 귀신은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려는 습관을 가지고 있고, 투신자살한 귀신은 끊임없이 뛰어내리는 행동을 반복한다. 불에 타 죽은 귀신은 역시 불을 일으켜 다른 사람들을 죽음으로 이끈다. 이들의 행동을 막는 길은 영혼을 정화시켜 영계로 보내 주는 일 외에는 없다. 일부 종교에서 천도재를 지냈다고는 하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다.
원혼들을 영계로 보내 주는 일은 염불하고 목탁만 친다고 원한을 풀고 천도가 되는 것이 아니다. 눈앞에서 영혼이 제대로 천도가 잘 되었다고 이야기하는 스님도 숱하게 보아 왔다. 어설프게 하는 천도는 오히려 원혼들의 원한만 키울 뿐이다. 제대로 하지 못할 바에는 진정 그들이 원하는 사고방지책이라도 내놓고, 위령비라도 세워 주는 것이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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