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는없다 제 28 화
빙의는없다 제 2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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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09-14 10:42
  • 승인 2011.09.14 10:42
  • 호수 906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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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차에 목숨 잃은 두 여중생
의정부 여중생 귀신들의 복수극

포르투갈과 월드컵 예선리그 마지막 경기를 하루 남겨놓은 2002년 6월 13일. 이날 월드컵 열기에 파묻혀 버린 사건이 있었다. 진위조차 정확히 일반 국민에게 알려지지 않은 미군 장갑차에 짓밟혀 죽은 2명의 여중생이 사망한 사건이 그것이다.

경기도 양주군 광적면 효촌리 지방도로에서 이 마을에 사는 A·B양이 미 2사단 공병대 소속 가교 운반용 궤도차량에 치어 그 자리에서 숨졌다. 이들 여중생은 같은 동네에 사는 친구의 생일잔치에 가기 위해 편도 1차선 옆 갓길을 걸어가던 중 파주 방향에서 양주군 덕로리 방향으로 진행하던 궤도차량의 오른쪽 궤도 부분에 치였다. 언론을 통해 비쳐진 여중생이 숨진 현장에는 흙으로 덮고 닦아냈음에도 불구하고 핏자국이 선명했다. 처음 사고를 목격한 A양의 이모부 C씨는 당시의 참상을 이렇게 전했다.

“처음에는 내 조카인 줄 몰랐어요. 궤도에 깔려 형체를 알아볼 수가 없어서 누구네 아이인가 하고 보호자가 올 때까지 기다렸는데 글쎄 내 조카잖아요.”

현장 주변에는 으깨진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사용됐던 비닐과 장갑, 그리고 학생 것으로 보이는 운동화가 뒹굴고 있었으며, 비닐에는 살점이 군데군데 붙어 있었다. 사고를 당한 지점은 차도의 하얀 선을 넘어 있었고, 갓길 옆쪽은 약 2m 높이의 둑이어서 탱크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었다.

미군 측은 “운전병 옆에 타고 있던 병사가 갓길을 걷는 여중생을 발견하고 정지 명령을 내렸으나 장갑차 소음 때문에 운전병이 듣지 못해 사고가 났다”고 밝히며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고 항변했다.

A양, B양 영혼 복수극 나서다

민족의 자존심이 여지없이 뭉개지는 현장이었다. 국민들은 촛불시위로 항의를 나타냈으나 힘없는 우리 정부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A양과 B양의 영혼은 어떻게 되었을까.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게 뭉개져 버린 A양과 B양은 복수에 나섰다.

A양과 B양은 영계로 가지 않고 자신들을 무참하게 살해한 미군들과의 전쟁에 나섰다. B양과 함께 잠을 자던 할머니는 요즘 자정이 되면 B양이 영혼이 되어 동네 성황당 주변을 돌아다닌다고 말하며 성황당 근처를 새벽까지 배회한다고 한다. 할머니는 뭔가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미군 궤도차량 여중생 압사사고 1주기를 앞두고 훈련 중이던 미군 장갑차 사고가 잇따른 것이 바로 A양과 B양의 작품이다. 2003년 6월 4일 새벽 3시 30분께 경기 파주시 적성면 답곡리 농로에서 식현리 쪽으로 가던 미 2사단 소속 브래들리 장갑차가 2m 아래 논바닥으로 굴러 떨어져 운전자 맬스 카스틸로 일병이 숨지고, 함께 타고 있던 미군 남녀 두 명이 다쳤다.

사고가 난 곳은 여중생 사고 지점에서 10여 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뿐만 아니라 사고 차량은 여중생 사고 당시 맞은편에서 오던 브래들리 장갑차와 같은 기종이다. 경찰은 사고 장갑차가 이날 다른 전차 10여 대와 함께 적성면 자장리 다그마 훈련장에서 무건리 훈련장으로 이동하다 아스팔트 지반 붕괴로 애초 5.3m이던 논길이 4.8m로 줄어 논길에 바퀴가 빠지면서 오른쪽으로 뒤집혀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보다 앞서 같은 해 4월에는 경기도 포천군 영중면 영평리 미 2사단 종합훈련장에서 여중생을 치어 숨지게 한 사고 차량과 같은 부교용 궤도차량과 경중 전술차량(트럭)이 정면으로 부딪혀 미군 두 명이 숨지고, 일곱 명이 크게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이때부터 이미 미 2사단 안에서는 ‘여중생 괴담’이 돌았다고 한다. 미 2사단 관계자는 “그동안 훈련 중 작은 사고는 있었지만 차량이동 중 미군이 숨지는 사고는 거의 없었다”며 “여중생 사고 1주기를 앞두고 대형 사고가 잇따르자 미군들 사이에서 ‘여중생들의 원혼이 미군을 상대로 복수하는 게 아니냐’는 괴담이 떠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런데 귀신의 힘으로 엄청난 무게의 브래들리 장갑차를 움직여서 사고를 일으킬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그 정도의 무게를 움직일 수 있는 염력을 가졌을까. 물론 아니다. 하지만 A양과 B양이 일으킨 일은 분명하다.

어떻게 된 일일까. 귀신들이 어떻게 사고를 일으키는지 이 사건을 통해 잘 알 수 있다. 귀신들은 탱크나 차량을 직접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탱크나 차량을 움직이는 사람의 염을 건드리게 되면 간단한 일이다. 순간적으로 졸음이 쏟아지게 하거나 딴 생각을 하게 해서 착오를 일으킬 경우 사고는 순식간에 일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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