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커 귀신에 시달리던 여인
섹스에 환장한 귀신험상궂은 얼굴을 한 건장한 남자가 법당에 들어왔다. 부리부리한 눈에 떡 벌어진 어깨는 조직폭력배도 얼어붙을 것 같았다.
“경인방송의 경찰 24시 담당 PD를 통해 소개받은 이 반장입니다.”
그가 솥뚜껑 같은 손을 필자에게 내밀었다. OO지방경찰청 형사반장이 법당을 찾은 이유는 부인과의 갈등 때문이었다.
“제 아내를 사랑합니다. 그런데 저 자신도 모르게 의심하게 됩니다. 다른 남자와 관계를 가지는 모습을 상상하는 저 자신이 괴롭습니다.”
자신의 의처증이 귀신의 장난일지도 모른다는 것이 그의 말이었다. 그의 아내는 남편과의 잠자리도 거부하며 이혼을 요구하고 있었다.
“비록 헤어질 운명이라 해도 아내의 몸에 들어와 있는 귀신은 떼어 주고 싶습니다.”
색정령이 아내로 하여금 음탕한 생각 부채질
해결의 열쇠는 부인이 쥐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며칠 뒤 이 반장은 아내와 함께 법당을 다시 찾았다. 부인은 들어서자마자 신경질부터 냈다.
“기분 나빠. 왜 이런 곳에 데리고 왔어. 내가 뭐가 이상하다고 귀신타령이야? 이혼만 해주면 간단한 문제잖아?”
영시를 해보니 그녀의 몸에는 색정령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 반장의 의심대로 그의 부인은 다른 남자들과 성관계를 가져왔던 것을 알 수 있었다. 색정령은 몸에 들어가 음탕한 생각을 하도록 부추기고, 남자와 성관계를 갖도록 한 뒤 절정의 순간에 남자의 몸에 들어가 쾌감을 얻는 섹스 귀신이라고 보면 된다. 지나치게 섹스에 몰입하는 남녀는 색정령을 의심해 볼 만하다. 색정령은 부인의 입을 통해 가시 돋친 목소리를 내뱉었다.
“내 몸속에 귀신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입증할 수 있어요?”
성적 환상 몰입하면 귀신을 불러들이기 쉬워
필자는 항마염불을 외며 색정령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그녀는 자신의 아픈 곳을 숨겼으나 손은 저절로 환부를 찾아들었다. 다급해진 색정령이 항의를 했다.
“나는 이 여자가 불러서 들어갔을 뿐이다. 네가 뭔데 나를 쫓아내려고 하느냐?”
이 반장의 부인은 야근을 밥 먹듯 하는 남편에 대해 성적으로 불만이 많았고, 섹스에 대한 염을 발산했던 것이 분명했다.
색정령은 부인이 뿜어내는 염에 따라 빙의되었기 때문에 자기 탓이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었다.
“네 행동을 정당화시키지 마라. 너 같은 놈은 강하게 다스려야 할 것 같아.”
필자는 항마진언을 외우는 동시에 천지동근법을 날렸다. 허공에서 찬바람이 불어오는가 싶더니 시커먼 영체가 나타났다. 인간으로 치자면 조직폭력배쯤 되는 듯하다. 색정령은 변변한 대항 한 번 해보지 못하고 끌려갔다. 이처럼 천지동근법은 같은 귀신의 파장대에서 가장 강력한 귀신의 힘을 빌려 한순간에 제압하는 퇴마술이기도 하다.
퇴마의 진행과정을 알 리 없는 형사반장의 부인은 갑자기 통증이 사라지자 신기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귀신은 인간의 나약한 부분을 파고드는 속성을 갖고 있다. 성적 환상에 몰입하거나, 물질에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누군가에 대해 악감정을 갖는 등의 일은 귀신이 들어오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다. 선하고 바른 마음을 닦는 일은 악령으로부터 피해를 미리 예방하는 일이기도 하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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