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는 없다 제 13 화
빙의는 없다 제 1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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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05-30 17:04
  • 승인 2011.05.30 17:04
  • 호수 891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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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의 소리가 들린다면…
귀신의 소리

인간은 다섯 가지의 감각을 갖고 있다. 피부로 느끼는 촉각, 맛으로 느끼는 미각, 냄새를 맡는 후각, 눈으로 보는 시각, 소리로 듣는 청각이 그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다섯 개의 감각만 가지고 살기 힘들다. 뭔가 또 다른 감각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소위 육감이다. 육감이 현실적으로 존재하는가에 대한 논란도 있지만 분명 존재한다. 오감 전체를 움직이고 하나로 묶어내는 영혼의 감각이 그것이다.

인간은 이 같은 여섯 가지 감각을 통해 귀신의 존재를 느낄 수 있다. 물론 미세한 느낌을 감지할 수 있는 예민함을 가져야 하며, 수행을 통해 능력을 성장시키게 되면 그 느낌은 더욱 강렬해지고, 의사소통을 완전히 할 수 있게 된다.

귀신도 소리, 냄새 등을 갖고 있다. 죽었을 때의 상황에 따라 그 특징적인 냄새를 갖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물에 빠져 죽은 귀신은 시궁창 냄새가 나며, 불에 타 죽은 귀신은 노린내가 심하게 나며, 총이나 칼에 찔려 죽은 귀신은 비릿한 냄새가 나며, 뚜렷한 이유도 없이 집 안에서 개 오줌 냄새 같은 지린내가 나면 귀신이 들어와 자리 잡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비 오는 날 처녀의 흐느낌 소리가…

귀신 소리에 대한 전설은 적지 않게 전해 온다. 광주 광산 을림마을에 전해 오는 전설이 바로 그런 사례다. 이 마을 동북쪽 천사산 밑을 흐르는 평림천을 막은 보가 있었는데 한 해를 못 넘기고 터져 버렸다. 어느 해 다시 보를 막는 공사를 하는데 마침 그곳을 지나던 도승이 혀를 차며 “쓸데없는 헛수고로다”라고 했다.

마을 노인의 간청에 그 도승은 “사람을 제물로 바쳐야 오래도록 보의 구실을 할 것이다”라고 했다. 마을 사람들은 최씨라는 걸인의 어린 딸을 쌀 100여 석을 주고 사들여 그 아이가 일곱 살 되던 해 느티나무 궤짝에 담아 제를 올리고 그 궤를 깊이 묻어 보를 막았다. 그 뒤 수백 년을 한 번도 터진 일이 없이 수천 마지기의 논에 물을 대주고 물레방아를 돌려 주었다.

그러나 외동딸이 보 속에 묻혀 죽었다는 사실을 안 최씨는 보의 둑을 보듬고 절명하였다고 한다. 그 불쌍한 최씨의 시신을 정성껏 거두어 정중히 장사지내고 그 보가 내려다보이는 천실메 기슭에 묻어 주었다 한다. 그 후로는 비가 오거나 마파람이 불어오는 날이면 넘쳐 떨어지는 봇물 소리와 함께 이 보가 서글피 운다고 하는데, 그 울음소리가 얼마나 크게 들리는지 주변 여러 마을 사람들이 다 듣게 되었다고 한다. 울음소리는 원망하는 듯한 어린 계집애의 처량하고 가냘픈 흐느낌 같다고 한다. 또 마을 사람들은 최씨가 묻힌 ‘천실메 코지배기’에서 ‘우―우’ 하면서 가슴을 쥐어뜯는 듯 걸걸한 남자의 울음소리가 들려 왔다고도 말한다. 지금도 비가 올 때 이곳을 지난 사람들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무슨 소리가 들린다고 통행을 꺼리고 있다고 한다.

비가 오거나 안개가 낀 날 귀신의 모습이나 소리가 잘 들리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귀신이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공간에 있는 매개체를 필요로 한다. 귀신은 소리를 낼 수 있는 몸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공간에 있는 안개와 같은 매개체에 자신의 모습을 실어 보여 준다든지, 안개에 진동시켜 소리를 내는 것이다.


죽은 아이가 엄마에게 휘파람 신호 보내

이러한 귀신의 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으며 그 귀신을 통해 점괘를 봐준다는 무속인도 있다. 조선총독부의 촉탁으로 있던 무라야마 지준(村山智順)이 펴낸 ‘조선의 점복과 예언’에는 경북 안동에서 서른다섯 살 가량의 여인이 여덟 살 된 자식을 잃었는데 죽은 아이가 나타나 점복을 봐주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죽은 자식이 길흉화복을 알려 주어 여인은 자연스럽게 무녀가 되었다. 당시 영덕경찰서장 나가모토는 그 무녀를 불러 실험한 일이 있었다. 실험을 받기 위해 불려온 여인은 자기 손수건을 방 안 벽 상부에 걸어놓고 잠시 동안 죽은 아이를 불렀다.

“이리 와, 이리 오너라.”

그러면 어느 사이에 ‘휘웃― 휘웃―’ 하는 소리와 함께 마치 사람이 휘파람을 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 왔다. 이런 소리를 낼 만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무녀는 이것을 죽은 아이가 온 신호라고 했다. 무녀는 과거·현재·미래의 일에 대해 묻는 대로 대답하게 된다.

그러나 사기수법도 적지 않았다. 무라야마 지준이 조사한 사례 가운데는 칠성신 사기사건이 있었다. 평남 강서군 강서면 덕흥리에 전종화라는 여인이 칠성신의 심부름꾼인 소녀 신을 부르면 아이의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전종화는 칠성신이 그려져 있는 그림 부채를 펴서 얼굴을 받쳐 들고는 잠시 눈을 감은 채 송문을 외운 다음 약간 시간을 두고 소녀 신을 불렸다. 그러면 이에 따라 신의 목소리가 은은하게 들려 왔다고 한다.

무라야마 지준은 신령의 목소리는 전종화의 입에서 나온 사기임을 밝혀냈다. 무라야마는 “그녀가 신령에게 말하고, 그 응답을 기다릴 때는 결코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며 입만 약간 벌리고 있다는 점, 신성이 나오는 곳은 부채로부터가 아니라 그녀의 흉부 위, 머리 부위 아래라는 점, 신성이 들 때 그녀의 인후부가 약간 움직인다는 점 등의 사실로 미뤄볼 때 신성이 나오는 곳은 틀림없이 그녀의 구강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라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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