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타고라스도 영계 통신을?

사람 몸에 달라붙고파 안달
영시靈視를 통해 귀신을 불러 보니 빙의된 여성과는 특별한 인연이 없는 존재였다. 개인적인 인연령의 경우 퇴마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인연법으로 얽혀 있을 경우 그것을 먼저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여성의 경우 우연히 들어왔기 때문에 잘 달래서 내보내면 될 것 같았다.
“너 어디서 왔냐?”
귀신은 아주 고운 할머니 모습을 하고 있었다.
“우리 손녀딸을 도와주기 위해 왔다.”
귀신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할머니 뒤에 감춰진 모습을 영시했다. 헝클어진 머리에 흉한 얼굴을 한 귀신의 모습이 드러났다.
“왜 거짓말을 하느냐? 왜 거기 들어갔느냐? 네 몸도 아닌데? 좋은 데로 보내 줄 테니 어서 나와라.”
“거짓말하지 마라. 나를 쫓아내려고 하는 것 아니냐? 여기가 좋다. 바깥세상은 춥고 무서운데 이 몸은 따뜻하고 편안하다. 이제 겨우 자리 잡았는데 내가 왜 나가냐?”
할머니 귀신은 순순히 나올 것 같지 않았다.
사실 귀신들도 나름대로 치열한 환경 속에 생존(?)하고 있다. 인간의 몸속으로 들어갈 경우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의 몸에 빙의하려고 혈안이 된다.
결국 빙의령은 몇 대 얻어맞은 뒤에야 항복을 선언했다. 약속대로 영계로 보내 주었다. 떠나기 전에는 두려워하던 녀석도 영계로 들어서면서 고맙다며 인사를 했다. 녀석처럼 유계를 떠도는 대부분의 귀신들은 영계로 들어가기를 두려워한다. 한번도 가 보지 않은 세상이며, 자신이 평소에 가졌던 사후 세계에 대한 생각과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분신사마’ 놀이는 매우 위험하며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한두 번 재미로 했다고 하더라도 계속해서 하는 것은 좋지 않다.
‘분신사마’를 외치는 것은 귀신에게 “내 몸으로 들어와 주십시오” 하고 광고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피타고라스도 영계 통신 즐겨
그런데 이 놀이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국내에 흘러들어 왔는지 수수께끼다. ‘분신사마’는 본래 일본에서 건너온 말로 分身樣(ぶんしんさま)라고 한다. 이 말은 한국어로 ‘분신님’ 정도로 해석될 수 있겠다. 일본에서는 분신사마라고 하지 않고 こっくり樣(콕쿠리사마)라고 부르면서 귀신을 불러내 궁금한 것을 묻곤 한다. 국내에는 언제 유입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최소한 10여 년은 넘은 것 같다.
서양에서 이미 그리스 시대부터 비슷한 실험이 있었다. 그리스의 유명한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피타고라스는 영계와의 통신을 위해 제자들과 함께 정기적인 모임까지 열었다고 한다. 이들은 영계와 통신을 하기 위해 간단한 기계장치까지 개발하기도 했다. 지금의 ‘분신사마’와 매우 유사한 방법이었다.
피타고라스는 가로 세로 20㎝ 가량 되는 판 밑에 굴러다닐 수 있도록 작은 바퀴를 달고, 한 곳에는 연필을 꽂아두었다. 그리고 책상 위에는 ‘YES’, ‘NO’를 적고, 힘을 뺀 손을 판 위에 올린 사람이 질문을 하면 판은 저절로 움직여 ‘YES’, ‘NO’ 사이를 오갔다. 차바퀴 위에 얹힌 신비의 판은 어떤 표시를 향해 움직이고, 그것을 피타고라스와 제자인 피로라오스가 미지의 세계로부터 전해진 계시로 청중에게 설명했다고 한다.
판을 이용한 영계 통신 방법은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주변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위쟈보드(Ouija Board, 靈應盤 : 영응반)라는 것이 있다. 위쟈보드는 게임 참가자 전원이 A에서 Z까지 알파벳과 1에서 10까지 숫자가 기록된 단순한 보드에 둘러앉아 돋보기가 부착된 삼각형 모양의 표시기에 손을 얹고 떠도는 영혼들에게 말을 거는 게임이다.
영혼에게 말을 걸면 표시기가 저절로 움직이면서 알파벳이나 숫자를 가리키며 질문에 대한 답을 한다고 한다. 그러나 장난처럼 보이는 이 게임을 통해 실제로 심령체험을 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심지어는 이 게임을 통해 찾아든 악령에 의해 빙의 환자가 된 경우도 있는 등 ‘채널링’에 어느 정도 신빙성을 보이고 있는 게임이다.
이처럼 서구에서는 영계와의 소통을 위해 기계적 장치를 개발하는 쪽으로 연구를 진행해 온 데 반해 동양에서는 수행을 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물론 동양의 방식이 훨씬 성공적이었다. 수행을 통할 경우 영계뿐만 아니라 신계, 그 이상의 다양한 차원과도 성공적으로 소통을 진행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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