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 체크] 쌍용자동차 회생절차 노사 화합 ‘삐끗하나’…노조, “노사 상생 가치 우선”
[팩트 체크] 쌍용자동차 회생절차 노사 화합 ‘삐끗하나’…노조, “노사 상생 가치 우선”
  • 이창환 기자
  • 입력 2020-12-24 19:16
  • 승인 2020.12.24 19:25
  • 호수 1391
  • 3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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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노조, 고용 보장된 ‘회생절차’ 및 ‘매각’ 조기 완성 지지
쌍용자동차가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위한 신청을 했다. 아울러 ARS(회생개시 보류신청)프로그램을 함께 신청해 법원의 판단을 받아냈다. 이에 쌍용차가 해외 금융기업을 비롯해 산업은행 등 채권자들과 협의를 통해 정상적인 매각 절차로 나아갈 수 있는 3개월을 벌었다. [이창환 기자]
쌍용자동차가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위한 신청을 했다. 아울러 ARS(회생개시 보류신청)프로그램을 함께 신청해 법원의 판단을 받아냈다. 이에 쌍용차가 해외 금융기업을 비롯해 산업은행 등 채권자들과 협의를 통해 정상적인 매각 절차로 나아갈 수 있는 3개월을 벌었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쌍용자동차가 끝내 올해를 넘기지 못하고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 신청서를 제출했다. 약 600억 원에 이르는 해외 금융기관의 대출 원리금 연체와 함께 지난 7월 만기 연장 이후 다시 돌아온 산업은행의 900억 원, 우리은행의 대출금 150억 원 등의 만기도 돌아왔으나 이를 감당하지 못한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노조가 대주주 마힌드라의 먹튀를 언급하며 11년 만에 복직한 노동자들이 다시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것을 우려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확인 결과, 이는 금속 노조 소속 쌍용차 근로자 일부의 주장으로, 실제 쌍용차 노조는 “총고용이 보장된 회생절차는 반대하지 않는다”며 “60만 생존권을 위해 매각을 조기에 완성할 수 있도록 지지한다”고 밝혔다. 

3개월 시간 번 쌍용차, 해외 금융기관 및 산업은행 등 채권단 설득
ARS 진행 중, 美 자동차 유통기업 HAAH, 쌍용차 인수 적극 나설까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은 23일 이번 회생절차 개시 신청과 동시에 ARS제도 요청서를 함께 제출한 이유에 대해 ‘매각이 가시화 되지 않는 현실을 타계하기 위한 제도적 선택’이라며 총고용을 확보하기 위한 노조 입장에서 매각 조기 매듭을 위한 제도적 합의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하루 앞서 쌍용차 노조의 이름으로 금속노조가 밝힌 입장과는 차이가 있다. 금속노조 소속 일부 노조원들은 회생절차 신청을 개시한 사실에 대해 언론을 통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10년 만에 회사에 복직한 회사로부터 다시 정리해고를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과 함께 “사측으로부터 회생절차 신청과 관련된 설명을 듣지 못했고 사전공지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쌍용자동차 대표하는 노조 “금속 노조 아니야”

이에 대해 쌍용차 노조는 “고용 안정이라는 핵심정책 안에서 11년 만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에 대해서 유감을 표한다”면서도 “총 고용을 지키기 위한 결단으로 회생개시 보류신청(ARS제도)을 법원에 제출한 것을 동의하고, 법원의 ARS제도 적용이라는 현명한 판단을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어 “사회적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난 11년 연속 무쟁의를 실현했고, 더불어 지난 5월4일 해고자 전원에 대한 현장 복귀이라는 대국민 약속도 실천했다”며 “일련의 과정은 산별노조 탈퇴 이후 기업별 노조로 전환해 상생적 노사문화를 유지하며 쌍용차만의 노사관계를 발전시킨 결과물”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쌍용차 노조는 2009년 대규모 정리해고가 단행된 이후 한국적 노사관계를 탈피하고자 조합원 총회를 거쳐 산별 노조인 금속 노조를 탈퇴했다. 아울러 쌍용차에 기업별 노조로 새로운 노사 문화를 정착시켰고, 조합원들의 동의 아래 임금 삭감 등을 포함해 약 1000억 원의 자금도 마련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사측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쌍용차에 따르면 현재 법정관리 직전 ARS 프로그램이 실행되고 있다. 이를 위해 주어진 3개월의 기간 동안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자들과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 사전에 실행하는 자율적 구조조정의 개념으로 채권자들과 합의를 거치면 법정관리까지 가지 않고도 매각까지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도 쌍용차가 법정관리를 요청하면서도 ARS프로그램을 동시에 신청해 회생 절차를 미루고 신규 투자 협상을 진행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을 한 것이라는 풀이가 나오고 있다. 채권단인 산업은행 및 해외 금융과 대주주 간 구조조정 합의안 혹은 HAAH와 신규투자 협상도 한걸음 더 나갈 수 있는 기간을 번 셈이다. 

일각에서는 쌍용차 인수를 위해 미국계 자동차유통회사인 HAAH 코퍼레이션이 지난 9월부터 쌍용차와 마힌드라 측에 접근해오고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마힌드라가 쌍용차를 매각할 수 있도록 인도 중앙정부와도 합의가 마무리돼야 하므로 이를 위해 이번 회생절차와 ARS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게 된 것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쌍용자동차가 자구책 마련의 방안 가운데 하나로 매각을 단행한 서울서비스 센터의 모습. [쌍용자동차]
쌍용자동차가 자구책 마련의 방안 가운데 하나로 매각을 단행한 서울서비스 센터의 모습. [쌍용자동차]

쌍용차 4800명 직원 임금 반납 등 1000억 원 재원마련

쌍용차 측은 “이번 회생절차 등의 과정은 이사회 승인으로 진행이 되는 만큼 조기에 협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도 “대주주 또는 쌍용차 자체적으로 여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므로 해외 금융기관의 대출 원리금 상환 연장과 산업은행 등 채권자들의 대출금 만기에 대한 부분을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해외 금융기관의 대출 원리금 상환 기일 등을 두고 협의를 마무리하면 산업은행도 함께 연장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 관련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해외 금융이 연장에 나서지 않으면 역시 연장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쌍용차 노사가 한 목소리다. 아울러 회생을 위한 자구책에도 적극 동참했다. 쌍용차 노조는 쌍용차의 회생과 고용보장 안정이 직결된 만큼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부터 복지 축소와 급여 반납을 통해 1000억 원의 재원도 마련했다. 특히 올해도 임금 관련 부분을 사측에 일임하는 수준으로 임금문제를 해소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쌍용차의 직접고용 직원은 총 4800여명에 이른다. 이들 모두가 쌍용차의 기업 회생 및 계속 기업 활동을 위해 함께 움직이고 있다”며 “협력업체와 생계가 달린 가족까지 하면 총 60만 여명에 이르는 데 이들을 위해서라도 포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쌍용자동차의 대주주인 마힌드라는 올초 2300억원의 자본금을 마련하고 정부 지원금 등을 요청해 총 5000억 원의 자금 투입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에 따른 경영위기로 400억 원 지원에 그쳤다. 다만 산업은행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기안기금으로 코로나19의 직접 타격을 입은 기업이 아닌 쌍용차를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창환 기자 shin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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