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지난 20일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그 동안 2022년 대선에만 관심을 가졌던 안 대표가 체급을 낮춰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면서 야권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주목할 점은 안 대표가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 모임인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 공동대표인 강석호 전 의원과 김무성 전 대표에게 ‘서울시장 출마 결심’을 사전에 알렸다는 것이다. 더욱이 서울시장 출마 요구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던 안 대표가 지난 11월 12일 마포포럼 초청 간담회 이후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선 도전에서 서울시장’으로…安-무대 ‘통’(通)했다!
- 安 마포포럼 비공개 회의 후 출마 결심...무슨말 오갔나?
사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서울시장 차출설이 흘러나올 때마다 고개를 저으며 2022년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말을 했었다. 실제 안 대표는 지난 7월 서울시장 야권 단일화에 대해 “생각해본 적도 없고, 앞으로 생각할 계획도 없다”고 단칼에 잘랐다. 특히 “서울시장에 절대 나가지 않는다”고 못 박았고,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도 “몇 번만 더 들으면 백 번 듣는 질문”이라며 선을 그었다.
安, 서울시장 출마선언 전날, 마포포럼에 출마 결심 알려
안 대표가 서울시장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면서 국민의당을 바라보는 시선도 차가워졌다. 더불어민주당이 범여권까지 합쳐 180석의 과반 의석수를 확보한 상태에서 국민의당이 거대 양당 사이에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며 판을 흔들 수 없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안 대표에 대한 시선 역시 싸늘했다. ‘존재감이 사라질 것’이라는 말부터 ‘안철수 소멸론’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세력이 없는 국민의당은 해체 수순을 밟으며 안 대표도 자연스레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논리였다. 이런 기류를 당의 최대주주이자 수장인 안 대표는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 한 관계자는 “3석 정당에 안 대표는 원외 인사다. 당장 국회 안에서 존재감을 나타낼 수 없다는 점은 안 대표도 공감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일련의 이유로 안 대표는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검찰총장 대세론으로 인해 야권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이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는 점,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 압도적인 후보가 없다는 점도 한몫했다.
이에 안 대표는 지난 20일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것과 함께 ‘야권 단일 후보’를 내세웠다. 그는 “서울시장 선거 패배로 정권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만은 제 몸을 던져서라도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서울의 시민후보, 야권단일후보로 당당히 나서서 정권의 폭주를 멈추는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궐선거 승리는 정권교체를 위한 7부 능선을 넘는 것”이라며 “제가 앞장서서 그 7부 능선까지 다리를 놓겠다. 반드시 이겨 정권교체의 기반을 만들겠다”고도 했다. 야권 단일화 필요성과 함께, 반문연대를 통해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뜻이다. 안 대표로서는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이와 함께 안 대표 서울시장 출마 선언 하루 전 김무성 전 대표 등에게 연락을 해 서울시장 출마 결심을 알렸다고 한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야권 한 관계자는 “안 대표가 출마 사실을 외부에 알리기 전인 19일 김무성 전 대표와 강석호 전 의원에게 전화해 ‘서울시장에 나서기로 마음을 굳혔다. 도와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무성 전 대표와 강석호 전 의원은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 모임인 ‘더 좋은 세상으로(일명 마포포럼)’를 이끄는 주축들이다. 일련의 과정을 봤을 때 안 대표가 서울시장으로 출마를 선회하는 데 마포포럼 영향이 적잖게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야권 한 관계자는 “안 대표가 지난 11월 12일 마포포럼 강연자로 나선 것이 반전의 시작이었다”고 전했다.
安 서울시장 출마 봇물, 安 “고민했지만 대선 출마” 고집
실제 마포포럼 비공개회의에서 안철수 서울시장 출마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상당했다. 마포포럼 회원들은 하나같이 ‘안철수 서울시장 출마’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국민의힘 한 전직의원은 ‘야권 후보로 서울시장에 나서 달라’고 요청하자 안 대표가 “서울시장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당시 참석자들에 따르면 안 대표는 서울시장 출마를 고민했다. 안 대표 조언그룹에서 서울시장 출마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 참석자는 “안 대표가 ‘서울시장에서 지면 대선이 없다고 말하거나 서울시장이 바뀌어도 역할을 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얘기했다”며 “조언을 해주는 그룹에서조차 서울시장 출마를 놓고 의견이 반반 갈렸다고 안 대표가 말했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자신(안 대표)의 입장은 서울시장이 아닌 대선에 뜻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안 대표는 특히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빙 승부가 펼쳐지면 대선 승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 참석자는 “안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가 박빙으로 가면 야권에 큰 타격은 없지 않겠느냐. 야권이 계속 연패를 하게 되면 국민들도 연패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선에서는 승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마포포럼 회원들 사이에서는 “서울시장을 내주면 대선도, 야권도, 대한민국도 끝”이라는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급기야 ‘안철수 서울시장→2022년 대선 출마’ 플랜을 한 전직의원이 제안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한 참석자는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서울시장 승리가 필수적이다. 대선주자인 안 대표가 서울시장에 출마한 뒤 2022년 대선에 출마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안철수 서울시장 출마’를 재차 요구했다고 한다. 이에 안 대표는 “보궐선거에 임하는 사람은 절대로 대선을 생각하면 안된다”며 “대선을 나가기 위한 징검다리로 생각하면 안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안 대표는 강연에서 ‘야권 혁신플랫폼’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고 한다. 안 대표는 “정치세력 국민의힘 중심이 되고 힘을 합쳐야 한다”면서 중도층이 합류할 수 있는 당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을 주장했다는 후문이다. 또 “정권교체가 자신의 목표”라며 “한 사람이라도 모아서 힘을 합쳐야 승산이 있다”는 점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대표의 말에 김무성 전 대표는 마무리 발언에서 안 대표의 새로운 면을 봤고, 공통점도 많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김 전 대표는 “안 대표, 우리 복잡하게 이야기하지 맙시다. 만약 보궐 선거에서 야당이 지고 안 대표가 독자 노선을 가면 대선에서 몇%를 득표하든지 간에 안 대표도, 국민의힘도 모두 지는 겁니다”며 “역사의 죄인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安 설득 성공한 마포포럼, ‘국민의힘과 함께’ 시간문제?
그래서일까. 마포포럼 인사들은 국민의힘 지도부에 “안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의 필승 카드 중 하나”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안 대표에게 서울시장 출마를 적극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이는 안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 결심을 굳히는 밑거름이 된 것으로 보인다.
야권의 한 인사는 “국민의당 3석 외에는 국민의힘 내부에 뚜렷한 지지 세력이 없는 것이 안 대표의 고민”이라며 “단순히 ‘정치 원로’들의 권유 수준이 아닌, 중량감 있는 보수 인사들이 뭉친 외곽 조직이 힘을 싣는 상황이 서울시장 출마 결심에 상당히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 전 대표 측 한 관계자는 “김무성 전 대표나 마포포럼 인사들의 지속적인 도움과 설득이 있었다”면서도 “최종 결정은 전적으로 정권 심판을 하겠다는 안 대표 본인의 결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의당 내부에도 서울시장에 출마하라는 여론이 있었다”며 “안 대표가 이런 다양한 요구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야권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하면 안 대표가 재평가받을 수 있다”며 “국민의힘과 함께 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물론 야권 인사들의 말을 종합해 볼 때 이제는 ‘야권 단일 후보’를 내세우기 위한 룰의 전쟁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제1야당 국민의힘과의 줄다리기가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이를 둘러싼 방법론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100% 국민경선’ 논의가 또 다시 고개를 드는 게 단적인 예다. 벌써부터 험한 가시밭길이 예고되고 있는 상황, 안 대표가 대권의 꿈을 유보하고 선택한 서울시장 출사표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기우 언론인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