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 폐점하는 유니클로 명동중앙점 [뉴시스][청와대국민청원]](/news/photo/202012/436048_353150_4518.jpg)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가 유니클로 운영 기업인 에프알엘코리아를 ‘2020년 가족친화인증 기업’으로 선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올 한해는 국내에서 일본 기업 제품 불매운동이 활발했던 만큼,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결코 좋지 않은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국민 정서에 반하는 결정이라며 인증 취소를 주장했고, 나아가 여가부 폐지까지 요구하는 등 이들을 향한 비판의 화살을 쏘고 있다.
- 인증 부여 859개 사, 에프알엘코리아 포함...“유연 근무방식 적극 권장”
- “성찰 없이 망언 일삼는 유니클로”...여가부 폐지 청원, 동의 3만 넘어
지난해 유니클로가 위안부 비하 광고를 제작하면서 국민들의 마음에 분노의 불씨를 지폈다. 이와 함께 유니클로 측이 ‘한국의 불매운동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이 알려지면서 국민들 중 상당수는 거센 비판과 함께 적극적인 불매활동을 실천해갔다. 이 같은 움직임은 또 다른 일본 기업 제품에 대한 불매활동으로 확산됐다.
시장조사전문업체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9~59세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1.8%가 참여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유니클로에 대한 불매운동 비율은 다른 기업들보다 높게 조사됐다. 불매운동 참여 경험이 있는 응답자를 대상으로 불매한 브랜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유니클로가 75.7%를 차지했고, 이어 아사히(71.1%), 삿포로(56.6%), ABC마트(49.4%), 무인양품(47.5%), 기린맥주(44.4%) 순이었다.
들끓는 민심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인 모양새다. 응답자 대부분이 여전히 불매운동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답변은 69.3% 비율을 차지했고, ‘불매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거나 독려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59.9%로 나타났다.
또다시 ‘뜨거운 감자’
2023년까지 자격 유지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유니클로 이슈는 또다시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여성가족부가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기업인 에프알엘코리아를 가족친화 기업으로 인증한 데 따른 것이다. 에프알엘코리아는 2004년 12월 설립해 2005년 9월부터 롯데백화점 등에서 유니클로 영업에 나섰다. 지난 17일 여가부는 가정과 일을 병행하는 직장문화를 조성해 가족친화 경영에 앞장선 기업 859개사를 대상으로 가족친화 인증을 부여하면서 에프알엘코리아를 포함시켰다. 여가부가 실시하는 가족친화 우수기업 인증은 가정과 직장 생활을 조화롭게 병행하는 사회환경 조성을 촉진하고자 2008년부터 도입된 제도다. 여성가족부는 근로자의 일·가정 양립 지원을 위해 가족친화제도를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기업과 기관을 선정해 가족친화 우수기업으로 인증하고 있다. 올해 인증 받은 기업은 2023년까지 자격을 유지하게 된다.
유니클로가 가족친화 기업 인증을 받게 된 것은 임직원의 업무 효율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시차출근제 및 탄력근무제 등 유연한 근무방식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는 점이 배경이 됐다. 이와 함께 자녀 출산과 양육을 지원하는 모성보호 제도를 활발히 사용한다는 점도 높이 평가 받았다. 가족친화인증기업으로 선정되면 중앙부처·지자체·은행 등이 220개의 혜택을 지원한다(2020년 4월 기준). 이 중에서도 에프알엘코리아는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만큼 지원하는 42개의 인센티브 혜택을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국민 원하는 일 아냐”
여가부 폐지 주장도
일각에서는 유니클로가 설령 인증 기준에 부합했다고 하더라도 국내 분위기를 반영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불매운동이 범국민적 범위로 확산됐던 만큼 인증이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가부 인증 소식이 알려지자 각종 언론 매체는 해당 내용을 앞다퉈 보도했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해당 소식을 비판하는 게시글이 줄지어 올랐다. 이와 함께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특별위원회는 지난 21일 성명서를 통해 에프알엘코리아에 대한 여가부의 인증을 즉각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위원회는 “여가부는 아무런 역사적 성찰 없이 망언을 일삼는 유니클로를 가족친화 기업으로 인증해 혜택을 주는 것은 옳지 않다”며 “출입국 심사 우대, 정부 사업 우선 선정 등 220개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은 국민들이 원하는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유니클로는 지난 시기 숱한 가족들을 해체시키고 삶을 파탄 내 인권을 유린한 일본정부의 전쟁범죄부터 다시 돌아보길 바란다”며 “여가부도 국민 정서에 부합하는 결정을 하길 바라며 유니클로에 대한 가족친화 기업 인증을 즉각 취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2월 폐점하는 유니클로 명동중앙점 [뉴시스][청와대국민청원]](/news/photo/202012/436048_353149_4517.jpg)
비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나아가 여가부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가부 폐지를 요구하는 국민 청원글이 게시돼 화제가 됐다. ‘불붙은 민심에 기름을 붓는 여성가족부를 폐시시켜 주십시오’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게시글에는 에프알엘코리아(유니클로)를 가족친화기업으로 인증한 여가부를 향해 화살을 쐈다.
청원인은 해당 게시글을 통해 “여가부는 그간 수많은 논란과 문제점을 안고 있었지만 이번만큼 크게 논란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더이상 말하지 않고 행동하겠다”는 말과 함께 여가부 폐지를 주장했다. 이와 함께 해당 내용이 포함된 보도 내용을 첨부했다. 현재 해당 청원에는 3만4000여 명의 청원 동의가 이뤄졌으며, 해당 국민청원은 내년 1월 마감된다.
한편 일본제품 불매 운동으로 매출이 급감한 유니클로의 국내 최대 규모 매장인 명동중앙점은 내년 2월 폐점을 앞두고 있다.
양호연 기자 hy@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