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관계없이 전·현직 대통령 풍수에 집착
신앙과 관계없이 전·현직 대통령 풍수에 집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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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6-11-24 11:23
  • 승인 2006.11.24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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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풍수지리


지금 정치권의 최대화두는 1년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다.
한나라당은 일찌감치 박근혜 전대표를 비롯해 이명박 전서울시장, 손학규 전경기지사의 3파전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이에 반해 여권은 확실한 대권주자가 부각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고건 전총리는 연말 신당창당을 선언하고 나서 정가는 내년 대선에 대한 얘기로 시끌시끌하다.
더욱이 ‘어디 어디 집터가 명당’이라며 대권주자들의 집터를 놓고도 큰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이 전시장이 가회동 60여평짜리 한옥집에 전세를 살기로 하면서 이목이 집중됐다. 수백억원대의 재산가가 ‘전세살이’를 한다는 것도 이채롭지만, 대선을 앞두고 있는 대권주자의 ‘임시거처’이기 때문에 세간의 눈길을 끌었다.
이 전시장의 한 측근은 이와 관련해 “가회동은 예부터 좋은 터다. 특히 내년(2007년)에 기가 상승하는 곳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전시장이 대권을 앞두고 기가 승천하는 터를 골라 집을 얻었다는 사실을 굳이 부인하지 않았다.


이 전시장이 독실한 기독교 신자임을 감안할 때, 놀랄만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도 종교가 천주교임에도 불구하고 조상의 묘를 ‘더 좋은 곳’으로 옮겨 한때 정계복귀가 점쳐지기도 했다.
이처럼 대권주자들이 풍수지리에 집착한다는 것은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대통령 자리에 올랐거나 도전했던 정객들은 거의 모두 자신의 신앙과는 상관없이 풍수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김영삼은 유독 풍수에 초연
윤보선 대통령부터 노무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모든 전·현직 역대 대통령들이 신앙과는 관계없이 자신의 집을 옮기거나 선조 묘를 이장하는 등 풍수에 집착해 왔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이유는 대권을 잡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대권을 잡기 위해서는 풍수지리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어온 것.
풍수를 이용한 대표적인 방법은 선조의 묘를 이장하거나 암장하는 방식이었다.
역대 대통령 중 풍수에 가장 초연했던 대통령은 김영삼 대통령이다. 이와 관련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92년 대선을 앞두고다.
풍수의 대가로 알려진 이모씨가 상도동으로 찾아와 “이번 대선에서 YS가 대통령이 되려면, 자신의 아호인 ‘거산(巨山)’을 사용하지마라. 거산자가 들어간 선거 선전물을 모조리 소각해야 한다. 그리고 선거공약으로 대한민국을 태한민국(太韓民國)으로 바꿔야한다. 그러면 틀림없이 대통령에 오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워낙 유명한 인물이라, 비서진은 고민을 하다 이를 YS에게 보고키로 결심했다고 한다.
이를 보고 받은 YS는 “뭐라고, 거산은 내가 언제부터 써오던 건데, 그것을 쓰지 말라고…, 그리고 대한민국을 내 맘대로 태한민국으로 고친다고 공약을 하라고…, 나 대통령 안해도 좋다. 그건 할 수 없다”고 화를 냈다고 한다.
이 같은 말을 당시 상도동 비서진들로부터 전해들은 필자는 사석에서 YS에게 이런 말을 했다.
“대표님, 태한민국으로 고치는 공약은 힘들더라도, 거산이란 아호사용은 안할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YS는 이 같은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대통령 자리에 오르는 것은 발복의 기운이 넘치는 ‘풍수’가 아니라 ‘민심’입니다.”
이처럼 풍수를 따르지 않아도 YS는 14대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YS의 조부모 및 어머니 묘를 보면 명당발복(明堂發福)의 예사롭지 않은 풍수의 기운이 넘친다고 한다.

윤보선 생가 완벽한 풍수조건
반면 윤보선 대통령은 YS와는 달리 풍수에 많은 집착을 했다고 한다. 충남 아산군 둔포면 신항리 새말에 있는 윤 대통령의 생가 터는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치밀하고 완벽한 풍수의 조건을 갖췄다고 한다. 독실한 기독교 집안인 윤 대통령이 풍수에 집착을 했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본인이 대통령이 되려고 한 일은 아니겠지만, 형이었던 박상희가 풍수에 도통했던 터라 박상희와 숙부들이 공동출자해 명당발복을 위해 잡은 경북 구미시 할머니 무덤이 천하제일의 명당이라고 한다.
박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이후 구미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갖고 구미산업단지를 추진한 배경 속에는 할머니의 명당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어느 명가 터도 발복의 기운은 알 수 있어도 쇄락의 기운은 모르기 때문에 10·26의 비극은 막지 못했다고 한다.

전두환 조부묘지 최고 명당
전두환 전대통령의 경우 풍수에 능한 친척이 우여곡절 끝에 이장 터로 잡은 할아버지 선영이 최고의 명당 터로 꼽힌다.
노태우 전대통령의 경우도 전두환 전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이장을 했다. 군인 출신 대통령들이 명당 터에 집착하는 데는 권력 획득의 정당성을 명당의 상징성에서 찾으려는 ‘왕권신수설’의 경향을 보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 역시 발복의 기운은 받았어도 쇄락의 기운은 알지 못해 백담사와 교도소 수감의 비애를 맞봐야만 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김대중 전대통령의 경우는 독특하다. 풍수탄압을 받았다고 한다. 정치적인 탄압의 수단으로 풍수가 활용됐다는 주장인 것이다.
1970년 박 전대통령은 용의 형상을 하고 있는 전남 하의도의 여의주에 해당되는 작은 섬을 폭발시켜 그 돌을 목포 선착장 공사에 활용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DJ 고향의 발복 기운을 없애려 했다는 것이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이 사건 이후 DJ는 고난의 정치 역정을 겪어야만 했다. 자동차 충돌사건으로 인한 다리부상으로 현재까지 절뚝거리는 신세가 됐으며, 일본에서 중앙정보부요원들에게 납치돼 죽음 직전까지 갔다, 미 정보부의 도움으로 살아 돌아오기도 했다. 또한 전두환 전대통령 집권 이후 사형선고를 받아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버릴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후 몇 번의 대권 도전 실패를 거듭한 뒤 대권에 다시 도전하게 된 DJ가 선친의 묘소를 용인으로 옮기고, 또 집까지 동교동에서 일산으로 옮기는 등 발복을 받기 위해 풍수에 집착했다고 한다. 아무튼 이러한 노력 때문인지 DJ는 마침내 대통령자리에 올랐다.

노무현 풍수로 이회창 눌러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는 다른 역대 대통령들과는 달리 풍수에 그다지 집착을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풍수를 따지는 풍수전문가들에 따르면 노 대통령의 부친 묘는 왕기가 서려있는 발복의 명당 터는 아니지만 당시 상대 후보였던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선친 묘보다 조상의 기운을 빨리 받는 길지였기 때문에 이 후보를 누를 수 있었다고 한다.
이 후보의 조상 묘는 당시 금오산의 산맥이 끊겨 죽은 혈에 위치했으며, 뒤쪽 현무도 아파트가 들어서 잘려나간 흉당이었다고 한다.
결국 풍수적으로만 본다면, 노 대통령의 부친 묘가 이 후보보다 상대적으로 명당이었다.
이 때문인지 이 후보는 충남 예산군 예산읍 산성리 소재 선영에 안장했던 고(故) 이홍규옹의 묘를 2004년 4월 예산군 신양면으로 이장시켰다.
성격형성 등에 큰 영향을 준다고 알려진 ‘생가’와 관련해서는 역대 대통령의 생가위치를 두고 재미있는 이야기거리가 많다.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명문대가 출신으로 풍수에 남다른 애착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진 윤 대통령이나 윤택한 집안 출신의 YS의 생가는 주산과 좌청룡 우백호를 거느린 동네 한 가운데 평안한 땅에 자리 잡고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은 낙천적이면서도, 추진하는 일이 잘 풀리는 특성을 지녔다고 한다. 이런 생가 탓인지 몰라도 윤 대통령과 YS는 정계에 입문하는 과정에서부터 대권을 움켜쥐는 순간까지 다른 대통령에 비해 순리대로 진행됐다.
YS의 경우 파란만장한 정치역정을 겪어왔지만, 추진하는 일이 무리수 없이 잘 풀렸다는 게 풍수를 전공한 풍수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윤보선 대통령의 경우도 같다. 윤 대통령은 학자 스타일의 관료주의를 지향했던 당시 분위기에 잘 맞아 떨어져 대권에 진입할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5·16 군사 쿠데타로 쫓겨나는 비운의 대통령으로 남기는 했지만, 그 당시 대권을 꿈꿔온 수많은 엘리트 군단의 인적자원 속에서 잘 살아남은 인물로 꼽힌다.
반면, 어릴 적 가난한 편이었던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대중 대통령의 생가는 좌청룡 우백호 중 좌청룡 끝집인 동네 갓집에 위치했다.
이곳에서 태어난 사람들의 성격은 독선적이고 누구도 믿지 않는 경계하는 기질을 타고 났다고 한다. 이들의 정치역정을 돌이켜 보면 이 같은 주장이 맞는지 틀리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 지지가 좋은 풍수
위에서 보듯이 대권을 거머쥐는 일이 전적으로 풍수에 달려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아예 무시해 버릴 수도 없다. 분명한 것은 역대 대통령들이 종교를 뛰어넘어 한결 같이 풍수를 기본적 무기로 삼았다는 것이다. 이는 디지털 정치를 지향하는 국제정세와는 한참이나 동떨어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YS의 말처럼 진짜 좋은 풍수는 발복의 기운이 넘치는 ‘명당 터’가 아니라 국민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는 ‘민심’ 이라는 것이다.
<김문신·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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