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 국고지원 사업 ‘허점’
산림청 국고지원 사업 ‘허점’
  • 오경섭 기자
  • 입력 2008-11-10 16:00
  • 승인 2008.11.10 16:00
  • 호수 759
  • 13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랏돈이 줄줄 샌다
경북 고령군 다산 조경수 유통센터 등기부등본

나랏돈이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서 줄줄 새고 있었다. 사단법인 한국 조경수협회 산하 대구경북 영농조합은 지난해 경북 고령군에 조경수 유통센터를 신축하면서 국가로부터 8억4천만원을 무상지원 받았다. 영농조합 주주들의 출자금은 3억 5천만원. 그런데 이 영농조합은 올해 상반기 유통센터의 토지와 건물을 담보로 2억원을 운영자금 명목으로 융자받았다. 나랏돈으로 만든 유통센터를 담보로 다시 정부가 지원하는 저리 운영자금을 융자받은 셈이다. 조경수 유통센터사업은 임산물의 유통구조개선을 위해 정부가 시설자금과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사업 시행 관서는 산림청이고, 한국조경수협회가 주관하고 있다. 산림청이 시행하는 임산물 유통구조 개선 지원 사업에 허점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말 문을 연 경북 고령군 다산 조경수 유통센터,

대구경북 조경수유통 영농조합법인은 국고 8억4천만원을 무상 지원받아 이 건물을 완공했다. 조합 출자금은 3억 6천만원에 불과했다.

전체 사업비의 70%가량을 나랏돈으로 쓴 셈이다. 명목은 우량 조경수의 안정적 생산기반을 구축하고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것이었다.


국가지원 건물에 3억9천만원 근저당 설정

산림청이 이 같은 거액을 지원한 근거는 임업 및 산촌진흥에 관한 법률이다. 진흥법7조 2항에는 “산림청장이 임산물의 유통구조개선을 위해 시설자금과 그 밖에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산림청은 이 법률에 따라 유통센터에 자금을 지원했고, 5년간 감사원 감사를 받도록 했다.

조경업계 관계자는 “정부자금을 무상으로 지원받은 만큼 감사원 감사를 받는 5년간 동안 대구경북 조경수 유통 영농조합은 유통센터의 자산가치를 훼손시키는 행위를 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말은 최소 5년간은 유통센터 건물 등을 담보로 돈을 빌릴 수 없음을 의미한다. 건물을 담보로 한 대출은 막대한 나랏돈이 투입된 유통센터의 재산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구경북 조경수 유통 영농조합은 지난 4월 운영자금 2억원을 대출받으면서 유통센터 건물과 토지를 담보로 제공했다. 이 융자금은 농특회계 대상 사업으로 고령군 산림조합이 조경수 유통센터에 운영자금을 지원한 것이다. 금리는 연3%, 3년 거치 7년 분할 상환 조건이었다.

유통센터 등기부 등본에 따르면 고령군 산림조합은 2008년 4월 28일자로 건물과 토지에 대해 각각 채권 최고액 2억 6천만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위사진>

고령군 산림조합은 또 건물이 준공되기 전인 지난해 4월18일 토지에 대해 1억 3천만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한데 이어 올해 4월 28일 건물에 대해서도 같은 금액의 추가 설정계약을 했다. 나랏돈 8억 4천만원을 무상지원 받아 준공된 건물에 3억 9천만원의 부채가 생기도록 한 셈이다.

대구경북 조경수 유통 영농조합 관계자는 “올해 3월경 대표이사가 산림청에서 운영자금 2억원이 나온다면서 이사 동의서를 요구해 도장을 찍어줬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유통센터 건물에 근저당 설정을 한다는 말을 듣지 못했고, 이와 관련 이사회를 개최한 사실은 없다. 대표이사가 알아서 처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통센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운영자금은 나와 있는데 담보물이 없다보니 유통센터에 근저당을 설정한 것 같다”고 답변했다. 그는 “토지만 해도 담보가치가 있었지만, 산림조합에서 토지와 건물에 동시 근저당 설정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대구경북 조경수 유통 영농조합은 지난 2006년 12월 2억8천2백만원에 유통센터 토지를 매입했다. 그런데 이 토지의 공시지가는 매입금액보다 훨씬 낮기 때문에 토지만으로는 3억9천만원의 담보 설정이 어렵다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평이다.

실제로 사단법인 한국조경수협회의 고위관계자도 운영자금 담보 설정과 관련 여러 차례 공문을 통해 건물에 대한 근저당 설정을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구경북 조경수 유통 영농조합 최 모 대표는 “담보설정과 관련 감사원 감사를 이미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감사원에서도 자기들끼리 왈가왈부했지만 (담보가) 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며 “제가 더 이상 할 말은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조경수협회 관계자는 이와 관련 “회의 중이라 자세한 답변이 곤란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후 <일요서울>과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유통센터 관계자는 “산림청 운영자금 2억원을 융자받는 과정에서 법인자산을 담보로 한 경위와 대출금의 사용 내역 등을 공개해 줄 것을 대표이사에게 요구할 것”이라며 “만약 비리 사실이 드러나면 최씨의 대표이사직과 조합원 자격 제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비리 의혹 불거진 이유는?

임업분야 지원사업은 그동안 각종 국가지원 사업의 사각지대였다. 이 가운데서도 일반인에게 생소한 조경수 유통지원사업의 비리 의혹이 불거진 데는 영농조합 경영권을 둘러싼 죽마고우의 법정공방이 발단이었다.

조경회사 대표인 곽모씨는 지난 2006년 8월 광주유통센타 본부장과 납품을 협의하다 대구경북 유통센타 설립 정보를 입수한다. 곽씨는 조경수 유통센터 설립에 국자자금 8억 4천만원이 무상지원된다는 사실을 알고, 영농조합법인 설립에 착수한다.

그러나 국가자금을 받으려면 자부담 30%(3억 6천만원)을 조합원을 구성해 출자해야 한다는 문제에 봉착한다. 이때 곽씨는 죽마고우 최모씨로부터 재력가 김모씨를 소개받는다. 곽씨와 최씨는 김씨로부터 2006년 12월초 3억 6천만원을 빌려 법인을 설립한다. 보름후 두 사람은 토지 구입비 명목으로 2억8천만원을 추가 차용한다. 김씨는 월 3부의 고리에다 전체 차용금액 6억4천만원보다 훨씬 많은 9억2천4백만원을 채권최고금액으로 요구했다.

곽씨는 이 과정에서 “김씨의 압력으로 지분을 5대5로 나누고, 친구 최씨와 공동 대표를 맡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공동대표를 맡은 최씨는 횡령 등을 이유로 곽씨를 공동대표 이사직에서 해임하고, 그를 형사 고소했다.

곽씨는 4억여원 이상을 횡령한 혐의로 영장이 청구됐지만, 구속적부심에서 풀려났다. 그러자 이번엔 곽씨가 최씨를 횡령 등의 혐의로 맞고소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조경수 유통센터 관련 국가지원 사업의 허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오경섭 기자 kbswave@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