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비밀지령 “박근혜 포위하라”
이재오 비밀지령 “박근혜 포위하라”
  • 오경섭 기자
  • 입력 2008-11-10 13:46
  • 승인 2008.11.10 13:46
  • 호수 759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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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맞아 ‘박근혜 책임론’ 이상기류
박근혜 · 이재오

친 박근혜계의 ‘희망포럼’ 결성 소식에 여권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친 이재오계 공성진 의원은 “지금은 조직을 구성할 때가 아니다”면서 박 전 대표를 겨냥했다. 이명박 대통령(MB)의 대선후보 시절 경선 캠프였던 안국포럼 출신 의원 12명은 청와대에서 폭탄주 만찬을 갖고 ‘MB 전위대’를 자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오 전 의원의 조기귀국설과 입각설을 필두로, 이방호, 정종복 등 이른바 ‘MB 3인방’은 지난 4·9총선의 악몽을 씻고 조만간 재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박근혜 대세론’에 눌려있던 MB직계에서는 서서히 ‘박근혜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박근혜 대세론이 오히려 ‘MB색깔 강화’란 역풍의 명분이 되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하는 전국 단위 외곽조직이 출범한다. 박 전 대표의 ‘후원회 사무실’이 있던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을 이용하고 있는 이 단체는 ´희망포럼´이란 이름으로 행정안전부에 사단법인 설립신고까지 마쳤다.

현재 이사진은 15명, 이사장은 박영식 전 연세대 총장이다. 대선 때 MB의 외곽조직이었던 ´선진국민연대´를 연상시킨다.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인 박 전 대표의 대선을 위한 조직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희망포럼’의 배후에 박근혜 전 대표의 비서실장 출신 모 의원이 있다는 소문은 이 같은 의혹은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관심 끄는 친박근혜계 ‘희망포럼’ 결성

당사자인 모의원 측은 이에 대해 “박 전 대표의 뜻이 아니다”며 부인하고 있다. 박 전 대표 역시 “포럼은 포럼 그 자체로 봐야 한다”며 정치적 의미를 배제했다. 그러나 조직화를 찬성하는 친박계 의원은 “(대선)조직화에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친박계 의원은 “지난해 한나라당 경선 때 MB의 외곽조직에 밀려 실패한 경험이 있다”며 “이재오 의원 조기 귀국 등으로 주류 측이 전열을 정비하기 전에 조직화를 서둘러야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김선동 의원과 MB측 정태근 의원 등이 함께 참여한 ‘민본 21’의 전국 단위 조직 결성을 예로 들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최근 ‘MB를 겨냥한 정치적 발언’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박 전 대표는 MB의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해 “정책의 선후가 바뀌었다”며 연일 비판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또 11월11일 충북 제천을 방문한다. 그가 영남권이 아닌 지방행에 나선 것은 지난해 대선 이후 처음이다.

자연스럽게 MB 측에서 친박계의 행보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MB계 한 중진 의원은 “(박 전 대표가) 금융위기 등 엄청난 위기가 몰려올 때는 말씀을 안 하다가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 개진을 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친이재오계 공성진 최고위원은 지난 6일 “촛불시위 등 국난이 많았던 지난 8개월 동안 박 전 대표가 잠잠하시다가 왜 이런 소리 하시나 하고 의아해 하는 분들도 있다”며 정치적 의혹을 제기했다.

공 의원은 아예 ‘희망포럼’과 관련 “지금은 조직을 구성할 때도 아니고 정치투쟁할 때도 아니다”면서 비판수위를 높였다.

공 의원의 발언은 이재오 전 의원의 조기귀국설과 관련 친박계의 견제가 본격화되고 있는 민감한 시점에 던져진 것이어서 그 배경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공 의원은 최근 “이재오 전 의원께 내년 초 귀국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논란이 많은 연말 귀국설 대신 연초 귀국으로 물러나는 형국을 취하면서 ‘이재오 조기귀국’을 공론화한 것이다. 친이계 관계자는 “이재오 전 의원이 종강 후 보름간 세계 여행을 하고 귀국하겠다는 의사를 밝힌데 따른 것으로 이 전 의원과 공 의원 사이에 사전 조율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 의원의 친박계 비판 발언도 이 전 의원 조기귀국에 명분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분석했다. 즉 MB가 최근 이재오 조기귀국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일부의 주장에 대한 맞불작전의 의미란 것이다.

박창달 전 의원은 이와 관련 “이재오 전 의원이 미국행을 결정할 때 MB가 ‘가라, 가지마라’한 적이 없듯이 이 전 의원의 귀국여부도 오로지 자신의 뜻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친박계의 견제 속에서도 탄력을 받고 있는 ‘이재오 조기귀국’은 ‘이방호, 정종복 전 의원’ 등 ‘MB 3인방’의 재기와도 맞물려 있다. 소위 ‘개국 일등공신’으로 불리는 이들 MB 3인방은 4·9총선 공천을 주도했다 ‘친박 바람’에 밀려 모두 낙마했다.


청와대 폭탄주 만찬서 오간 말

이재오 전 의원과 함께 이방호 한나라당 전 사무총장도 청와대 정무직이나 내각 입각설이 점쳐지고 있다.

반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도 거론됐던 정종복 전 의원은 내년 4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출마로 가닥을 잡았다.

친이계 관계자는 “3인방이 청-정-당에 포진하는 구도가 가장 이상적”이라며 “청-정에 이재오, 이방호, 당에 정종복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다”고 전망했다. 친이계 ‘매파’에서는 친박계에 유연하던 ‘상왕’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친이계 ‘비둘기파’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박근혜 대세론’을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류 측이 지금처럼 분열되면 2010년 지방선거에서 여.여가 모두 ‘MB심판론’을 제기하면서 레임덕이 본격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안국포럼 출신들로 이뤄진 MB친위그룹의 ‘MB색 강화’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1일 MB와 정두언, 이춘식 의원 등 안국포럼 출신 의원 12명의 청와대 폭탄주 만찬이 단적이다. 이에 앞서 ‘55인의 난’으로 소원하던 이 전 부의장과 정두언 의원도 화해의 자리를 가졌다. 지난달 28일엔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1,2기 수석들이 한 음식점에서 회동을 가졌다. 이 같은 움직임은 ‘오바마 발 변화의 바람’이 미국 대선을 접수한 이후 본격화되고 있다. 박근혜 대세론이 변화를 요구하는 거센 도전의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오경섭 기자 kbswav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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