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비롯,고위참모들 잘 벌고 못 번 ‘양극화’는 없었다
대통령을 비롯,고위참모들 잘 벌고 못 번 ‘양극화’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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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6-03-08 09:00
  • 승인 2006.03.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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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위 공직자 재산 변동 신고를 놓고 말들이 많다. 특히 청와대의 경우 노무현 대통령부터 지난 1년 사이 주식형 펀드 수익과 급여 등으로 9천447만원의 금융 재산을 불린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통령 비서실의 고위 참모들 가운데 ‘월급’으로만 평균 5천만원 이상 재산을 모았다는 사람이 8명이나 되는 것으로 집계돼 눈길을 끌었다.과연 대통령과 대통령 비서실 사람들은 급여를 얼마나 받기에 1년에 5천만원 이상을 저축하는 사람들이 나올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한 해답은 의외로 싱겁다. 결론적으로, 고위직일수록 자기 돈을 쓸 일이 별로 없기 때문인데, 이는 다른 부처 고위 공무원들도 비슷하다. 즉, 청와대에 근무한다고 해서 급여 부분에서 특별한 대우를 받는 일은 없는 것이다.

대통령 비서실 사람들도 직급에 따라 일반 공무원과 똑같은 급여를 받는다. 다만 업무의 특성에 따라 업무추진비, 이른바 ‘판공비’에서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역대 정권 청와대의 돈 사정을 살펴본다.노무현 대통령 일가의 현재 재산 총액은 8억2천933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 재산 등록과 비교하면 재임 3년 동안 3억6천만원 정도의 재산이 늘어난 셈이다. 이 금액은 주로 예금 부분에서 생겼다. 예금만 따지면 급여와 펀드수익 등으로 2억1천만원이 늘어났다. 이 가운데 노 대통령 본인은 7천582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지난해 8천만원을 5곳의 주식형 펀드에 분산 투자한 결과, 36.1%의 수익률로 2천890만원의 수익을 얻었고, 나머지는 급여를 저축한 것이다.

대통령 실질 연봉은 약2억원
그렇다면 대통령의 공식 수입은 얼마나 될까. 올해를 기준으로 대통령 연봉은 1억6천124만4천원이다. 작년 1억5천621만9천원에서 소폭 인상된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직급보조비를 합치면 올해 실질 총연봉은 1억9천964만4천원이 된다.물론, 통상 ‘판공비’로 불리는 업무추진비는 별개다. 청와대는 지난 1월 ‘2005년도 대통령비서실 업무추진비 명세’를 공개했다. 대통령 비서실의 판공비 내역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이에 따르면 지난해 대통령비서실이 쓴 업무추진비 총액은 45억6천818만원에 달한다. 보좌진을 포함해 노 대통령이 사용한 ‘경·조화비 및 기념품비’만 14억5천여만원이다. ‘경·조화비’는 모두 2천772번에 걸쳐 집행됐다. 하루 평균 7.5회꼴에 해당한다.또 각종 간담회비 14억791만원, 내외빈 초청 행사비 9억3천739만원, 비서실 부서운영지원비 7억3천445만원 등을 사용했다. 여기에는 노 대통령이 각종 행사 등에 참석했을 때 건네는 ‘격려비’(통상 100만원)도 포함된다.

DJ 돈 관리는 핵심측근도 몰라
이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사용한 금액은 따로 집계되지 않았다. 대통령에게 별도의 판공비가 배정돼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청와대 비서실의 업무추진비에는 대통령이 참석하는 각종 행사경비 뿐만 아니라, 비서실 소속 각 수석과 비서관들이 업무를 보기 위해 사용한 카드 사용비까지 포함돼 있다.참고로 국무총리의 경우 한 해 판공비는 2004년을 기준으로 9억3천200만원, 장관들은 평균 1억7천만원 수준이다.사실, 과거 대통령들에게는 ‘급여’라든지, ‘판공비’라든지 하는 개념 자체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재벌 등으로부터 수천억원 규모의 ‘정권유지비’를 조성해 운용했기 때문이다.역대 대통령들의 돈 끌어모으기와 씀씀이에 대한 얘기들은 영원한 전설이다. 오죽하면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역대 대통령들에게 돈을 갖다 바치는 것에 염증이 나서’ 직접 대통령선거에 출마했을까. 지금 비참한 말로를 걷고 있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역시 과거 대통령들에게 적당히 ‘베팅’을 하면서 성장한 기업인으로 정평이 나 있지만, 그 역시 한 때 대권을 꿈꾸기도 했다.

가장 통 큰 인물은 전두환
어쨌든, ‘대통령의 돈’을 얘기할 때 가장 통 큰 인물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라는 데 이론이 없다. “‘전통(전두환 대통령)’에 대해 그토록 비판적이던 사람들도 청와대만 들어갔다오면 전통의 팬이 되더라”는 당시 기자 사회의 말에서 대통령 돈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상대적으로 노태우 전 대통령은 ‘짠돌이’ 쯤으로 격하되곤 한다. 명절 때 노태우 대통령이 당시 여당인 민정당의 국회의원들에게 준 귀향 활동비는 300만원선이었다고 한다. 당시 정치권에서 대통령 격려금이 ‘기껏’ 300만원이라면 기가 차다는 표정을 짓던 시기였다. 결국, 돈을 받은 국회의원들이 ‘한 쪽으로 몰아주자’며 국회의원회관에서 고스톱 판을 벌였다는 말도 회자된다.

‘쌈짓 돈 관리형’인 김대중 전대통령과 ‘위탁 관리형’인 김영삼 전대통령도 자주 비교된다. DJ는 정치자금을 직접 받았고 지출도 직접 했다. 따라서 지금도 DJ의 구체적인 돈 사정은 핵심 측근도 모른다. 반면, YS는 야당 시절 누가 정치자금을 갖다 주면 참모를 불러서 대신 받도록 하고, 지출도 가급적 그런 방식을 택했다. 다만 거액의 거래는 본인이 직접 나서는 스타일이었음이 강삼재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밝혀진 바 있다.박정희 전대통령의 돈에 대해선 평가가 그의 업적 논쟁 만큼이나 극과 극으로 엇갈린다.개인적으로 누구 보다 청렴했다는 것이 그를 지켜본 원로들의 증언이지만 실제론 많은 유산을 남겨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등이 돈에 구애를 받는 일은 없다는 평가도 있다.

YS·DJ 정부초기시절 핵심참모 판공비 ‘무제한’
그렇다면 역대 청와대 참모들의 돈 사정은 어땠을까. 두 말 할 것도 없이 이 역시 당시 청와대 주인들의 돈 씀씀이를 그대로 따라갔다. 대통령이 흥청망청하는 스타일이면 참모들도 마찬가지였고, 대통령이 돈 줄을 꽉 쥐고 있으면 참모들의 주머니도 말랐다.앞서 언급했듯이 대통령 비서실 직원들도 실장들은 장관급,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들은 차관급, 비서관들은 1~2급 공무원급, 행정관들은 3~4급 공무원급의 급여를 받는다. 그 밑의 직원들도 모두 별정직 공무원이다. 호봉을 산출하는 기준도 일반 공무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그러나 판공비 부분에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 대통령 시절 때는 말할 것도 없고 YS와 DJ 시절 초기만 해도 청와대 핵심 참모들의 판공비는 사실상 ‘한도’가 없었다.특히 정치권을 담당했던 정무 파트와 언론을 상대하는 홍보 파트의 경우 ‘영수증 없는 업무추진비’가 거의 무한대로 지급됐다. 오히려 총무비서관실에 업무추진비를 제 때 청구하지 않으면 활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낙인찍히던 시절도 있었다.사용 내역도 상세하게 제출할 필요가 없었다. 그 자체가 ‘기밀’에 속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 비서관들 돈 가뭄에 시달려
그러나 참여정부 들어서는 사정이 180도 달라졌다. 청와대 참모들이 술값이 없어 사람을 만나는 일을 꺼리는 현상까지 벌어질 정도로 돈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로 청와대 참모 여러 명이 외부 사람들을 초빙해 식사를 한 뒤 참모들 사이에 서로 돈을 내지 않으려고 신경전을 벌이는 일도 허다하다고 한다.참여정부 청와대 한 참모가 귀띔한 바에 따르면, 지금도 대통령 비서실 직원들이 법인카드를 소유하고 있지만 서로 사용을 꺼리는 추세라고 한다. 그만큼 총무비서관실에서 사용 금액과 내역을 꼼꼼하게 점검한다.이에 따라 비서관급 이상도 법인카드 사용 액수가 월 100만원 선에 머무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자금 여력이 있는 참모들은 아예 자기 돈을 사용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다만 일부 참모들이 이런 불편을 참지 못하고 외부의 재력가를 술자리 등에 동석시켜 나중에 계산을 하도록 하는 구태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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