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재보선은 내년 4월 재보선 바로미터

10·29 재보선 성적표가 나왔다. 쌀 직불금 불법 수령, 불교탄압 등으로 여당의 고전이 예상됐으나, 결과는 민주당의 참패로 나타났다. 최상의 조건에서 최악의 결과를 거뒀다는 분석이다. 주목을 받지 못한 선거였으나 나름의 정치적 의미는 있다. 투표율이 예상외로 높았고, 무소속만 출마한 지역도 나오는 등 눈길 끈 대목도 있었다. 이번 선거결과를 되새김질해봤다.
10월29일 전국 14곳에서 치러진 재보궐 선거에서 관심지역인 울산시 울주군수 선거는 한나라당이, 충남 연기군수 선거는 자유선진당이 각각 승리했다. 광역의원 선거 3곳 중에선 한나라당이 2곳, 무소속이 1곳 승리했다.
기초의원 선거 9곳은 무소속이 3곳, 한나라당이 2곳, 선진당이 2곳,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각각 1곳씩을 나눠가졌다. 민노당의 한 곳은 민주당의 텃밭 두 곳 중 한곳이었다. 민주당은 전북 임실군 기초의원 선거에서 단독 출마로 무투표 당선시킨 것이 유일한 성과였다.
선거 참패, 민주당 내홍 겪을 듯
이번 선거는 미니선거였으나 현 정부에 대한 평가 성격이 담겨 있었다. 새 정부 들어 첫 선거였던 6·4재보선 참패이후 두 번째 선거였고,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 체제 출범이후 처음으로 민심을 확인하는 선거였다.
재보선에서 여당의 패배 고리를 끊었다는 점에서 박 대표 지도체제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한 정치분석가는 “한나라당은 수성함으로써 나름 성공했고, 자유선진당은 지역적 입지를 굳혔으며 민노당도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면서 “그러나 민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처럼 호남당으로 전락했다”고 평가했다.
한나라당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쌀 직불금 사태, 불교탄압 여파, 이명박 정권의 실정 등으로 처음부터 고전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각 당의 평가도 엇갈렸다.
한나라당 안경률 사무총장은 “전국적으로 많은 한나라당 후보를 당선시켜 주신 국민께 감사드린다”며 “어려운 경제난국을 풀어나가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국정주도권을 쥐고 갈 것이라는 자신감이 담겨 있다.
반면 민주당은 “이번 선거는 초미니 선거로 정치적 의미를 두기는 힘들다”며 의미 축소에 방향을 맞췄다.
선진당은 “전국 정당으로 웅비하고자 하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했고, 민노당은 “호남의 절대강자인 민주당대신 민노당이 선택받은 것은 진보정치의 신선한 새바람”이라며 “대중정당으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선거로 한나라당은 정국 주도권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선진당은 충청지역 맹주로 자리매김함으로써 중앙정치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톡톡히 할 전망이다. 반면 민주당은 거센 내홍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한 의원은 “선거 결과 당의 존재가 없다는 게 확인됐다”고 했고, 민주연대에 참여하고 있는 한 의원은 “공천과 선거운동에 너무 순진하게 접근했다”며 당 지도부에 불만을 토로했다.
당 전 관계자는 “민주당이 관심없는 것처럼 보였으나 사실상 연기군수 선거에 총력을 기울인 정황이 있다”면서 “민주당은 이번에 참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 정부에 이반된 민심을 민주당이 흡수하지 못했고 더 이상 대안정당이 아님을 텃밭에서 확인했기에 당내 여파가 예상보다 커질 수도 있다.
이번 선거에서 눈에 띄는 점은 예상외로 높은 투표율과 일부 지역에 무소속 후보만 출마한 것이다. 이번 재·보선의 평균 투표율은 33.8%로 지난 6·4 재·보선에 비해 10.5%포인트 높아졌다. 한나라당이 우세한 경북 포항 남구, 경북 영천 지역에서는 무소속 후보만 경합했다.
여권 관계자는 “후보들이 혈연, 지연, 학연 등을 총 동원해 경쟁했고, 그런 후보들이 많았다”면서 “또 선관위에서도 홍보를 많이 해 투표율이 높아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나라당 경북도당 위원장인 정희수 의원 측은 “전임자가 안 좋은 결과로 물러나 지역정서를 감안하고, 속죄하는 의미에서 공천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선태규 기자 august@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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