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동물학대’ 사건 잇따르는데 처벌은 솜방망이?
[핫이슈] ‘동물학대’ 사건 잇따르는데 처벌은 솜방망이?
  • 조택영 기자
  • 입력 2020-12-18 18:55
  • 승인 2020.12.18 19:03
  • 호수 1390
  • 2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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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2.8%만 ‘정식 재판’···재판 가도 처벌 수준 낮아
지난 1일 광주 지역 한 동물병원에서 의료진이 수술을 마친 강아지에게 화장실용 탈취제를 분사하고 있다. [사진=SNS 캡처]
지난 1일 광주 지역 한 동물병원에서 의료진이 수술을 마친 강아지에게 화장실용 탈취제를 분사하고 있다. [사진=SNS 캡처 /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최근 광주의 한 동물병원에서 의료진이 수술을 마친 강아지에게 화장실용 탈취제를 뿌리고 조롱하는 사건 발생하고, 군산에서는 길고양이 머리에 살상용 화살촉을 쏴 상처를 입힌 40대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기도 했다. 이처럼 동물학대 사건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처벌 수준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 사회적 공분이 일고 있다.

“‘미미한 처벌’ ‘부실 관리감독이 반사회적 범죄자 만든다

광주에 위치한 한 동물병원 의료진이 수술을 마친 강아지에게 화장실용 탈취제를 뿌리고 조롱하는 영상이 온라인을 통해 공개돼 여론의 비난이 빗발쳤다. 이에 경찰은 수사에 나섰다.

광주 남구는 지난 9일 학대 의혹을 받는 A동물병원을 고발, 광주 남부경찰서가 수사에 착수했다.

A동물병원은 고발장 접수 사건 처리 절차에 따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앞서 생후 8개월 된 강아지의 발치 수술을 A동물병원에 맡긴 견주는 지난 3일 병원 처치실 폐쇄(CC)TV 영상 등을 사회관계망서비스(이하 SNS)에 게시하며 학대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공개된 영상과 사진에는 의료진이 화장실용 탈취제‧향수 등을 치료 중인 강아지에게 뿌리는 듯한 행동, 이를 보던 의료진이 웃음을 터뜨리며 조롱하는 영상 등이 담겼다. 치료 직후 강아지는 숨을 거뒀다.

논란이 확산되자 관할 감독기관인 남구 농축산유통팀은 지난 7일 A동물병원을 찾아가 CCTV 영상과 진료 기록 등을 점검했다. 이를 토대로 동물병원 의료진이 수술 후 회복 조치가 필요한 강아지에게 고의로 상해를 입힌 정황이 있다고 봤다.

최근 군산에서는 길고양이에게 살상용 화살촉을 쏴 상처를 입힌 40대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기도 했다. 전주지법 제3-2형사부(부장판사 고상교)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B(47)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앞서 지난 5월 B씨는 군산시에 위치한 집 주변에서 사냥용 화살촉인 ‘브로드 헤드’를 고양이 머리에 쏴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해당 고양이는 머리를 다친 채 거리를 배회하다가 두 달 뒤 동물단체에 구조돼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고양이는 두부 창상에 왼쪽 눈까지 실명되는 등 심각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동물학대 사건은 현재도 끊이지 않는 데다, 최근 5년간 동물학대 사건은 늘어난 반면 처벌 수준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 사회적 공분이 일고 있는 상태다.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강원 원주시을)이 법무부와 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의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은 증가세를 보였다.

2016년에는 339건, 2017년에는 509건, 2018년에는 601건, 2019년 1070건, 올해 1월~10월 879건으로 나타났다.

5년간 검찰 처분을 받은 3398명 중 절반 이상인 51.2%(1741명)이 불기소 처분됐다. 31.8%(1081명)은 정식 재판이 아닌 약식명령청구 처분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93명(2.8%)만 정식 재판에 넘겨졌고, 구속 기소된 사람은 2명(0.1%)에 그쳤다. 재판을 받은 경우에도 처벌 수준은 낮았다. 동물보호법 위반 관련 전국 법원의 1심 재판 결과, 246명 중 56.9%(140명)는 벌금형에 그쳤다. 징역형 등 자유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45명이었으나,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12명으로 전체 1심 사건 중 4.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솜방망이 처벌과 부실한 관리‧감독 때문에 동물학대 행위가 반사회적인 범죄라는 경각심을 갖지 못하게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동물보호법이 학대 행위를 제한적으로 규정해 입증에 어려움이 따르는 점, 동물이 학대를 당하기 전 보호하기 어려운 점 등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법 정비, 실질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기헌 의원은 “최근 반려동물이 늘어나고 생명 존중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동물 복지에 대한 국민 인식이 크게 높아졌으나, 처벌은 미미한 수준”이라며 “동물학대 범죄에 관한 수사 전문성과 처벌 수준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택영 기자 ct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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