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게이트·스캔들 단골주연 퇴장은 ‘불명예’
대형게이트·스캔들 단골주연 퇴장은 ‘불명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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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5-08-03 09:00
  • 승인 2005.08.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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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옛 안기부 비밀도청 테이프 ‘X파일’ 사건의 몸통은 김현철씨인가. 문민정부 시절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으로, 명실상부한 ‘소(小)통령’이었던 김현철씨가 1994년 안기부 비밀조직 ‘미림팀’의 재조직과 각계 요인을 대상으로 한 도청 사찰 활동의 실질적 배후였다는 증언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당시 안기부의 오정소 대공정책실장과 청와대 이원종 정무수석 등 경복고-고려대 출신 동문을 핵심측근으로 둔 김현철씨가 사실상 미림팀을 총괄 조정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X파일의 실체를 처음 공식 확인한 김기삼 전 안기부 대공정책실장 보좌관도 “(정·재·언론계 인사에 대한) 미림팀 녹취록 보고서는 오정소 대공정책실장을 통해 이원종 정무수석과 현철씨에게 보고된 것으로 안다”고 증언한 바 있다.

김현철씨는 이번 사건 연루 의혹 외에도 이미 여러차례 아버지의 후광을 업고 국정농단을 한 혐의로 청문회에 서고 구속되기까지 한 인물이다. 문민정부 시절 별다른 직책이 없었음에도 ‘대통령이 총애하는 아들’이란 타이틀 하나만으로 장·차관급을 비롯한 정부 고위직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등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이번 도청 테이프 파문 과정에서도 문민정부 시절 박관용 대통령 비서실장과 박상범 경호실장이 김현철씨의 전횡을 사석에서 입에 올렸다는 이유로 전격 경질됐다는 전언이 나오고 있다. 김기삼씨는 “당시 박관용 비서실장은 고교 동창생과 밥 먹는 자리에서 ‘현철씨 전횡이 심하다’는 얘기를 했다가 미림 보고서에 걸려 경질됐고, 박상범 당시 대통령 경호실장도 술자리에서 현철씨를 비난했다가 도청에 걸려 잘렸다”고 주장했다.

역대 대통령의 자식들 가운데서도 김현철씨는 좀 유별난 편이다. 물론, 역대 대통령 누구나 자식 문제에 대해선 자유롭지 못했다. 역대 9명의 대통령 가운데 전두환·김영삼·김대중 대통령 등 세 대통령의 아들들이 비리 문제로 감옥에 갔을 정도다.또 선친의 사후에 마약 등으로 말썽을 피우거나(박정희 전 대통령 아들 지만씨), 턱없이 사업을 크게 벌였다가 구설수에 오르거나(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 해외에 외화를 불법 밀반출하다 망신을 당하는(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 소영씨) 등 대통령 자식들의 크고 작은 스캔들은 어느 시대나 있었다. 그렇지만 김현철씨처럼 부친의 재임 기간에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며 ‘권력 2인자’로 행세한 인물은 없다.

노 대통령 외아들 건호씨 평범한 생활
특히 지금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외아들 노건호씨는 그때와 지금의 정치풍토 자체가 다르기는 하지만 여러모로 김현철씨와 비교된다.지난 2002년 12월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직후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아들 노건호씨는 언론 인터뷰를 자청했다. 하도 여러 곳에서 인터뷰 요청이 오는 까닭에 차라리 공개적인 자리를 만들어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게 낫겠다는 판단에서라고 했다. 그는 “LG전자에 계속 근무할 계획이며, 대통령의 아들로서 무슨 사건에 연루되지 않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선례를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이후 여러 가지 유혹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노건호씨는 큰아버지 건평씨가 이런저런 구설에 오른 것과 달리 LG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며 건실한 생활을 하고 있다.물론, 노건호씨도 언론에 좋지않은 일로 오르내린 적은 있다.

지난해 4월 민주당은 노건호씨 부부가 서울 여의도의 50평형대 아파트로 이사한 사실을 정치쟁점화했다. 모 주간지가 보도한 내용을 인용해서였다. 그 주간지는 “노 대통령의 당선자 시절인 2002년 12월 결혼 당시 ‘양가 부모의 지원과 5천만원의 은행대출금으로 전세아파트를 마련했다’며 서민적 이미지를 강조한 노건호씨가 지난해 11월부터 50평형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당시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아파트는 건호씨와는 전혀 무관하며, 건호씨는 장인의 아파트에 얹혀 살고 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또 노건호씨의 장인인 김해농협 전무 출신 배병렬씨 부부가 지난 4월 경남 김해갑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1주일간 열린우리당 후보 선거운동을 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인 적이 있다.

DJ, 두 아들 사법처리 수모
노무현 대통령 전임자인 김대중 대통령은 아들만 셋을 뒀다. 이 가운데 막내아들 홍걸씨만 이희호 여사의 소생이다. 장남 홍일씨는 지금 민주당 소속 중진 국회의원이다. 그러나 차남 홍업씨와 막내 홍걸씨는 부친의 재임 기간 중 돈 사건에 연루돼 곤욕을 치렀다.전두환 전 대통령은 아들 셋에 딸 하나를 두었다. 장남 재국씨와 차남 재용씨는 지금도 심심찮게 거액의 돈 문제에 연루돼 언론을 타곤한다. 재용씨는 얼마전 은닉 비자금 사건이 터지자 자신의 결혼자금을 외조부가 잘 관리해 거액의 재산을 모았다고 주장해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노태우 전 대통령은 김옥숙씨와의 사이에 외아들 재헌씨와 외동딸 소영씨를 뒀다. 소영씨가 누나다. 재헌씨는 올해 40세로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조지타운대학교 로스쿨을 이수한 엘리트다. 정치에도 뜻이 있어 아버지의 재임 시절인 1991년 박준규 국회의장의 국제담당비서관을 지내고 민자당 대구 동구을 지구당위원장을 맡기도 했다.미국 로펌(도세시앤드휘트니)의 변호사로 활동하며 국내와 미국을 오가던 그는 지난해 7월 100억원대 주식부자가 됐다.

노재헌씨와 그의 이종사촌인 금한태씨(금진호 전 상공부 장관의 아들)는 국내 이동통신 솔루션 업계 1위로 주식시장 상장이 예정된 ‘텔코웨어’라는 기업의 대주주들인데 텔코웨어는 당시 주식시장 상장을 위해 주당 1만2천원에 일반공모 절차를 마쳤다. 이에 따라 금한태 대표이사가 가지고 있던 이 회사 주식지분 26%, 233만 3천여주는 공모가 기준으로 280억원어치가 됐다. 또 노재헌씨는 지분 10%, 85만7천여주가 100억원어치에 이르게 됐다.재헌씨는 1996년 아버지 노태우 전 대통령이 YS정권에 의해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고초를 당하자 고향인 대구지역 신문들과 잇달아 개별 인터뷰를 갖고 “1992년 대선 때 아버지가 YS에게 쓸 만큼 선거자금을 준 걸로 안다”거나 “비자금 내역 가운데 YS에게 준 돈을 검찰에서 밝힐 수도 있다”며 당시 정권을 압박하는 강단을 보이기도 했다.

박지만씨 마약 복용 구속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가족사는 너무 잘 알려져 있어 별도의 소개가 불필요할 것 같다. 다만 ‘박정희의 딸’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최근 잇달아 불거지고 있는 선친과 연관된 과거사들을 극복하고 대를 이어 대통령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마약에 빠져 수차례 구속되는 바람에 세인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동생 지만씨도 얼마전 결혼 이후 정상적인 삶을 꾸려가고 있다.최규하 전 대통령의 아들 가운데는 유명 금융업체의 대표가 있다. 윤보선 전 대통령의 아들은 조각가로 활동하고 있다.초대 대통령 이승만 박사는 영부인 프란체스카 여사와의 사이에서 딸 연희씨밖에 자식을 낳지 못하자 핵심 측근이던 이기붕 전 부통령의 장남 이강석씨를 양자로 맞았다. 이강석씨는 매우 사치스럽고 허영이 넘쳤다고 하는데, 결국 4·19 때 친부모와 함께 동반자살하는 비극을 당했다.

동병상련 느끼기도
전직 대통령 자식들 사이의 친분관계는 별로 알려진 게 없다. 다만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친구 사이였으므로, 자식들 역시 어렸을 때부터 서로의 집을 오가면서 얼굴을 익혔다고 한다. 그러나 전두환 전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에 의해 백담사 유배를 당하는 등 윗대의 앙금이 남아 있어 지금은 거의 연락을 끊고 사는 것으로 전해진다.DJ와 YS의 아들들도 마찬가지다. ‘양 김’이 40여년 동안 정치를 하면서 뭉쳤다 헤어지기를 거듭하는 동안 2세들도 서로 같은 거리를 유지했다.어찌보면 ‘외로운’ 대통령 자녀들이 서로 동병상련을 나누기도 한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재헌씨는 지난 1997년 8월15일 오전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를 면회한 적이 있다.당시 미국에 유학 중이던 노재헌씨가 일시 귀국해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노 전 대통령을 면회하러 가는 길에 마침 같은 곳에 수감돼 있던 현철씨 면회를 요청한데 대해 현철씨가 이를 받아들여 이뤄진 것이다. 재헌씨는 현철씨의 경복고 6년 후배다.전직 대통령의 자식들 가운데 현역 국회의원인 김홍일 의원을 제외하고 가장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하는 인물은 의외로 노소영씨(44)다.

노소영씨 재벌가와 결혼
최태원 SK 회장의 부인인 노소영씨는 지금 서울 종로에 있는 SK타워와 을지로의 SK텔레콤 빌딩(SKT타워)의 이미지 변신을 지휘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종로타워 4층에 마련된 디지털 미술관 ‘아트센터 나비’의 관장을 맡고 있는 노씨는 매일 이곳으로 출근한다.노소영씨는 또 재계 주요인사의 부인과 딸, 며느리가 모여 결성한 봉사단체 ‘미래회’(회원 24명)의 회장을 맡아 이웃돕기 바자 등을 여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과거엔 대통령의 자녀들이 엄청난 혜택을 받았다. 대통령 아들과 딸의 극존칭은 ‘영식(令息)’과 ‘영애(令愛)’다. 대통령 부인을 ‘영부인’이라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금도 청와대 내부에선 대통령의 부인과 자녀를 그렇게 부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박정희 대통령 때까지는 신문이나 방송에서도 감히 ‘○○○ 대통령의 아들 ××씨’라는 호칭은 쓰지 못하고 ‘○○○ 대통령의 영식 ××군’식으로 표기했다.구시대 때 대통령의 자녀들이 대학에 갈 나이가 되면 과외선생이 청와대로 들어오는데, 나중에 그 과외선생이 일류 대학의 입학시험 문제 출제위원이 되기 때문에 손쉽게 대학에 들어갔다는 얘기도 들린다. 또 어떤 대통령은 아들이 군대에 갈 나이가 되자 ‘석사 장교’라는 제도를 만들어 병역의무를 마치게 하고, 그 아들이 제대 후 제도 자체를 폐지했다는 믿지 못할 소문이 나돈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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