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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보험업계가 내년 실손의료보험 보험료가 20% 이상 오를 수 있다고 예고했다. 앞서 보험업계는 지난해 말에도 두 자릿수대의 인상률을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금융당국은 실손보험료 인상률을 한 자릿수로 맞추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고, 결국 9% 인상이 결정됐었다. 하지만 올해 또다시 해당 문제가 주요 화두로 떠오르게 된 셈이다. 업계는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는 가운데, 보험료 인상률은 금융당국의 지도에 따라 최종 결정되는 만큼 이를 둘러싼 국민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 보험업계, 갱신 앞둔 가입자들에게 보험료 인상률 담긴 안내서 발송
- 지난해 이어 올해도 두 자릿수 인상률 예고...금융당국 결정에 ‘촉각’
지난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등 일부 손보사들은 내년 1월 실손보험 갱신을 앞둔 가입자들에게 보험료 인상률이 담긴 안내서를 발송했다. 보험사들은 영업일 기준 보험료 인상 15일 전까지 고객들에게 인상 예정 사실을 고지해야 한다. 대상은 ‘표준화 실손’(2009년 10월~2017년 3월 판매)과 2017년 4월부터 판매된 신(新) 실손보험 가입자 중 내년 1월 갱신이 도래하는 고객들이다. 2009년 10월 이전까지 팔린 ‘구(舊)실손’ 갱신 시기는 내년 4월이어서 이번 안내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각 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이번 안내문에는 예상되는 보험료 인상률과 함께 최종 확정된 인상률에 따라 보험료를 공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일부 보험사들은 표준화 실손 가입자들에게 최고 20% 초반대, 신실손 가입자들에게 최고 10% 초반대 인상률이 적용될 수 있다고 공지했다.
실손의료 손해율 최고치
지난해부터 논란 이어져
실손보험료를 올리겠다는 보험사들의 방침은 커지는 손실이 배경이 됐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실손의료보험의 위험손해율은 전년 동기대비 2.6%p 증가한 131.7%로 집계됐다. 지난해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은 134%으로, 2016년(131.3%) 이후 정점을 찍은 셈이다. 여기서 위험손해율은 발생손해액을 위험보험료로 나눈 수치인데, 100%를 넘으면 가입자가 낸 돈보다 보험금으로 지급되는 돈이 많다는 의미다.
실손보험료 인상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언급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이미 지난해 말에도 보험업계는 올해 실손보험료의 두 자릿수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해 말 열린 공사보험 정책협의체 회의에서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이 실손보험금 지출을 줄이는 효과가 거의 없었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이후 보험사들은 내년 실손보험료를 대폭 올리기 위한 절차에 돌입했고, 일부 손해보험사는 내년 1월 실손보험이 갱신되는 고객들에게 보험료가 15~20%가량 인상될 것이라는 예고문을 보내기도 했다. 당시 보험업계에서는 상반기 실손보험 손해율이 129.1%로, 쉽게 말해 보험료 1만 원을 받고 1만2910원을 보험금으로 내주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비급여 진료와 과도한 의료 이용 때문에 실손보험 상품을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인 만큼 20% 안팎의 인상률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실손보험료 인상률을 한 자릿수로 맞추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고, 이에 따라 보험료 인상률은 9%로 최종 결정됐다. 당시 금융당국은 보험료 인상은 업계 자율적으로 결정할 일이라면서도, 손해율이 올라갔다고 국민 대부분이 가입한 실손보험료를 크게 올린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보험료 인상에 앞서 보험사들이 자구 노력을 우선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손해율 상승을 큰 폭의 보험료 인상으로 맞대응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설명한 것이다.
우체국도 인상 예고
‘어렵다’ 뜻 내비치나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보험료 인상 문제를 둘러싼 문제는 올해도 주요 화두로 떠오른 상황이다. 게다가 실손의료보험을 운영하는 우체국이 최근 내년 11.6%의 보험료 인상을 예고하면서, 내년 보험사의 실손보험 보험료 인상률에 대한 관심은 한층 높아진 상황이다. 우체국은 국가기관으로 분류되는 만큼 보험업감독규정상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보험료 인상률을 자체적으로 정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보험가입자 수가 보험사보다 더 적은 우체국이 두 자리 수 대 인상을 예고한 만큼 보험사들의 20% 인상 주장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한편 보험사들의 주장대로 20% 이상의 보험료 인상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4일 열린 송년 기자회견에서 실손보험이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 같은 점은 보험료 대폭 인상이 어렵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는 공·사 보험 정책 협의체 회의를 갖고, 내년도 실손보험료 책정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예정이다.
양호연 기자 hy@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