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횡포 VS 의회 의사 결정’ 대충돌
‘다수의 횡포 VS 의회 의사 결정’ 대충돌
  • 엄광석 
  • 입력 2004-12-28 09:00
  • 승인 2004.12.2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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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시사, 교양, 정보 프로그램 분석

1) 탄핵 반대와 찬성 시위의 구성 분포 면에서 방송 3사 모두 편향성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 3사는 탄핵을 반대하는 촛불 시위를 모두 16건의 아이템에 걸쳐 취급한 반면에, 탄핵 찬성 시위는 MBC의 1건을 제외하고는 아이템 단위에서 전혀 방송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 방송사별로 MBC가 탄핵 가결 장면을 전체 프로그램의 41%에 걸쳐 사용해 KBS (18.8%)와 SBS(27.0%)보다 자주 탄핵 장면을 방송한 것으로 나타났다. 탄핵 반대와 찬성 시위 장면의 구성 비율 면에서 방송사들이 눈에 띄게 탄핵 반대 시위 장면을 많이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방송 3사들은 촛불 시위와 탄핵 반대 시위 장면을 66건(25.8%)의 아이템에서 사용한 반면에 탄핵 찬성 시위 장면은 12건(4.7%)의 아이템에서만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3) 방송 3사 통틀어 탄핵에 중립적인 멘트가 116건으로 80.6%의 비중을 차지한 가운데 탄핵 반대 멘트는 27건(18.8%)이었고, 탄핵 찬성을 두둔하는 멘트는 SBS의 단 한 건만 발견되었다. 방송사별로 MBC의 앵커 멘트 42건 가운데 탄핵 반대를 두둔한 발언이 20건(47.6%)인 반면, 탄핵 찬성 앵커 멘트는 전혀 없었다. 앵커 멘트 편향 기법에서 MBC의 편향적인 앵커 멘트 가운데 70% 이상이 윤색적인 형용사를 사용하거나 주관적인 감정을 드러낸 것으로 분석됐다. 프로그램별로는 MBC의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이 앵커 멘트 11건 모두를 탄핵 반대를 두둔하는 데 할애하고, 탄핵 찬성에 관한 멘트는 전혀 하지 않는 편향성의 문제를 드러냈고, 편향 기법도 80%가 윤색적인 형용사나 주관적인 감정을 드러낸 것으로 조사됐다.

4) 방송사별로 MBC 리포트의 21.5%와 KBS의 리포트 12.7%가 탄핵 반대를 두둔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두 방송사는 탄핵 찬성을 두둔하는 리포트를 전혀 방송하지 않았다. SBS는 51건의 리포트 모두 탄핵 반대와 찬성의 방향성이 없이 중립적으로 보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그램별로는 MBC의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이 11개 리포트 모두 탄핵 반대를 두둔하는 경향을 보였고, 탄핵 찬성을 두둔하는 리포트는 전무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프로그램은 리포트의 편향 기법도 편향적인 리포트 가운데 72%가 윤색적인 형용사나 주관적인 감정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5) 출연자의 편향성을 방송사별로 비교해 보면, KBS가 63명의 출연자가 나와 22명(34.9%)이 탄핵 반대를 두둔하는 발언을 하였고, MBC는 29명의 출연자 중에 12명(41.4%)이 탄핵 반대를 두둔한 것으로 나타났다. SBS는 자사 기자 4명이 출연하여 어느 쪽을 두둔하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 방송 3사의 96명의 출연자 가운데 탄핵 찬성을 두둔하는 발언은 KBS에 출연한 한 사람밖에 없었다.프로그램별로는 MBC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의 출연자 8명이 모두 탄핵 반대를 두둔하는 경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탄핵 가결 다음 날 방송된 KBS 「탄핵 정국 국민에게 듣는다」와 「대통령 탄핵-대한민국 어디로 가나」 두 프로그램에 출연한 57명 가운데 22명(39%)이 탄핵 반대를 두둔하는 경향을 보였고 단 한 명만이 탄핵 찬성을 두둔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6) 탄핵 반대와 찬성을 두둔하는 인터뷰 구성을 방송사별로 비교해 보면, KBS는 반대와 찬성이 44.4% 대 15.5%, MBC는 45.4% 대 32.2%, 그리고 SBS는 41.8% 대 36.2%로 방송사 간 차이를 보였다.프로그램별로는 KBS의 특집 「대통령 탄핵-대한민국 어디로 가나」와 「탄핵 정국 국민에게 듣는다」의 인터뷰 구성이 각각 반대와 찬성 31건 대 1건과, 29건 대 4건으로 편향을 보여 탄핵 사태 초반 KBS의 불공정 편향 시비의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KBS의 「미디어 포커스」는 반대와 찬성이 7건 대 0건, MBC의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은 반대와 찬성이 9건 대 2건으로 상대적인 편향을 보였다.

7) 인터뷰 수준에서의 심층성 분석은 방송사별로 KBS가 평가적인 인터뷰가 전체 인터뷰의 75.8%를 차지하는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MBC는 다른 방송사에 비해 감정적인 인터뷰(23.8%)를 자주 사용하는 특성을 보였다. SBS는 평가적인 인터뷰(51.7%)와 분석적인 인터뷰(31.0%)를 많이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아이템 전개 방식과 인터뷰 수준에서 탄핵 관련 시사, 교양, 정보 프로그램은 상당 부분 심층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탄핵 방송과 관련해서 방송의 건전한 여론 형성 기능을 방해한 것은 보도의 심층성의 빈곤이나 결여가 아니었다. 오히려 방송의 공정성 원칙의 궤도에서 벗어나 버린 방송의 심층성이라는 것이 자칫 방송을 주관적 독단의 함정으로 빠뜨려버릴 수 있음을 탄핵 방송의 사례가 새삼 상기시키고 있다. 방송이 논쟁적인 사안에 대해 섣불리 나서서 주관적 판단을 내려 버린 뒤 단호하게 어느 한 편을 비방하기 시작하는 그 대목에서 여론이 소통할 경로는 차단된다. 그 순간 시민의 언론 자유를 재현할 책무를 지닌 언론의 역할은 사라지게 되고, 사회적 쟁점에서 다른 편에 선 정치 세력과 시민은 소외되며, 방송은 불공정 편향 시비에 휘말려 신뢰를 상실하고 표류한다.

3. 프레임 분석

1) 탄핵 정국이라는 정치 갈등 상황을 보도하는 방식에서 텔레비전 방송은 주요 정치 행위자의 이미지 프레임을 통해 열린우리당, 촛불 시위대/참여 시민단체, 노무현 대통령(청와대), 시민/국민을 한 축에 두고 이들에게 동정적이거나 긍정적인 이미지를 강조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에 한나라당, 민주당, 야 3당, 박관용 국회의장, 보수 단체를 다른 축에 두고 이들에게 비판적이거나 부정적인 이미지를 부여하는 대립 구도를 설정하였다. 그리고 이들을 중재하는 충격 완화 집단 또는 위기 사태의 해결사로서 중립적인 이미지의 고건 총리, 행정 관료, 헌법 재판소를 위치 지우는 것으로 나타났다.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열린우리당과 노 대통령은 이번 탄핵안 가결 국면에서 힘없는 약자로 묘사된 반면,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수적인 우세를 견지한 힘있는 강자의 모습으로 프레임 되었다.

이 과정에서 시민과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 촛불 시위대/참여 시민단체는 힘없는 약자인 열린우리당과 노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으로 프레임 된 반면, 보수 단체 시위는 힘있는 강자인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탄핵안 가결을 적극 지지하는 세력으로 부각되었다.그러나 시민들과 촛불시위는 비교적 다양한 관점에서 다양한 활동상으로 보도된데 비해, 보수단체의 시위는 단순히 탄핵지지 의견을 밝히거나 시위 사실 자체의 전달이라는 매우 제한적인 프레임을 통해 이미지가 구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연장 선상에서, 보수단체 시위에 대한 영상 이미지도 차별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탄핵 반대 시위에 대해서는 촛불을 들고 흔들며 즐거워하는 시민들의 다채로운 표정을 생동감있게 묘사하거나, 때로는 롱샷으로, 때로는 클로즈업 기법을 통하여 시각적 효과가 큰 장면들을 구성한 반면, 보수단체의 시위에 대해서는 단순히 바스트 샷이나 피켓을 들고 엉성하게 군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그치고 있다.

한편, 박관용 국회의장은 이번 탄핵안 가결의 숨은 주역으로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편승한 편향적이고 강제적이며 무리한 의사 집행자로 프레임 된 반면, 고건 권한대행과 행정 관료들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국정 운영 방침을 제안하거나 시의 적절한 경제 및 정국 안정 방안을 내놓음으로써 탄핵안 가결을 통해 조성된 위기 정국을 관리해야 하는 숨은 일꾼으로서 이미지가 강하게 부각되었다. 이러한 이분법적 구조는 헌법재판소와 국회에 대해 설정된 프레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국회는 비이성적인 구성원들이 절차와 대화를 중시하지 않는, 원칙 없는 조직으로 프레임 된 반면, 헌법재판소는 국회에서 비이성적으로 꼬아놓은 어려운 매듭을 풀 수 있는 원칙과 절차가 분명한 조직으로 프레임 된 것으로 나타났다.

2) 프레임 요소를 바탕으로 경쟁 프레임이 구성되는 정치 쟁점을 조사한 결과, 크게 ①탄핵 소추안 가결 ②촛불 시위(집회), 그리고 ③편향 방송 시비라는 세 가지의 쟁점이 텔레비전 보도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졌다는 사실을 파악했다.먼저, 탄핵 소추안 가결에 대한 프레임 요소는 매우 다양하게 배열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그만큼 미디어 보도는 이 사건의 다양한 측면(various aspects of the issue)을 대비되는 관점에 따라 제시했다는 것이다. 문제 정의에 있어 탄핵 반대 진영은 정당성이 결여된 비상시국이라고 사태를 정의한 반면, 찬성 진영은 소추안 가결이 국정 파탄에 대한 심판이자 의회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보았다. 탄핵 찬성 진영보다 탄핵 반대 진영의 강조가 더욱 두드러진 경향을 보였다.시민의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해 양 진영이 사용한 은유의 경우, 반대 진영은 ‘의회 쿠데타’라고 공격하고, 찬성 진영은 ‘구국의 결단’이라는 주장을 한다.사태의 원인과 결과를 이해하는 관점도 상이하다.반대 진영은 야3당의 당리당략과 총선 전략에 기인한 무리수가 결국 정국 혼란을 가져와 경제 악영향은 물론 총선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부정적인 전망을 하는 반면, 찬성 진영은 이번 사태가 무능하고 측근 비리에 둘러싸인 대통령이 자초한 일이며 탄핵 소추안 가결은 자업자득이므로, 조만간 사태가 진정되는 국면이 도래하고 이번 가결이 민주주의의 발전 계기로 승화될 것임을 예상한다.

탄핵 소추안 가결에 대한 해결책으로 반대 진영에서는 원천무효인 탄핵 소추를 철회하는 것을 주장하며, 찬성 진영에서는 헌재 판결을 존중하고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탄핵 사태에 대한 시민 반응을 보면, 반대 진영의 시민 반응은 감정적인 반응과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신이 강하게 내포되어 있다.반면, 찬성 진영의 시민 반응은 감정적 반응과 더불어 대통령 책임론을 주장하는 경향을 보였다. 사태에 대한 영상 이미지 프레임 요소는 반대 진영에서는 탄핵 소추안 가결 당시의 난장판이 된 국회 모습과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울부짖는 모습, 끌려나가는 모습 등을 집중적으로 드러냈고, 찬성 진영에서는 야당 의원들의 여유로운 모습, 박수치는 모습, 세 과시하는 모습 등을 부각시켰다. 특히 전체적으로 탄핵 소추안 가결 당시의 난장판 국회 모습이 가장 많이 보도됨으로써 반대 진영의 이미지에 도움을 주는 바탕을 구축했다.이처럼 사태의 의미 구성과 관련된 여러 측면에서 서로 충돌하는 두 시각은, 탄핵 소추안 가결의 본질과 관련하여 반민주 세력의 다수 횡포로 규정하는 반대 진영과 적법하고 민주적인 절차를 밟은 의회의 의사 결정 과정이라고 정의하는 찬성 진영 간의 전면적인 프레임 경쟁으로 발현되었다.

엄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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