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영상진흥원의 보고서
두 사람은 탄핵안이 발의된 3월 9일부터 18일까지 열흘간 지상파 3사의 저녁 종합 뉴스와 탄핵안이 가결된 3월 12일의 경우는 이틀간에 걸쳐 긴급 편성된 탄핵 관련 뉴스 보도 프로그램 모두를 대상으로 건수, 방식, 논조, 주제, 인터뷰를 분석 항목으로 정했다. 분석 결과를 보자.
1. 먼저 탄핵 관련 뉴스의 총 보도 건수는 1,450건으로 KBS-485건, MBC-477건, SBS-488건으로 SBS가 많았으나 이것은 건수에 대한 수치상의 결과이고, 실제 탄핵과 관련된 전체 프로그램(뉴스 및 토론, 기획 프로그램)은 시간량에서 KBS와 MBC가 SBS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2. 보도의 방식은 스트레이트 기사와 분석 기사로 나뉘는데 스트레이트 KBS-411건(84.7%), MBC-409건(85. 7%), SBS-390건(79.9%)이었고, 분석은 KBS-74건(15.3 %), MBC-68건(14.3%), SBS -98건(20.1%)으로 KBS와 MBC가 일반 기사(스트레이트)에 비중을 둔 데 비해 SBS는 분석 기사에 비중을 두었다.
3. 보도의 주제는 전반적·거시적 차원의 보도 주제와 탄핵의 원인 및 정당성 차원의 세부 보도 주제, 그리고 타핵 파급 효과 차원의 세부 보도 주제로 나누어 분석했다.먼저 전반적·거시적 차원의 보도 주제에서 탄핵의 원인과 정당성을 분석 또는 규명하자고 한 보도의 비중(2.1∼3.1%)이 탄핵의 파급 효과(8.5%)나 해외 반응(8.7%)의 4분의 1에 그쳤다. 대통령 탄핵안 발의 및 가결이라는 중차대한 문제 앞에서, 책임있는 언론이라면 탄핵의 사유 및 절차의 정당성 문제를 보다 심도 있게 다루었어야 했다.
4. 탄핵의 원인 및 정당성 항목으로 분류되는 35건의 뉴스 보도를 세부적으로 살펴 본 결과 MBC가 탄핵 사유 점검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고, SBS는 외국의 탄핵 사례를 가장 많이 언급했다. 다른 보도와 마차가지로 탄핵 보도에 있어서도 가장 바람직한 보도 방식은 현재 눈앞에 등장하고 있는 현상을 전달하는 데에만 급급하기보다 그 이면에 담긴 의미를 심층 분석하는 것인데, 불행하게도 지상파 방송 3사의 탄핵 보도는 탄핵의 원인과 정당성을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기사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크게 부족했다.
5. 탄핵으로 인한 파급 효과와 관련된 뉴스 보도를 세부 항목으로 구분해 의미를 분석한 결과, KBS와 MBC는 총선을 비롯한 정치 분야에서 미칠 파급 효과를 크게 다룬 반면, SBS는 경제적인 파급 효과를 상대적으로 많이 다뤘다.
6. 탄핵 관련 논거와 인터뷰 내용 분석에 있어서는 먼저 탄핵 찬반 보도의 논거 분석 결과 탄핵을 반대하는 주장과 탄핵을 찬성하는 주장을 방송 3사가 모두 7:3 수준으로 다뤘다. 구체적으로 보면, KBS는 탄핵 사유 자체의 부당성과 국회의 부도덕성 항목에 비중을 보였고, MBC는 다수당의 횡포라는 주장을 많이 다뤘다. 반면 SBS는 탄핵 절차의 부당성을 제기한 보도의 비중이 높았다.
7. 뉴스 보도에 삽입된 인터뷰의 탄핵 찬반 비율 및 출처를 분석한 결과, KBS는 찬성 20.5%, 반대 67.8%, MBC는 찬성 18%, 반대 69.1%로 나타난 반면, SBS는 찬성 25%, 반대 52.5%로 찬성과 반대의 격차가 가장 좁았다.8. 탄핵 관련 인터뷰의 출처에서는 방송사 별로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났다. KBS는 일반 시민(52.7%)을 선두로 시민단체(13.1%), 학계와 전문가(12.3%)가 뒤를 이었고, MBC는 일반 시민(73.7%)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가운데 학계(7.5%), 법조계(5.6%)로 비중이 낮았다. 이에 비해 SBS는 일반 시민(36.8%)이 비교적 낮은 비율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한나라당(11.8%), 정부(9.9%)가 다음 순위였다.요컨대 MBC는 SBS보다 2배 이상 많은 일반 시민 인터뷰를 넣어 탄핵과 관련된 시민의 소리를 담아내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SBS는 주요 정당(26.9%)에 대한 비중을 두어 KBS, MBC에 비해 정당 위주의 인터뷰에 충실했다.
탄핵의 원인, 정당성을
심층 분석하는 기사가 부족했다보고서는 결론적으로 탄핵 정국을 보도한 TV 뉴스의 첫 번째 특징으로 탄핵의 사유와 정당성을 심층적으로 분석한 기사가 매우 부족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탄핵 관련 전체 보도 1,450건 중 탄핵의 사유와 정당성 문제를 다룬 보도는 단지 2%인 35건에 불과했다고 지적한다. 보고서는 이어 대통령 탄핵과 같은 정치 사회적 위기 상황을 보도함에 있어, 가장 바람직한 보도 방식은 현재 눈앞에 등장하고 있는 현상을 전달하는 데에만 급급하기보다 그 이면에 담긴 의미를 심층적으로 분석해야 하는 것인데, 다시 말해 역사적인 맥락에서 현재의 탄핵 정국이 갖는 의미를 짚어보고, 외국의 유사 사례 분석을 통해 한국의 탄핵 사태를 조망할 수 있는 시각을 길러주는 것이 필요한데, 불행하게도 지상파 방송 3사의 탄핵 보도에서는 탄핵의 원인과 정당성을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기사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크게 부족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결론지었다.
그런 결론을 내리면서도 KBS와 MBC 양대 공영 방송이 일반 시민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담아낸 것이 마땅히 언론이 추구해야 할 저널리즘의 자세였다느니, 탄핵 인터뷰의 찬반 비율이 탄핵 정국의 특수성과 국민 여론을 감안할 때, 하등의 문제가 될 수 없다고 사족처럼 달아 놓은 것은 시비 거리를 제공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전문가나 정당인은 시민이 아니고, 방송을 비롯한 언론 매체가 상반된 두 입장을 균형적, 중립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언론의 기본 사명은 뭐란 말인가. 양적 균형성을 고려한 인터뷰의 인위적 구성이 문제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필자가 말하는 요점은 탄핵 찬성과 근거를 대는 목소리는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어쨌건 지상파 방송 3사의 탄핵 관련 뉴스 보도가 심층성과 맥락성을 핵심으로 하는 질적 공정성 측면에서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결론지었다는 사실은 사태를 정확히 보고자한 노력이 돋보인다고 할 수 있다.
언론학회의 보고서
<사진2>그러면 이제 방송위원회가 의뢰해 한국언론학회(회장, 박명진)가 작성한 ‘대통령 탄핵 관련 TV 방송 내용 분석’ 보고서를 알아보자.이 보고서는 한양대 이민웅 교수와 연세대 윤영철 교수가 책임 연구원이고 서울대 이준웅 교수 등 4명이 참여했다.이들은 탄핵 소추안이 가결된 3월 12일과 13일의 뉴스 특보와 속보, 14일부터 일주일간의 정규 저녁 뉴스와 시사, 교양, 정보, 토론 프로그램 등 모두 96시간 분량을 대상으로 했다. 그동안 언론에 자세히 보도된 것 같지만 실제로는 빠뜨린 내용이 많아 되도록 충실히 다뤄본다.
1. 저녁 종합 뉴스 분석
1) 전체 977개의 탄핵 관련 뉴스 아이템 가운데 16.4%인 160건만이 탄핵을 ‘갈등적 이유’로 다룸으로써 방송 보도가 전반적으로 사회적, 정치적 갈등의 견지에서 탄핵 문제를 다루는 데 실패했다.
2) 탄핵 관련 뉴스 아이템 가운데 심층적인 분석과 논평을 포함하지 않은 단순 보도가 전체의 67.1%를 차지함으로써 전반적으로 사회적, 정치적 갈등의 견지에서 탄핵 문제를 다루는 데 실패했다.
3) 뉴스의 인상을 결정하는 크로마키(뉴스 소개 시 앵커의 어깨 위로 걸리는 조각화면)를 담고 있는 뉴스 아이템 가운데 탄핵 반대 진영의 주장 요지를 전달하는 크로마키가 13.8%인 반면, 탄핵 찬성 진영의 주장 요지를 제시한 경우는 4.7%로 반대 진영 주장이 3배가 많음으로써 공정성 보도가 매우 미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막도 마찬가지였다.
4) 탄핵 방송 뉴스에서 공정성과 관련해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인터뷰의 사용, 특히 인터뷰 대상의 성격의 편향성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시민 여론 반응’ 관련 뉴스에서 탄핵 반대 진영과 찬성 진영의 인터뷰 수가 큰 차이를 보였다. 즉 탄핵 반대 진영의 인터뷰는 평균 1.01개였지만, 탄핵 찬성 진영의 인터뷰는 평균 0.26개로 거의 4배 차이를 보였다.
엄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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