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말연초 여권 권력 지형의 대개편이 예고되면서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던 인사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특히 외곽에서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측면 지원을 했던 조직들이 연말연초 청와대, 내각, 총리실, 공기업 등 대폭 인사 교체설에 치열한 자리다툼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 임기 초 가장 큰 수혜를 입었던 조직은 바로 박영준 전 기획조정비서관과 김대식동서대 교수(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가 이끌었던 선진국민연대였다.
다음이 김진홍 목사를 중심으로 꾸려진 뉴라이트 전국연합이 정관계 요직에 들어갔다. 앞선 두 조직에 비해 비교적 탄탄한 회원을 보유하고 박창달 전 의원이 이끌고 있는 국민성공실천연합(구 한국의 힘)이 상대적으로 소외당했던 게 사실이다.
박영준, 3주간 공부 위해 두바이행
3대 외곽조직이 연말연초 여권 대개편을 앞두고 인사 경쟁을 넘어 암투까지 벌이면서 정관계 진출을 꾀하고 있는 셈이다.
암투의 전조는 지난 10월 24일 선진국민연대 해체식이 분수령이 됐다. 회원 4백만을 자랑하던 선진연대는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지역 대표자 100명이 참석한 가운데 해체를 결의했다. 박 전 비서관은 해체 선언 전 10월 16일 경 해외로 출국했다.
해체 배경으로는 선진연대 소속의 ‘명사랑’ 대표가 한 다단계업체로부터 4억원 가량의 금품을 수수해 검찰에 구속되면서 발단이 됐다. 공교롭게도 박 전 비서관이 ‘3주간 공부를 하겠다’고 떠난 시점과 일치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성공실천연합이나 뉴라이트 진영에서는 선진연대의 해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선진연대측 역시 ‘발전적 해체’에 더 공감을 표하고 있다.
선진연대 전 사무처장인 구인호씨는 본지와 통화에서 “해체관련 보도 자료를 준비해 놨다”며 “선진국민연대 해체는 아직도 논의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완전히 해체된 것이 아닌 발전적 해체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 처장은 현재 지방을 돌면서 선진국민연대가 앞으로 어떻게 거듭날지 지역 대표자들과 회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뉴라이트 전국연합의 한 핵심인사는 “선진국민연대의 해체는 사조직이라는 이미지와 권력 오남용의 결과”라며 “해체라기보다는 다른 이름으로 또 활동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이 인사는 연말연초 인사철을 맞이해 외곽 조직간 암투가 치열한 상황에서 해체는 말이 안 된다는 관측이다. 그는 “이미 선진연대 사무실에 한 무더기 이력서가 쌓여있다는 말은 듣고 있다”며 “사무실도 여의도에서 서초구 사무실로 옮겨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특정 외곽단체 인사 독식 전횡은 ‘구태’
뉴라이트 전국연합 역시 연말 이명박 2기 체제를 맞이해 김진홍 목사를 중심으로 조직 재정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성공실천연합 관계자 역시 선진연대의 해체를 믿지 않는 분위기다. 이 인사는 본지와 통화에서 “이름만 바꿔서 다시 활동을 할 것”이라며 “구 처장의 경우 지방을 돌며 다시 조직을 재정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해체 선언은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이 인사는 선진연대와 개인적인 갈등은 존재할지 모르지만 조직간 암투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에서 선진연대에서 뛰는 사람, 국민실천연합에서 뛰는 사람이 겹치는 게 현실”이라며 “이 와중에 한국의 힘 멤버들이 공기업이나 청와대 인사에서 선진연대 인사들에 비해 홀대를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향후 있을 여권 대개편에서 총대를 메고서라도 이명박 정부에서 필요한 사람들을 적극 추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덧붙여 그는 “지금은 3김 시대와는 다르다. 인터넷이 발전하고 밀실에서 인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며 “여당이 돼 파이가 커졌지만 혼자서 독식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홍준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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