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안 가결 한나라당 속셈
탄핵안 가결 한나라당 속셈
  • 엄광석 
  • 입력 2004-11-05 09:00
  • 승인 2004.11.05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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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국회 65시간의 기록 3월12일 드디어 탄핵 가결되다최병렬대표가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강행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누가 더 탄핵을 주도했나?
그러면 한나라당 내에서 누가 더 탄핵을 주도했느냐 하는 부분을 알아보자. 이 증언은 본인의 입장을 생각해 증언자의 이름을 밝히지 않겠다.“최병렬 대표는 홍사덕 총무에게, 홍 총무는 최 대표에게 서로 미루는데, 미스터리입니다. 다만 이런 일은 있었습니다. 탄핵안 표결 직전 장시간 의총을 했는데, 그 자리에서 의장 단상 점거는 누가 하고, 계단 입구는 누가 막고, 하는 것들을 조를 짜서 각자에게 어디 어디를 봉쇄하도록 하는 임무를 부여했습니다. 정의화 수석 부총무가 각자의 행동 요령을 설명했는데, 이것이 미흡하다고 생각했는지, 최 대표가 중간에 직접 나서서 본회의장 좌석 배치도를 들고 의원들 앞에 나가 일일이 설명했습니다. 이것을 보고 부총무가 하면 될 일을 왜 대표가 체통 없이 저러는지 모르겠다, 하면서 언짢아하는 의원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최 대표의 오버액션을 보고, 최 대표가 탄핵에 앞장섰구나,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 것입니다.”다른 의원 한 사람은 최 대표의 욕심, 즉 대권 욕심으로까지 확대 해석한다.

“민주당은 노 대통령이 아예 당을 없애겠다니까 살기 위해서라도 그랬다 치고, 왜 한나라당이 그것을 받아먹습니까? 최 대표가 탄핵안에 더 적극적이었다는 것은, 첫째, 노 대통령의 재신임 제안을 처음 덥석 받았다는 점입니다. 노 대통령이 재신임을 받지 못하면 한나라당이 대권을 갖게 될 테고, 그러면 대표인 자신이 제일 유리하다는 생각 아니겠습니까? 둘째는, 탄핵도 그 연장선상에서 민주당이 제기하니까 노 대통령을 끌어낼 좋은 기회다, 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관훈클럽 연설이 문제가 돼 당 대표를 그만두겠다고 말했는데, 탄핵 정국을 만들면 전당 대회를 무산시킬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이번엔 전용학 의원의 증언이다.“사실 수도권 소장파들은, 알려진 바와 같이 남경필, 원희룡, 전재희, 저 같은 사람들은 처음부터 탄핵안에 반대했는데, 시간이 가면서 의총에서 최병렬 대표가 눈물의 호소를 하는 바람에 마음이 흔들린 게 사실입니다.”한나라당 의원들 가운데, 특히 수도권에서 출마했다가 탄핵 역풍으로 고배를 마신 의원들 대부분은 최 대표가 개인적인 욕심으로 ‘당을 말아먹었다’면서 이것이 앞으로 최 대표의 정치적 장래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최 대표는 처음 재신임을 받아들인 이유가 자신의 결정이 아니었다고 말한다.“노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재신임 국민투표 얘기를 하길래 당의 최고 집행기구인 상임 운영위원회를 열었습니다. 모두 13분으로 구성이 돼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으니까 서너 명은 안 된다고 했고, 나머지는 대부분 받아들이자고 해서 그렇게 말한 것뿐입니다.사실 국민투표를 하겠다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 안건을 부치고 공고하면 되는 것입니다. 대통령이 하려고만 마음먹었다면 언제라도 했을 것입니다.그런데 이후에 위헌 얘기가 나왔고, 헌재에 묻자고 한 것인데, 위헌이라는 판정이 나오니까 거둬들인 것입니다.”물론 두 번째와 세 번째 거론한 것에 대해서도 최 대표는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한다. 역시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한나라당의 탄핵 강행에 다른 이유는 없었나?
이번에는 세 번째 의문, 한나라당이 탄핵안 처리를 강행한 진짜 이유가 무엇이었느냐 하는 부분이다. 이는 물론 한나라당이 대의명분으로 주장하는 ‘노 대통령의 대선 자금 수사를 통한 한나라당 죽이기 총선 올인 대 음모’ 와 ‘대통령의 선거 중립위반’보다 더 실제적이고 다급한 이유가 있지 않았느냐, 하는데 대한 의문제기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대선 자금 수사로 차떼기 당으로 전략한 뒤 서청원 의원 석방가결로 치명타를 얻어맞자 국면 전환용으로 탄핵 강행을 선택했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이를 영남 의원들이 주도했다는 것이다.열린우리당 이해찬 의원의 증언이다.“한나라당은 탄핵 발의 전에 이미 자중지난을 일으켜 내분상태에 있었습니다. 서청원 의원 석방결의안이 결정적 계기였습니다. 그래서 탄핵안으로 상황을 반전시키자고 한 것인데, 영남 의원들이 주도했습니다. 수도권은 그렇지 않았지만 영남은 반노 정서가 강해 탄핵이 총선 구도에 유리하다고 보고, 즉 영남에서는 선거를 치르기가 용이하다고 보고, 탄핵을 강행한 것입니다. 이것은 민주당의 경우 호남도 마찬가지였습니다.”천정배 의원도 같은 주장이다.

“탄핵 추진은 한나라당의 국면 전환을 위한 선택이었다는 점에 동의합니다. 한나라당은 탄핵을 통해 다시 한번 지지 세력을 규합해 정권을 바꿔 보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특히 한나라당의 영남 출신 의원들 중에는 탄핵이 지역주의에 매력적인 것으로 보고 급격하게 정국 주도권을 잡으려 했던 사람들이 많았습니다.”자민련은 한술 더 뜬다. 유운영 대변인.“한나라당은 자신들의 불법 대선 자금을 희석시키려고 한 것입니다. 곤경에 처하게 되니까 민주당에 도움을 요청했고, 서청원 의원 석방 가결(2월 9일)이 탄핵 공조의 시험대였습니다. 서청원 의원이 나오자 민주당이 바로 탄핵안을 발의했고, 한나라당이 이번에는 주도적으로 나섰습니다. 그리고 자민련에 대한 공작도 시작됐습니다. 서청원 의원 석방 결의안은 일종의 빅딜이었습니다.”결국 총선과의 연계 때문이라는 말이다. 민주당도 총선 연계 견해에 동의한다. 김경재 의원.“탄핵안은 민주당이 주도했기 때문에, 솔직히 말해,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만 받으면 된다는 생각이었는데,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합세하니까 이루어진 겁니다. 한나라당은 탄핵안으로 총선에서 승부를 걸려고 한 것입니다.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은 아니다, 라고 생각한 당입니다.”

대통령이 하야할 줄 알았다
그리고 여기서 빼 놓을 수 없는 한 가지, 탄핵안을 국회가 가결시키면 결국 노 대통령은 하야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총선에서도 이긴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생각이었다는 것이다.전용학 의원의 증언이다“3월 11일 노 대통령의 기자회견으로, 특히 남상국 사장의 자살로, 국민들의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탄핵안을 강행하면 노 대통령도 하야하게 될 테고, 열린우리당도 망할 것이라고 생각한 게 사실이었습니다. 승산은 50대 50이다, 그럴 바에야 한번 해보자,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어차피 승부를 내야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그러나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을 읽어도 한참 잘못 읽었다. 그 숱한 고난을 겪으면서, 그의 말마따나 ‘인생을 걸고 투자’ 해 마침내 대통령까지 오른 분인데, 국민의 지지도 못 받는 수구 꼴통(?)들이 밀어낸다고 해서 그렇게 호락호락 물러설 줄 알았단 말인가. 한나라당은 그래서 딴나라당이라는 말을 듣는지 모르겠다.어쨌건 한나라당 지도부는 딴생각이 있었다는 비판에, 아니라고 말한다. 총선 전략이었다는 점, 정국 전환용이었다는 점도 부분적으로는 시인하지만, 그보다는 명분, 그리고 대세의 흐름이 탄핵으로 이미 흘렀기 때문에 지도부로서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해명이다.최병렬 대표의 증언이다.

“탄핵이 총선에서 유리하다고 본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총선에서의 유, 불리보다는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이 충분히 탄핵의 사유가 된다고 보았기 때문에, 그래서 탄핵이 옳다고 보았기 때문에 추진한 것입니다. 사실 노 대통령은 총선에 올인하지 않았습니까!”홍사덕 총무의 증언은 더 절절하다.“한나라당은, 민주당도 마찬가지였지만, 대통령이 선거법 위반에 대한 재발 방지 약속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는데, 대통령이 버티는 바람에 발의가 불가피해졌습니다.그런데 만일 탄핵안이 부결되면 한나라당은 그야말로 풍비박산(風飛雹散)이 됩니다. 이유여하 간에 회군(回軍)을 해야 할 것이고, 그러면 당은 양분 상태가 됩니다. 갈기갈기 찢기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법에 대한 재발 방지 약속이 없자, 더 이상 여기서 밀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가결시켰을 때는 선거와 관련해서 그 전의 두 가지 상황, 부결될 경우와 회군할 경우보다는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은 그럴 수밖에 없는 선택이었습니다.”그러면서도 국면 전환용이었다는 점은 부분적으로 시인한다.

“당이 대선 자금 수사로 차떼기 당으로 비난받아 국면 전환을 위해 그랬던 면이 있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정국 전환보다는 역시 노 대통령의 불법, 탈법, 편법, 위법을 막자는 면이 더 컸습니다.”그러나 한편 부분적으로, 서청원 위원 석방 결의안 때문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강력히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있다. 윤여준 의원이다.“사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서청원 의원 석방 결의안을 통과시키면서도 이러면 안 되는데, 하는 심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서청원 전대표가 워낙 친화력이 있어 당원들에게 덕망을 쌓았고, 또 증거 능력이 없는, 달랑 팩스 한 장으로 구속한다는 것은 명백한 야당 탄압이라면서 박종희 의원(서청원 대표 때의 비서실장)이 간곡히 호소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한 건데, 모두 속으로는 옳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역풍을 맞아 반성을 하고 있었는데, 그걸 모면하겠다고 탄핵안을 낸다? 그건 논리상으로도 맞지 않습니다.”

엄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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