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팩트체크] ‘낙인’ 찍히는 코로나19 확진자, 완치 판정 그 후
[주간 팩트체크] ‘낙인’ 찍히는 코로나19 확진자, 완치 판정 그 후
  • 김혜진 기자
  • 입력 2020-12-11 18:47
  • 승인 2020.12.11 19:45
  • 호수 1389
  • 2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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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원 후에는 ‘심적 고통’이 찾아왔다”

[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700명 육박’ ‘연일 세 자릿수 기록’ ‘누적 확진자 수 4만 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 확산 때부터 확진자 수에 대한 정보는 뉴스를 통해 끊임없이 전해졌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확진자들이 치료 과정 중에 어떤 고통을 겪고 완치 이후는 어떤 삶을 사는지에 대해선 잘 드러나지 않았다. 이에 많은 사람들에게 ‘무시무시한 신종 전염병’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을 덜어주기 위해 확진 이후 50여 일간의 삶을 직접 영상과 책으로 기록한 사람들이 있다. 일요서울은 지난 8일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질병 정보 부족해 두려움 느껴…완치 후 차별과 낙인에 대한 우려도

[사진=코로나19 확진 Vlog 유튜브 ‘이정환 TV’ 캡처]
[사진=코로나19 확진 Vlog 유튜브 ‘이정환 TV’ 캡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한 올 1월 터키에 교환학생으로 공부를 하러 갔던 이정환(26) 씨는 유럽까지 확산세가 커지는 것을 보고 급하게 귀국길을 택했다. 귀국 후 양성판정을 받고 무증상자로 격리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송 후부터 본격적으로 증상이 발현됐다는 그는 “첫 2주간 모든 증상이 한꺼번에 찾아와 육체적 고통에 시달렸다”며 “하루에 잠을 1시간도 제대로 못 잘 정도로 아팠다”고 기억했다. 이 씨는 “퇴원 직후 전보다 몸이 약해졌다는 것은 체감했지만 큰 후유증은 없었다”며 “다만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탈모 증상이 있었다. 의사 선생님은 후유증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충분히 의심해 볼 수 있는 증상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처음에는 코로나19에 걸렸다는 사실을 주위 친구들이나 가까운 사람들에게 먼저 알렸다. 그러다 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사람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리고자 유튜브에 브이로그 콘텐츠를 올리게 됐다. “콘텐츠를 만들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많은 응원을 받기도 했지만 모르는 사람들이 안 좋은 댓글도 많이 달았다”고 말했다. 

책 ‘코로나에 걸려버렸다’ 저자 김지호(29) 씨는 할머니 장례식에 와 준 친구들에게 고맙다고 인사하기 위해 만난 자리에서 감염됐다. 양성판정을 받고 병원에서 지내며 고열로 온몸이 뜨거워지면 아이스 팩 두 개를 양쪽 겨드랑이에 끼고 버티는 날도 있었다. 그는 50일간의 고통스러운 투병 생활 경험담을 꾸준히 개인 블로그에 게재했다. 반응은 예상외로 폭발적이었다. 확진자나 그 가족들이 공감 댓글을 달고 응원을 했다. 이는 책을 내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퇴원 후 또 다른 고통이 기다리고 있었다. 격리 해제 후 출근을 준비하던 김 씨에게 인사팀장은 다른 직원들이 코로나에 옮을까 봐 두려워한다며 재택근무를 권유했다. 다시 격리를 당한 셈이었다. 연차가 적지 않았음에도 끝끝내 그는 회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김 씨는 “코로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서 막연하게 두려워한다”며 “오히려 완치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없는 항체가 있어 걸릴 확률이 더 적은데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다시 타인에게 옮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 요코하마시립대학 등 연구진은 코로나19 감염 이후 회복돼 6개월이 지난 사람들 98%에게서 ‘중화 항체’가 나왔다고 밝혔다. 미국 록펠러대 연구진도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한 사람들은 ‘항체’라고 불리는 면역 단백질이 6개월까지 검출됐다고 밝혔다.

[사진=책 ‘코로나에 걸려버렸다’ 저자 김지호 씨 제공]
[사진=책 ‘코로나에 걸려버렸다’ 저자 김지호 씨 제공]

코로나 완치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편견’ 극심

코로나19 확진자들은 힘겨운 격리 생활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신체에 남은 후유증보다도 ‘마음에 남은 후유증’이 더 컸다고 토로했다. 완치 판정을 받고 나오면 오히려 ‘타인을 감염을 시킬 수도 있다’는 일종의 낙인이 찍히기 때문이다. 

유명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팀이 지난 10월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코로나 낙인에 대한 두려움’에 응답한 비율은 67.8%에 달했다. 10명 중 7명은 코로나 낙인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한국 사회가 코로나19 위기에서 극복해야 할 상대가 바이러스만이 아님을 보여 주는 중요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김 씨는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일상 복귀를 어려워할 것”이라며 “책을 쓴 이유도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에 대한 정보나 지식이 없어서 막연하게 두려워한다. 확진자들 사이에서도 쉬쉬하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차별이나 낙인의 두려움으로 확진 사실을 주변에 알리는 것조차 어려워하는 경우를 봤다고 했다. 그는 “입원 초기에 같은 병실을 사용한 형은 아예 (코로나에) 걸렸다는 걸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며 “브이로그 앵글에 조금이라도 들어오게 되면 편집으로 컷을 날린 적도 있을 만큼 알리는 걸 극도로 부담스러워 했다”고 말했다. 

일요서울이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한 10명에게 직접 연락해 본 결과, 대부분 인터뷰를 거절하거나 답변조차 해 주지 않았다. 완치 후에도 확진자였다는 사실만으로도 심리적으로 위축되거나 스트레스가 심각한 상황을 겪으면서 아예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기 위함인 것으로 보인다. 

김 씨는 “어느 동네 아파트에 확진자가 나오기만 해도 아파트 전체가 뒤집어진다. 누가 어디 사는지 마녀사냥 식으로 소문이 나는 걸 보고 완치 판정을 받고 나온 사람들도 두려워 숨게 되는 것”이라며 “확진자들 불특정 다수가 같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혐오·낙인’ 거두려는 노력 이어져

최근 온라인에서 주목 받은 인천시교육청의 ‘코로나19 확진이었지만 괜찮아’ 영상은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인천 초·중·고교에서 확진 판정을 받는 학생이 늘자 ‘확진자 낙인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겠냐’는 우려 때문에 만들어졌다. 인천시교육청은 확진 판정을 받은 학생이 학교에 복귀하는 과정을 재연한 영상을 제작해 교육부와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관내 학교 등에 배포하고 SNS에도 공유했다.

김 씨는 최근 코로나19 완치자들을 위한 ‘비공식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완치자들이 사람들에게 혐오를 당하는 이유를 살펴봤더니 정부 차원의 예방·치료·추적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있지만, 회복해서 사회로 나가는 사람들에 대해 사회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없다”며 “완치자는 미약하게나마 항체가 형성된 안전한 사람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철저하게 격리돼 있다가 나온 사람들에게 사회가 또 한 번 격리를 하려 한다면 개인은 고립되는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혜진 기자 trust@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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