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마는 진실을 알고 있다”
“철마는 진실을 알고 있다”
  • 선태규 기자
  • 입력 2008-10-28 10:57
  • 승인 2008.10.28 10:57
  • 호수 757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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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 ‘철도 닦기’ 의혹 내막
봉하마을 관련 철도노선 특혜의혹을 제기한 한나라당 윤두환 의원.

노무현 전 대통령을 위한 ‘철도 노선’ 의혹이 불거졌다. 부산 신항만 배후철도 노선을 노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 쪽으로 변경하고 진영역을 신설키로 한 배경을 두고, 특혜의혹이 번지고 있는 것이다. 최종 실시설계 보고서의 가중치 편파배정, 환경부 환경평가 묵살 등 여러 정황상 외부의 힘이 작용하지 않고서는 실시설계 중에 노선 변경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지적 때문이다. 의혹의 면면을 들춰보고, 집중 조명해 봤다.

봉하마을 ‘철도 닦기’ 의혹은 부산 신항만 배후철도 노선의 2002년 9월 기본설계 당시 진례역-한림정역을 직선으로 잇기로 했던 것을 곡선화해 봉하마을 인근 진영읍을 지나도록 2003년 9월 설계 변경하면서 시작됐다.

변경 과정의 결과물들에 미심쩍은 부분들이 드러나면서 특혜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국토해양위 소속 한나라당 윤두환 의원은 “노선변경과 진영역 신설은 사실상 특혜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며, 우선 최종 실시설계보고서의 비교평가 항목별 가중치 편파배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미심쩍은 특혜의혹

기존 노선이 유리한 시공비용과 유지관리비용 부문은 가중치가 각각 4점, 열차운영성과 선형은 각각 7점인 반면 변경안이 유리한 자연환경 친화성은 16점, 생활환경친화성은 18점, 시공성 11점, 정거장 입지성 20점, 장래계획과의 조화는 13점이 각각 배정됐다.

부산 신항만 배후철도는 부산항 화물처리를 위한 것으로 ‘물류’가 본질인데, 이와 관련된 사항(시공비용, 유지관리비용 등)의 가중치가 아주 낮게 배정된 것이다.

특히 기본설계를 끝내고 2002년 12월27일 착수한 실시설계 중에 갑자기 노선을 변경한 것도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진영역 설치가 확정된 2004년 6월12일부터 실시설계 완료 시점인 2004년 12월31일까지 6개월20여일만에 설계를 완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당초 실시 설계기간이 2002년 12월27일부터 2004년 8월31일까지라는 점에 비춰, 유추해 볼 수 있다.

진영역과 인접역의 간격은 4.3km, 3.9km에 불과해 지형적인 특별사정이 없는 한 좌우역이 이렇게 가까운 역이 없다. 또 유신이 제출한 실시설계 보고서에 따르면 시공비용은 당초 1501억 원에서 1606억 원으로 105억 원 더 증가했고, 유지관리 비용을 포함한 생애주기 비용도 약 109억 원 더 비싸다.

눈에 띄는 점은 진영역이 화물수송이 목적인 철도건설 목적에 맞지 않게 변형됐다는 점이다. 기본설계안은 진영역이 분기기능과 여객 및 화물취급 기능을 갖고 있었다. 반면 변경된 진영역은 여객전용역으로 최소규모로 하고, 본래 진영역의 기능은 진례역이 모두 갖도록 했다. 하나면 될 정거장이 두개가 된 것이다.

윤 의원에 따르면 진영역 설치요구는 2003년 5월19일 김해시가 민원을 이유로 철도청에 현 진영역 주변에 역 신설을 검토요청한 것으로부터 시작됐고, 철도청은 9월16일 진영역 신설안을 경남지사와 김해시장에게 협의요청했다. 사실상 3개월도 안 돼 역설치가 결정된 것이다.

윤 의원 측은 “노선변경으로 진영역과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사저와의 거리가 무척 가깝게 됐다”고 밝혔다.

사업주체인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변경된 노선과 관련한 환경부의 재검토 요청을 묵살하고 강행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국토해양위 소속 한나라당 김성태 의원에 따르면 2003년 6월 기본설계노선이 타당하다는 내용의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발표한 뒤 3개월 뒤인 9월에 설계를 변경, 봉하마을 인근을 통과하도록 바꾸었다. 2004년 5월 변경노선에 대한 환경영향 평가를 발표했고, 환경부가 2004년 7월 당시 건설교통부 장관에게 ‘부산신항 배후철도 보완요청’ 공문을 보내 변경노선의 재검토를 요청했다.

환경부는 총괄 의견을 통해 “광범위한 절토사면이 발생하는 진영 정거장 예정지에 대해 위치 조정 등 대안검토가 필요하고 절토사면 최소화 계획이 마련되야 한다”고 지적했고, “식생훼손이 넓게 발생할 마사터널 주변부에 대한 식생훼손 최소화 방안과 공사 시 대기질 및 소음, 진동의 저감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철도공단은 1개월 뒤 보완된 환경영향평가서를 발표, 변경노선 고수 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은 “별다른 이유없이 환경영향 평가서를 갑자기 바꿔 똑바로 가야할 철도노선을 틀어버린 것은 외부의 큰 힘이 작용하지 않고는 있을 수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철도공단은 “기본설계 중 역 위치 결정과정에서 진영역을 행정구역상 진례면에 설치하는 것으로 결정했으나 그후 실시설계 과정에서 김해시가 폐쇄되는 기존 진영역 대체 추가역 설치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옴에 따라 기본 설계시의 노선을 일부 변경해 역 추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철도공단은 “노선변경 및 진영역 설치 추가는 지자체의 지속적인 요구와 역설치 필요성에 따라 결정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논란 휩싸인 철도공단

국토해양위 소속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2006년 창원지법에서 특혜가 아니라고 결론내린 일”이라며 “적법한 절차, 투자비 감소, 화포천과 화포습지의 보호 등과 관련 변경노선이 유리하다고 판결했으며, 역의 위치변경이 불공정하거나 자의적이지 않고 해당지역 주민들을 기망하는 방법으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결했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또 “한국철도시설공단도 노선변경을 통해 전체 사업비가 125억 원 가량 줄었다고 밝힌 바 있다”면서 “근거없는 흑색선전”이라고 주장했다.

선태규 기자 august@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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