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 염려로 김장봉사 축소…이웃 나눔 안타까워

[일요서울ㅣ광주 안애영 기자]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11월·12월 본격적인 김장철을 맞았다. 사실 김치는 한국인의 밥상에 매일 오르는 대표 음식이지만 핵가족화와 1인 가구 증가, 외식문화 확산으로 김치 소비량은 서서히 감소하는 추세다. 게다가 고된 노동으로 김장을 포기하는 김포족도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집밥 먹는 횟수가 늘고, 건강관리와 면역력 강화식품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늘면서 국내 김치 소비량도 다시 증가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물가 상승 및 생활방식의 변화와 소비 트렌드를 고려한 포장김치를 비롯해 간편하게 김장을 준비할 수 있는 김장키트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김장 모임이 집단감염 확산의 연결고리가 되고 있어 여러 명이 모여서 함께 하는 김장 문화에서 가족끼리만 조촐하게 모여 김장을 준비하는 가정도 늘고 있다.
코로나 19의 장기화로 이전에 비해 집 안에서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게 됐다. 이 부분에 착안해 세계김치연구소 문화융합연구단 이창현 박사팀은 자녀가 있는 가정을 대상으로 자녀가 부모와 함께 김치를 담그며 우리나라 전통 식문화인 김장 문화를 체험하고 친숙해질 수 있는 김치 체험‧교육용 학습도구인 ‘똑똑 김치 조리‧학습 키트’를 개발해 선보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1~2인 가구 및 맞벌이 가정 증가로 간편한 김장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업계는 집에서 소규모 김장을 준비하는 소비자들이 편하게 김장 준비가 가능한 김장키트도 출시하고 있다. 편의점 GS25의 경우 1인 가구가 직접 간편하게 소용량의 김장을 담글 수 있게 한 3.2㎏ 용량의 가장 대중적인 김장김치 맛이 나는 '김장 키트'를 선보였다. 초보자들도 30분 내로 쉽게 김장을 완성할 수 있다.

매년 열리던 각 지역의 축제들도 올해는 온라인으로 치러지는 경우가 많았다. 올해로 27회째를 맞은 광주김치축제 역시 ‘광주세계김치랜선축제’라는 이름으로 지난 11월 2일~11월 22일까지 21일간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만큼 300여 명의 온라인 서포터스의 김치 먹방과 요리활동, 세계김치연구소와 협업해 제작한 10종의 이색 김치 응용요리 영상을 비롯해 대한민국 김치경연대회 수상자들의 비법을 알 수 있는 명품 김치 랜선특강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이벤트로 구성됐다.
이와 더불어 지난 2014년부터 매년 광주김치타운에서 개최되고 있는 '빛고을 사랑나눔 김장대전' 역시,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현장 체험 대신 주문한 제품을 각 기관 및 가정으로 배달하거나 현장에서 직접 수령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매년 소외계층을 위한 김치 담그기 행사를 진행해왔던 KT도 코로나19로 올해는 비대면 온라인 교육 화상 서비스를 연결해 각각 다른 장소에서 김장을 담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처럼 어려운 이웃을 위한 기업 및 단체들의 김장행사와 봉사도 코로나19로 인해 행사를 축소하거나 예년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을 고민 중에 있다. 이뿐만 아니라 여러 이웃과 친지들이 모여 시끌벅적했던 김장도 올해는 코로나19로 가족끼리만 김장을 준비하는 가정도 늘고 있다.
시집오고 매년 12월 마지막 주 일요일에 친척분들과 함께 모여 김장을 했다던 남구에 사는 A 씨는 “시댁이 같은 광주권이다. 시댁 근처에 외삼촌 내외분도 사셔서 김장때면 함께 모여 김장을 한다. 그런데 요즘 김장모임관련해서 코로나 확진자도 계속 나오고 외삼촌이 면역력이 약하셔서 병원 치료받는 것도 있다 보니, 이번엔 김장에 못 오신다고 미안하다며 먼저 전화를 하셨다”며 “시어머니도 이해하니 오지 말고 밖이 위험하니 집에 계시라고 괜찮다고 말하셨다. 여러 집 나눠줄 것까지 담는 터라 시어머니랑 둘이서만 김장할 일이 걱정은 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또 봉사단 출범 후 매년 겨울 연탄봉사와 김장봉사를 이어오고 있다는 광주지방변호사협회 봉사단 관계자는 “오는 12일 김장봉사를 계획하고 있었는데, 최근 김장 모임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계속 나오고 있어 행사를 취소했다”며 “김장해서 드리기로 한 단체도 여러 곳 있어서 전해드릴 방안을 마련 중이다. 겨울철 어느 때보다 어려우신 분들과 나눔이 될 수 있는 행사인데 지금 이런 상황들이 참 안타깝다”고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안애영 기자 aayeg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