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원한다면 …’과 한글
‘국민이 원한다면 …’과 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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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4-01-15 09:00
  • 승인 2004.01.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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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이 “국민이 원한다면…” 이라는 말은 4·19 이후 하야할 때 쓴 것만이 아니다. 그 5년 전인 1955년 한글 간소화안을 두고 “국민이 원하는 대로 자유에 부치고자 한다”고 한 것도 뜻은 같다.미국서 오래 살다 온 이승만에게 복잡한 한글 맞춤법은 그저 못마땅할 뿐이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철자법은 복잡 불편함이 적지 않음에 비추어 간소화하라는 대통령 각하의 분부도 누차 계시기에…”라는 국무 총리 훈령에서도 비친다.

그래서 복잡한 받침을 10개로 줄이는 등 한글 간소화안을 발표했으나 재야 학자들은 물론 일반 지식인들도 반대했다. 한 한글 학자는 국회 공청회에서 “새 맞춤법은 동물의 머리와 몸뚱아리 팔다리를 뭉쳐 놓은 것으로 간소화가 아니라 복잡화다”라고 했다.그래서 이 법안은 1년만에 ‘국민이 원하는 대로’ 폐기됐으나 그것은 처음부터 ‘정치적 맞춤법안’이었다. 애당초 ‘국민이 원하기 때문’이 아니라 ‘각하의 분부가 누차 계시기에’ 법안을 만들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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