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헌법상 무엇이 불법인가에 대한 선험적 가치판단을 하여 추상적인 법률의 형태로 정립하는 것은 국회의 기능이다. 법률을 바탕으로 하여 구체적인 사안에서 무엇이 법인가를 판단하여 선언하는 것은 법원의 기능이다.우리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263조에서는 선거비용의 초과지출로 인한 당선무효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고, 그 문언에 따르면, 선거비용제한액의 200분의 1 이상 즉, 0.5%를 초과지출한 이유로 선거사무장 또는 선거사무소의 회계책임자가 징역형의 선고를 받은 때에는 그 후보자의 당선은 무효로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선거와 관련하여 모금하고 지출한 자금이 위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한도를 넘는 것은 이미 불법이 되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다시 대통령의 발언에 대하여 생각하여 본다. 만약 ‘10분의 1’이 되지 않는다면 불법이 아니라는 것인가? 아니면 모두가 불법을 행한 자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불법이 적으면 괜찮다는 뜻인지 묻고 싶다.
물론 대통령 선거 당시의 선거비용 과다지출에 대하여는 이미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선거사무장 또는 선거사무소의 회계책임자가 징역형을 선고 받을 일은 없을 것이다(같은 법 제268조). 만약 대통령이 이러한 법률규정을 알고서 ‘10분의 1’이라는 발언을 하였다면 너무도 큰 실망을 하게 될 것이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공소시효의 경과로 인하여 처벌을 받지 않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범죄를 저지른 사실마저 없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대선자금과 관련된 사항들은 앞으로 검찰의 수사를 더 지켜보아야만 그 전모를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걱정이 되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도, 한나라당도 아니라 이 나라와 그 국민들이다.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고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국가의 경영과 민생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고, 선거자금에 관한 문제로 날을 지새고 있는 사이에 고통을 받게 되는 것은 국민들이다.IMF는 극복이 되었다지만, 노숙자들은 그대로이고, 오륙도, 사오정, 삼팔선 등의 단어들이 회자되면서 사람살기가 더 팍팍해지기만 하는데, 정말 우리가 시급하게 해결하여야 하는 것이 무엇인가. 그리고, 신년의 총선에서는 모든 선거참여자들이 함께 돈 쓰지 않는 선거를 한번 해 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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